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에서 벌이는 위험천만한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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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에서 벌이는 위험천만한 플레이

sarnia 0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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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각 지난 6 일 오전 6 2 , 경기도 평택시 송탄에 소재한 미국 공군 오산합동기지에서 카키색 비행기 한 대가 동이트는 새벽하늘을 가르며 활주로 위로 날아올랐다. 양쪽 날개에 모두 네 개의 제트엔진을 달고 있는 육중한 대형 비행기가 정남향으로 방향을 틀자 아침햇살의 반사를 받은 기체 왼쪽 측면에 성조기 도장과 함께 05-5150 이라고 쓰여있는 시리얼번호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번호 뒤 네 자리 수는 비행기가 비행을 시작하자마자 비행식별부호로 등록되어 항적사이트에 나타났다.

 

전 세계 항공매니아들과 군사매니아들은 5150 라는 비행식별부호로 항적사이트에 올라온 이 비행기의 항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렵지 않게 이 비행기가 미국 군산복합체 McDonnell Douglas 사가 설계제작한 C-17 Globemaster III  전략수송기라는 것을 밝혀냈다.

 

한국에서는 일부 군사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McDonnell Douglas를 잘못 읽은 나머지 맥도널드 더글라스라는 뚱딴지같은 이름으로 부르고 심지어 논문이나 기사에서조차 맥도널드라는 엉터리 이름이 등장하곤 하는데, 맥도널드는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파는 훼스트후드점 이름이고 이 항공기 제작사 이름 앞 단어는  맥도넬이라고 발음해야 맞다.

 

McDonnell Douglas 사는 1997 8 월 보잉사에 흡수되었으므로 현재 이 전략수송기의 공식 설계제작사는 맥도넬 더글라스사가 아니라 미국 워싱턴 주 시애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보잉사다. 두 회사가 통합하면서 보잉사가 맥도넬 더글라스 사의 설계라이센스를 함께 인수했기 때문이다.

 

오산합동기지를 이륙한 이 미국군 전략수송기는 코리아반도 서남단과 제주도 서쪽을 지나 이륙 2 시간 15 분 만인 타이완 시각 오전 7 17 분 타이베이 근교 쑹산공항 활주로에 그 거대한 기체를 내려놓았다. 민간 매니아들이 밝혀낸 것은 여기까지일 뿐, 그 미국군 전략수송기가 무슨 이유로 한국에서 출발해 대만으로 날아간 것인지, 수송기 안에 누가 탑승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탑승자들의 신원은 곧 드러났다. 이 날 전략수송기 편으로 한국을 출발해 대만에 도착한 탑승자들 중 주요인물은 태미 덕워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일리노이), 댄 설리번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알래스카), 크리스토퍼 쿤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델라웨어) 이었다.

 

이들의 대표격인 태미 덕워스는 작년  7 월 쯤 내가 이 자리에서 자세히 소개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방콕에서 태어난 태국출신으로 캐멀라 해리스와 함께 민주당 부통령 후보 하마평에 올랐었다. 육군 중령으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여 헬기편대를 이끌고 전투를 벌이다가 자신이 조종하고 있는 UH-60 Black Hawk 헬리콥터에 이라크 반군이 발사한 롸킷추진총류탄이 명중하는 바람에 다리를 잃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태미 덕워스는 무려 12 개에 달하는 무공훈장을 받은 미국의 전설적인 전쟁영웅이다.

 

크리스토퍼 쿤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복심 중 복심이다. 그가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델라웨어 주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바이든의 원래 출생지는 펜실베니아 주이지만 10 세 때 부모를 따라 델라웨어 주로 이주한 후 그곳에서 학교를 다녔고 정치경력을 쌓았다. 

 

마치 유럽전선을 승리로 이끈 교두보를 노르망디 상륙작전 (1944 6 6 ) 에서 확보했듯이 중국압살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교두보를 같은 6 6 일인 대만상륙작전에서 마련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로 기획한 이 전쟁도발 퍼포먼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이 직접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상원대표단 중 유일한 공화당 소속인 댄 설리번은 해병대 출신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자유와 번영이 미국의 은혜에서 비롯되었다는 공치사를 늘어놓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이번에는 공치사에 한 술 더 떠 한국 국무총리 김부겸 앞에서 한국을 자유와 번영으로 이끄는데 기여한 수 만 명의 미국군인들의 한국전쟁 당시 희생에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Korea’s elected leaders)과 시민들이 지금까지도 항상 감사를 표시하는 행동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식의 망발 비슷한 소리를 했다. 상대가 자기에게 하는 감사나 사과를 respect 한다고 표현했을 때 respect 의 의미를 존중이라고 해석하기 보다 지당하고 당연함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The U.S.-Korean alliance dates back to the Korean War when our soldiers fought side by side to defeat North Korean communist aggression. I respect so much how, even to this day, the Republic of Korea’s elected leaders and citizens continue to express their appreciation for the sacrifice of tens of thousands of American servicemen who have helped make the country free and prosperous."

 

문제는, 이 전쟁도발 퍼포먼스에 미국측이 우격다짐으로 한국을 자기들의 전략수송기 출격지로 끼워넣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해군 소속 VIP 전용 수송기 C-40A 편으로 미국을 출발한 미국 상원대표단의 비행일정을 보면 DC- 알래스카-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 한국 오산합동기지- 대만 쑹산공항- 한국오산합동기지 순으로 되어 있다.

 

항로거리상 정상적인 일정이라면 한국-오키나와-대만 순서로 진행하면 되는데, 상원대표단은 일단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도착한 후 VIP 전용 수송기를 그곳에 둔 채 굳이 전쟁 중 인원 및 장비를 수송하는 전략수송기로 갈아타고 한국까지 북상했다가 한국에서 출격해 다시 대만으로 내려오는 희한한 지그재그식 항로 퍼포먼스를 벌였다. 대만에서는 딱 세 시간 머물렀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불과 몇 개월 전 중국은 미국 군용기가 대만영공에 들어오는 순간을 전쟁의 시작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를 한 바 있는데, 전쟁을 비준하는 헌법기관인 상원의원들을 태운 미국의 전략수송기가 대만영공을 침범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영토에 착륙하는 사상초유의 대사변이 발생한 것이다.

 

몇 달 전 경고한대로, 만일 중국이 이 행위를 미국의 선전포고 또는 미국과의 전쟁시작으로 받아들이고 반격을 시작했다면 중국인민해방군이 발사한 중거리 미사일들이 적기가 출격한 도발원점으로 날아갔을 것이고,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경기도 평택시 일대가 불바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한국정부는 불과 수 시간 전에 미국측이 알려왔을 상원대표단의 비행일정을 듣고 혼비백산했을 것이다. 대표단 방문일정이야 물론 한국측에 미리 알렸을테지만, 그들이 치외법권 지대나 다름없는 오산합동기지에 전략수송기를 타고 왔다가 그 비행기를 타고 대만으로 간다는 사실은 상세하게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정부는 지난 6 일 벌인 미국측의 위험천만한 신 노르망디 상륙작전 퍼포먼스를 사전에 알았는지, 알았다면 항의를 했는지 동의를 했는지, 아니면 아예 모르고 있다가 졸지에 당한 것인지 적어도 한국국민들과 해외동포들에게는 그 전말을 솔직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온당한 처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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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월 6 일 대만에 착륙한 미국군 전략수송기와 같은 기종 

2020. 6. 11 1900 (MST) sa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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