위기에 봉착한 sarnia 수사본부
sa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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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2 14:15
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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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대한민국에선 역시 수사관 노릇 해 먹기가 힘들다. 삼위일체 가결사건 수사는 무기연기됐다. 조사실에 괴한들이 난입해 수사기록과 심문자료가 보관돼 있는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탈취해 갔기 때문이다. 다음날에는 수사본부 앞에 시위대가 몰려들었다.그들은 이렇게 외쳤다.
“사탄아, 물러가라”
곧이어 교계 원로 인사 한 명이 장문의 글을 올렸다. 딴 건 몰라도 삼위일체와 동정녀 탄생, 십자가부활 등 3 대 핵심성역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수사를 계속할 경우 수사본부를 강제해산하고 sarnia 본부장을 비롯한 수사관 전원을 파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고심끝에 sarnia 본부장은 이보전진을위한 일보후퇴를 결심했다. 수사대상을 몸통에서 깃털로 변경한 것이다. 삼위일체 가결사건을 주도한 콘스탄티노플 공의회 관련자들을 체포하러 간 수사관들을 일단 본부로 철수시켰다.
며칠 후, 그들에게는 터키의 콘스탄티노플로 가는 대신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가라는 구두명령이 하달됐다.
이에따라 sarnia 수사본부에 소속된수사관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중무장한 SWAT 팀 1 개 중대병력의 엄호를 받으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클레멘스의 자택에 들이닥쳤다.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에는 압수 대상 서류가 딱 한 가지만 명시되어 있었는데, 마가의 비밀복음 (SecretGospel of Mark) 에 대해 언급한 클레멘스의 편지가 그것이었다. 마가의비밀복음을 요약해 놓은 정보자료는 다음과 같다.
희한하게도 영어위키에는 이토록 자세하게 나와 있는 마가의 비밀복음서에 관한 내용이 한국어 위키나 백과사전에는대충 축약만 되어 있다.
클레멘스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기 일주일 전.sarnia 수사본부 소속 바이블 연구 테스크포스 팀은 요한복음에서 매우 이상한 구절 하나를 발견했다. 문제의 구절은 요한복음 11 장 16 절이었다.여기에는 이런 기록이 있었다.
“디두모라 하는 도마가 다른 제자들에게 말하되 우리도 주와 함께 죽으러 가자 하니라”
요한복음 11 장은 죽었다가 살아난 나자로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죽은 나자로를 깨우러 가자고 하니까 제자 도마가 갑자기 “우리도 예수와 함께 죽으러 가자”고 했다는 것이다. 수사관들은 문맥상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 이 구절을 읽고 한동안 혼란에 빠졌다. 죽은 사람을 살리러 가자는데 느닷없이함께 죽으러 가자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수사본부장 sarnia 는 즉시 테스크포스팀에 다음과 같은 수사 지휘서신을 전송했다. 지휘서신에는 ‘애당초나사로 이야기의 의도가 전혀 잘못 전달됐을 가능성에 최대의 무게를 두고 도마의 엉뚱한 언급이 나사로 이야기 전체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새로운 문서를 찾아오라’는 구체적인 지시내용이 담겨 있었다.
수사본부장의 명령에 따라 테스크포스팀 소속 수사관들이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에게 요한복음의 원전에 해당하는 Q 자료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러나 압수수색팀이 그의 자택을 샅샅이 뒤졌지만 Q 자료 같은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Theodore 라는 사람에게 보내는 한 장의 편지를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놀랍게도 마가복음이 한 개가 아니고 단계별로 여러 개가 있다는 정보가 적혀 있었다.
신약성서 두 번째 쳅터에 있는, 그러니까 정경으로 선택된 마가복음은 가장 낮은 수준의 신자들을 위해 마련된 초보적인 동화 스토리에 불과하고 높은 수준의 지식인이나 월등한 영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신자들을 위해서 마련된 진짜 마가복음이 따로 존재한다는 이야기였다.
이 놀라운 내용이 담겨있는 클레멘스의 편지는1958 년 마르사바에 있는 그리스정교회 소속 수도원의 한 서고에서 발견됐다. 1973 년 모턴 스미스가 출간한 Clement of Alexandria 에는 마가의 비밀복음서 내용들이 서술되어 있는데 거기에 요한복음 11 장에 그 일부만 나와있는 나자로 이야기가 좀 더 자세히 나와 있다. 그 두 문서를 연결하면 비로소 도마의 ‘엉뚱한 소리’가 무슨 의미였는지 그 맥락을 이해할 수있게 된다는 말이다.
즉 예수는 죽은 나자로를 살린 게 아니고 나자로가 영적으로 다시 탄생하는 현장에서 그노시스, 즉 영적 깨달음을 전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요한복음에 나와 있는 도마의 엉뚱한 말 “함께 죽으러 가자”는 엉뚱한 말이 아니라 ‘우리도 나자로처럼옛사람을 버리고 스승 예수를 따라가 함께 그 자리에서 그노시스를 얻자’ 는 제안이었던 셈이다.
수시관들이 가져온 마가의 비밀복음서에서 sarnia 본부장은 또 하나의 중요한 문장을 발견했다. 어떤 청년 하나가 알몸에 베옷만 걸친 차림으로 그노시스를 얻으러 예수에게 다가온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 문장을 접하자마자 sarnia 본부장은 머리에 번쩍 떠 오르는 무엇인가가 있어서 성서검색을 시작했다. 입력어 아마포 청년 예수를 집어넣고 엔터 키를 누르자 마가복음 14 장 51 절이 스크린에나타났다.
바로 이거다!!!
마가복음 14 장 51 절에는 제자들조차 예수 곁에서 도망을 갔는데, 한 청년이 베옷만 두르고 예수를따라오다가 (예수를 반대하는) 무리들에게 잡히자 그 베옷을 벗어버리고 알몸인 채로 도망을 갔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사실은 첫째, ‘베옷을 입었다는 것’과 둘째, 예수를 반대하는 군중들로인해 위험해지자 이 청년이 그냥 도망을 간 게 아니라 나체가 되는 것을 불사하고 ‘베옷을 벗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신-구약을 통틀어 딱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 이 구절은 참으로 이해가 불가능했었다. 도대체 그 청년이 누구이며 왜 난데없이 베옷 하나만을 걸치고 있었으며 도망갈 때 왜 옷은 벗어던졌는가 하는 이상한 점들 때문이다. 마가의 비밀복음 덕분에 그 의미가비로소 명료해 진 것이다.
알몸에 걸친 베옷은 예수의 그노시스 의식의 예복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예수의 그노시스 의식의 예복이었던 베옷을 예수를 반대하는 군중들 앞에서 벗어버렸다는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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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nia 수사본부장은 즉시 알렉산드리아 압수수색에 참여한 수사관들을 불러모아 임시수사회의를 열었다.
sarnia 본부장 : 우선 의견들을 자유롭게말해 보세요.
수사관 A : 아무래도 영지주의(Gnosticism) 에 대한 테스크포스팀을 따로 조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바이블팀만으로는 부족한 게 많습니다. 우선 CE 4 세기 이후 교회권력을 장악한 문자주의자들이 Gnosticism 에 대한 모든 문서들을 말살하고 제멋대로 영지주의가 이단이며 악마적인 집단이었다는 고정관념을 심어 놓았기 때문에 수사정보자료 자체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사관 B : 심지어는 언어까지조작해 버린 흔적이 있습니다. 그노시스에서는 낮은 수준의 자아와 높은 수준의 자아가 각각 다른 개념으로 존재하는데,자기와 우주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자아 Daimon 이라는 고대그리스어를 아예 악마라는 의미의 demon 의 어원으로 격하시키키도 했지요.
sarnia 본부장 : 질문이 하나 있는데,실은 예전부터 가져왔던 질문이예요. 만일 그 시대, 그러니까 CE 3~4 세기 무렵에 높은 수준의 자아를 추구하는 그노시스와 같은 종파가 과연 일반 대중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예요. 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그노시스 같은 지나치게 고차원의 종교사상은 설령 로마 권력의 제도적 지원과 결탁이 있었다고 해도 그 시대에는 실패했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말이지요. ‘낮은 수준의 마가복음’을 들고 나온 문자주의자들이 종교마케팅의 핵심을 잘 포착했기때문에 대성공을 거둔 건 아닌가요?
또 한 가지는, 만일 그때 반대로 지금의낮은 수준의 교리주의자들 대신 영지주의가 권력을 장악했다면 기독교는 지금의 세계 종교가 아닌 지역 종파로 찌그러들지는 않았을까 하는 지적도 많던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수사관 B : 글쎄요.그런 걸 밝히는 건 우리 임무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와서 별로 의미가 있는 질문도 아니고요.
sarnia 본부장 : 미안합니다. 본부장 입장에서는 전통 교리주의자들을 곧 검찰에 송치해야 하는데 mitigating circumstances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검찰 기소단계에서 위기에 봉착하거나 기소되더라도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나오는 망신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예요.
……
말을 마친 sarnia 본부장은 수사관들이 가져온 참고자료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 자료들 중에서 책을 하나 집어들었다.
Beyond Belief (믿음을 넘어서)
의미없는 광신을 극복하기 위한 필수 단계다.
책갈피에서 사진이 한 장 떨어졌는데, 사진 속 돌에 이런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Gnothi Seauton (너 자신을 알라)
네 주제를 알라는 말이 아니고, 심연의 gnosis 를 깨달으라는 영적인 충고다.
앞 문장은 미국 종교사학의 권위자 일레인 페이절스의 저서 중 하나인 ‘토마의 비밀복음’ 책 제목이고 뒷 문장은 델피의 아폴론 신전 입구에 새겨져 있는 그리스어 문구다.
그 문장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sarnia 본부장은 다시 고개들 들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지시를 했다.
“지금 당장 Bible 팀을 확대개편해 Gnosticism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합니다” 위험한 수사를 수행해야 하는 팀이니만큼 수사관 명단은 극비에 부치고 수사본부에는 SWAT 팀을 배치하세요!”
혹시 기독교 광신자들이 양아치들을 동원해 수사관들을 습격할 지도 모릅니다. 각목이나 쇠파이프까지는 기본실력으로 막으시되, 저들이 칼 이상의 흉기로 공격할 경우 총기사용을 허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