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디 착한 태훈이.
간큰초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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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3 16:55
예전 15년전 대학졸업하고 처음 사회에 나왔을때
IMF라 입사합격하고도 발령대기가 나서 입사 못하고
잠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한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강사로 해서 프로그래밍학원도 운영했습니다.
저는 정확하게는 그 회사의 시간강사였습니다.
꽤 큰 학원이었고, 수강생도 많았습니다.
당시 우리회사에는 컴퓨터를 전담관리하던 태훈이라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저보다 4살이 어렸는데, 사장님이 처음 창업했을때부터 이 친구를 데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태훈이는 참 착했습니다. 컴퓨터 관련해서는 달인수준이었습니다. 소리만 듣고도 뭐가 고장인지
뭐가 문제인지 알고 척척 수리해냈습니다. 수강생들로부터도 직원들로부터도 맥가이버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 친구의 결정적인 핸디캡이라면 지적장애 3급, 청각장애 4급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인과 똑같습니다. 소리도 다 듣고 이해를 다 했습니다.
그런데 참 미스테리한게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말을 골라 들었습니다.
맘에 들지 않는 말(자신을 가르치려들거나 비난하거나 야단치거나...)
컴퓨터에 관해 잘난척 하는 말(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분야)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하는 말(사장님, 총무팀장님 등)
그런말은 정말 놀라울 만큼 얼굴 표정 하나 안바뀌고 무시를 하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 말을 한 당사자들은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죠.
그리고는 정말 진심으로 듣지 못했다고 딱 잡아뗍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이나 칭찬하는 말, 여자학원생의 말은
개미기어들어가는 목소리마저 정확하게 듣고 모든 부탁을 온몸을 던져 들어줬습니다.ㅋ
필요한 말만 어쩜 그렇게 골라서 듣고 아닌건 버릴 수 있는지
참 놀라운 능력을 가진 착하디 착한 태훈이..지금은 어디서 뭐하는지 참 궁금합니다.
아집이 꼴통신념이 강해 여럿 피곤케 하는 사람 보다 가끔은 더 멘붕에 빠트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참 착해서 15년이 지났지만 참 생각이 많이 나는 동생입니다.
(실화입니다. 태훈이 이름만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