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과 세월호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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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세월호 유족들

호루스 14 366

1. 대학 시절 바보들

 

대학 4학년때 비운동권이 총학에 당선되었다.

 

단과대는 공과대를 제외한 모든 단과대가 운동권이 당선되었다.

 

당시 운동권의 얼치기 사회 민주화와 사이비 학내 민주화에 염증을 느끼고, 비운동권을 지지했던터라 총학과 내가 속해있던 공과대에서의 당선에 무척 기뻤지만, 우려했던대로 되는 일이 없기 시작했다.

 

각 단과대가 말없는 딴지걸기와 비협조, 그리고 비운동권의 미숙함(80~90년대 라는 대학가 상황에서 본다면 비운동권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 태동하던 시기다) 때문이었다.

 

지켜보던 나도 답답했는데, 당사자인 총학은 오죽했을까.

 

그런데 그들이 택한 방식은 너무나도 저열하고 수준낮은 방법이었다.

 

자신들의 모교에 주사파가 수십 명이 활동한다고 방송국에 제보했고, 방송국은 신나게 보도를 했다. 학교 망신이고 학생 망신이었다. 그 이전에 속칭 '빠콩'의 주사파 발언이 유명했는데...이건 총장도 아니고 총학생회가 그런 발언을 했으니 자폭도 그런 자폭이 어디 있을까?

 

이런 바보같은 생각을 죽을 꾀라고 짜내서 실행한 세력의 대표인 총학생회장은 전두환의 학원 자율화 조치이후 처음으로 탄핵을 당한 총학생회장이 되었다. 개인 비리도 아니고, 방송국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해서 전국민을 벙찌게 만드는 희대의 이벤트를 기획, 실행하고 탄핵당한 총학회장.

 

한마디로 기도 안찼다.

 

2. 조선시대 바보

 

국사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황사영의 백서 사건 을 들어는 보셨을 거다. 뭐, 사건 자체의 전모를 몰라도.

 

황사영의 백서 사건이란, 조선후기 천주교에 대한 탄압이 심할때, 황사영이란 신도가 청나라에 주재하고 있는 프랑스 카톨릭 신부에게 조선의 천주교 탄압 경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프랑스 군대를 파견해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백서)를 써서 보내다가 걸려서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천주교 신자 본인에겐 중요했을지 몰라도 쉽게 말해 나라팔아 먹을 역적짓인 거다. 신앙의 자유를 위해 외국 군대를 불러들이겠다고?

 

그런 논리라면 난 개독교 탄압을 위해 김정은에게 군대 보내달라고 편지 쓰고 싶다.-_-;;;

 

3. 교황과 바보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유족들의 입장을 지지한다.

 

그러나 교황에게 편지까지 써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모습은 또다른 황사영의 모습이 투영된다.

 

군대 보내서 해결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절절한 호소일뿐인데, 황사영과의 비교는 무리가 아니냐고?

 

근본적으로 같다.

자신의 힘으로 안되니까 외세라도 이용해 보겠다는 생각.

 

교황이 실질적인 무력은 없다. 도덕적 권위는 우월할지 모르나, 자칫 타국에 대한 내정간섭 내지는 도덕성에 기댄 over질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현 정권이 교황이 아니라 교황 할애비가 와도 눈하나 까딱안할 정권이란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결국 세월호 유족이야 오죽 답답하면 그런 생각을 했겠냐만,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개망신을 당하고, 그들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4. 우리는 로마같은 나라가 될 수 없을까?

 

로마는 수많은 내란을 겪는다. 특이하게도 그 내란의 와중에서 외세를 빌려 정권을 차지하려 한 자가 딱 1명있다. 안토니우스 바로 그다. 물론 그는 옥타비아누스에게 패하고 만다.

 

마리우스와 슐라, 시저와 폼페이우스 등 로마사의 물줄기를 바꾼 이들은 로마의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외국군을 끌어들인 예가 없다. 일본 표현으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픈 시기에 그들은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우리는 삼국의 통일부터 외세를 이용해왔다. 그 댓가는 '사대주의'라는 이름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삼국 시대는 우리 민족이 완연히 형성되기 이전이었기에, 어쩌면 다국간의 패권다툼에서 벌어진 수많은 동맹 관계라고 너그러이 보아줄수 있을지도 모른다.

 

동학혁명때 청과 일본군의 파병...

 

이번에 백성이 아닌 정부가 국내 모순(동학혁명)을 해결하지 못하고 외세를 이용하려다가...결국 청일 전쟁, 러일 전쟁을 통하여 식민지로 전락하고 만다.

 

외국군이 파병된 조일전쟁(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부분은 다르게 생각한다.

 

조일전쟁은 명백한 외세의 침입이었고(내부 모순을 해결하고자 외세를 이용하려 한것이 아니었고) 한국전쟁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라 미소의 싸움에 우리나라가 전쟁터가 된 것이라고 본다.(해방 자체가 쟁취가 아닌 주어진 것, 말은 독립국이지 미소가 각기 군대를 주둔하여 점령, 통치했으므로)

 

5. 우리가 우리를 믿지 못하는 한 더이상의 발전은 없다.

 

타인을 이용하고 외세를 이용하려는 개인이나 국가는 뚜렷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힘들고 아쉬워도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한다.

 

우리가 풀지 못한다면 우리 역량이 미달함을 슬퍼하고 재차 도전을 다짐해야지, 외부 세력을 끌어들인다면 그 댓가를 치루어야하고, 그 댓가는 차라리 그 모순을 극복 못하는 것만도 못한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교황께서는 우리에게 힘과 격려를 주었고, 우리가 온전히 서기를 기도해 주시리라 믿는다. 또한 하나님의 역사가 우리 땅에서도 온전히 이루어지시기를 기도해 주시리라 믿는다.

 

세월호 유족들도 다시 한 번 힘을 내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14 Comments
sarnia 2014.08.17 01:27  
우선 조일전쟁이란 용어를 쓰시는 분을 만나니 반갑군요. 1592 년에 일어난 전쟁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여기서 몇 번 사용할 일이 았었는데, 저는 반드시 조일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침략전쟁이든 뭐든 전쟁은 전쟁이고 그 전쟁의 공식명칭에 굳이 인종차별적인 감정섞인 표현을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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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주의, 외세의존의 심리적 뿌리는 같은 거라고 봅니다. 저는 언젠가 그런 심리의 본질을 종놈근성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요.

도로 가져가도 좋다는 전시작전권을 안 받겠다는 심리, 남의 나라 군대를 인계철선으로 삼자고 뻔뻔한 소리를 하는 심리, 세금은 내고 싶지 않으면서 보편적 복지의 당위성만 주장하는 심리, 자기 나라 20 대 젊은 친구들을 2 년 동안이나 meaningless 한 시간낭비를 하게 하고 그 노동력을 거의 무상으로 갈취하면서 돈드는 모병제는 시기상조라고 발뺌하는 심리,,,, 다른 집 아이들은 모두 징병제로 군대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자기 아들은 군대 안 보내겠다는 심리 등등 다 같은 뿌리라고 봅니다. 결국 책임회피, 극단적인 이기심, 학맥과 지연 뒤에 숨어 편가르고 차별하기, 좀 더 정의롭거나 올바른 쪽이 아닌 힘센 쪽에 들러붙기, 지불하지 않고 공짜로 챙기려는 도둑놈 심보 등등,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성격이 다른 것 같은 모든 불합리한 마음의 뿌리는 모두 종놈근성에서 비롯된 거라고 봅니다.

이 세상에 지불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댓가는 아무것도 없으며, 노동이 없으면 생산도 없고, 의무가 없으면 권리도 없고, 자주와 자립이 없으면 주권도 없다는 아주 기초적인 명제들부터 동의하고 공감하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이런 기초명제들에 대한 실천적 동의가 없으면 그 사람이 진보 아니라 진보 할애비라도 그 지껄이는 소리는 전부 개소리에 불과할 것이니까요.

좀 과격한 용어를 써서 미안하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필리핀 2014.08.18 01:08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군대 안 갈 수 있다면 안 가는 게 선이지요...

안 갈수 없으니까 울겨 겨자먹기로 가는 것이지요...

지금 이 나라에서는 군대 가는 건 애국도 아니고 의무도 아닙니다...

다만, 엿 같을 뿐이죠... 문제는 그런 엿 같은 기분으로 군대 가는 경우가

90%가 넘으니까 자꾸 문제가 생기는 거죠...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자랑스런 맘으로 군대에 가야 하는데...

국민 알기를 개똥으로 아는 정부  아래서 누가 그러고 싶을까요???
호루스 2014.08.18 12:58  
어디선가 조일전쟁이 옳은 용어라고 하는 글을 보았는데, 설득력이 있었지요. 임진왜란이면 왜인들의 난리라는 뜻인데, 무슨 난리가 일국을 멸망 직전 까지 몰아넣고, 중국이라는 나라의 참전까지 유발하는지...

자주라는 말이 쉽게 써지지만 엄청 어려운 단어임에 분명한듯 해요. 그거 입에 달고 다니는 인간들치고 자기 자신 인생도 자주하는 인간 별로 못본 듯 하고 말입니다.
Robbine 2014.08.18 23:19  
이건 제가 역사를 잘 몰라서 그런건데요,
혹시 그 당시 일본은 "왜국" 혹은 "일본"이라는 통일된 국가의 형태가 아니어서 '왜인들이 일으킨 난' 정도로 명명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너무 합리환가요?
뮤즈 2014.08.18 23:33  
저도 역사는 잘 모릅니다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한 인물이니까 그당시 일본은 완벽하진 않았겠지만
통일된 국가의 형태를 띠고있었다고 봐야겠죵

그리고 과거 우리역사에서 외세의 침략을 전쟁으로 부르는 경우는 없었자나요
병자호란도 사실상 완벽하게 패망한 치욕적인 전쟁인데 난이라고 부르고....

난이라는 단어는 우리중심의 역사관에서 나온 말이라고 봐야겠죠.
그당시 우리나라가 외세에 대한 인식을 볼때 틀린 말이라고 보기도 어렵구요.
역사에 그렇게 기록되어있으니 난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을거 같네요

다만 지금의 시대에 그당시를 재평가해볼때는 전쟁이라 불러도 큰 무리는 없는거 같구요.
호루스 2014.08.18 23:56  
듣고보니 뮤즈님의 추론이 얼추 맞는듯.

사대주의에 빠져 중국 아니면 죄다 우리보다 아래인 잡것들로 보았으니, 왜란, 호란 이라는 단어를 쓸수 밖에 없었을듯 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존심 세운다고 해봐야 결국 그렇게 얕보던 일본에게 패망하고 말았죠. 두들겨 맞은거 부끄러워하고, 절치부심하는게 옳았을텐데 말이죠.
Robbine 2014.08.19 14:00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하긴 했지만, 국가라는 시스템을 갖추지는 않았던거 같아요. 당시에도 그들은 노략질을 하기 위해 침입했을 뿐, 국가대 국가로의 공식적인 전쟁선포나 뭐 그런건 없었지 않나요?

나머지 부분은 전부 뮤즈님 말씀에 동의해요.
thaimiho 2014.08.17 15:42  
어느 학생이 세월호사고로 한국떠나 살고 싶다고,,, 다른나라가면 이 세월호 사건은 그냔 대형사고로 취급한다는것을 알고 하는말인지....
호루스 2014.08.18 13:10  
다른 나라는 어떤 나라 두고 하는 말씀인지요? 혹시 비슷한 예가 있기나 한지요?

비슷한 예란 원양도 아닌 근해 코앞에서, 해경이 이미 다 출동해놓고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는 그런 경우 말입니다.

그게 단순한 대형사고라면 무서워서 집밖에 어디 나갈수나 있을까요? 자동차 사고나도 경찰과 소방대원이 옆에 있어도 차안에서 스스로 기어나오기 전에는 구조도 바랄수 없는 상황일텐데 말입니다.
Robbine 2014.08.17 23:42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황님 부분은 생각도 못해봤던 거였어요.
호루스 2014.08.18 12:59  
조금 억지스럽기도 한데...교황께서 이런 부분까지 돌볼 수 있는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필리핀 2014.08.18 00:58  
오호~ 외세, 내정간섭, 국가... 이런 단어... 올만에 보니 신선하네요... ^^

호루스님... 아나키시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ㅎㅎ
호루스 2014.08.18 13:07  
대부분 사회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그리고 아나키즘까지 섭렵하게 되는건 일종의 정석코스 같아요. 그게 현실로 불가능하니까, 결국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되지만요.

예전에 당신의 정치적 성향은 이란 설문 코스가 있었는데 conservative(보수적인)-liberal(자유적인)이 x축올 10에서 -10까지, capitalism(자본주의)-socialism(사회주의)가 y축으로 10에서 -10으로 구분되어 있었거든요.

그거 해보니까 x축 값이 0.2(10이 보수적인의 극대값이니까 0.2이면 아주 미미한 보수), y축 값이 -0.1(-10이 사회주의의 극대값이니까 -0.1이면 아주 미미한 사회주의) 경향을 보이더라구요.

근데, 그건 미국인지 유럽인지 영어로 만들어진거라서, 그곳 사람들 기준이지, 우리나라 기준으로 따지면 아마 꽤나 강한 사회주의 성향이 나올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설문 내용을 역으로 추론해보았을때)
jindalrea 2014.08.18 14:54  
망신당하는 거, 수치스러운 거, 참아내는 거, 믿어보는 거..그보다 하기 어려운건..
자식이 죽은 이유를 알려 달라며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의 앙상한 몸을 보는 거예요..
전 그런 날이였어요..지난 며칠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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