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광화문 유세를 연출한 탁현민 교수의 소감(펌)
필리핀
2
144
2012.11.28 11:22
보통의 경우 공연이나 행사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죠 연출이야 만드는 것까지입니다. 하지만 오늘 문재인 후보의 서울 첫유세를 연출하면서 느꼈던 몇가지가 있어 적어 봅니다. 오늘이 시작이니 더 좋게 바꿀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작은 노력이라도 보태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좋았다. 만족한다 새로웠다는 말씀들이 많은 것은 기쁜일이나 동시에 오늘은 좀 부끄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다만 연출가의 입장에서 오늘 행사는 영 마음에 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고 어쩔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이 이야기는 어쩔 수 있는 것들을 좀 바꿔 보자는 제안이라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먼저 어쩔 수 없는 것은 많은 분들이 지적해 주신, 무대, 음향, 조명, 영상 문제입니다. 사실 형편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주 꼼꼼하신 선거법 때문에 이 부분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는 스피커의 출력과 갯수까지 정해 놓은 선거법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좋은 사운드나 깨끗한 영상 멋진 조명을 유세에서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선거 끝나면 제발 선거법좀 바꿨으면 합니다.
문제는 어쩔 수 있는 부분인데 정말 잘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번 문재인 후보의 공연형유세에서 만큼은 일반시민들이 잘짜여진 공연을 즐기는 것처럼 만들기를 원했습니다. 그를 위해서는 정치인들은 객석에서 사람들 사이에 서 있거나 유세장에서 오히려 허드렛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서로 무대에 오르려고 아우성을 친다거나 구성에도 없던 순서들을 자기들끼리 만들어 내는 상황은 연출을 한 저에게도 현장에 사람들에게도 또 그것을 시청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라고 쓰고 쌍욕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슬쩍 써 놓습니다) 시민들을 설득하고 문재인을 돋보이게 해야 하는 자리에 민주당의원들의 자리는 객석입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던지고 후보가 나오면 진심으로 박수쳐주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당신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려거나 후보 옆을 지키려 해서는 안됩니다. 그 모습 무척 추해보입니다. 그건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저는 유세 한번으로 판세가 뒤집힌다거나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세만으로 어떤 사람들이 지지후보에게 실망을 느낄 수도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는 한다면 잘하고 싶고 하지 않는다면 뒤에서 뜨겁게 박수를 쳐주고 싶을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의 혁신을 이야기 합니다. 문재인 후보도 혁신을 이야기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 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 단순하고 감상적인 연출가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바라는 혁신이란 선언과 구호라기 보다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고 또 낮추는 태도가 무척 아쉬운 하루였습니다. 그러니 민주당 당직자와 의원여러분 그럴듯하게 행사를 잘 끝냈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여전히 민주당 그리고 문재인 후보를 시큰둥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에 안차는 행사를 기쁘고 즐거운 자리로 만든 모든 공은 추위에 떨며 자리를 지킨 시민들과 평범한 민주당원들과, 어려운 자리에 서주신 출연진 여러분 덕분입니다.
지고 싶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