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논란에 관한 글 한편...
bonvi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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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2 07:47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협상이 남북 간 회담이다. 서로 상대방을 부정하는 체제라는 점에서 부정적 공존을 하고 있어 협상이 쉽게 풀리기 어렵다. 게다가 6·25전쟁을 경험한 터라 신뢰보다는 불신이 더욱 자연스럽다. 여러 채널의 남북 간 협상 역사를 보더라도 이런 사실은 금방 증명된다.
이처럼 까다로운 협상에는 회담 당사자의 리더십이나 창조적 행위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상의 정상회담에서도 리더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은 특히 그렇다. 따라서 굳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정상회담에서 우리 대통령이 북한의 정상을 상대하기 위해 내뱉은 말은 그 의미를 곧이곧대로 해석해선 안 된다. 전체 맥락을 읽어야 하고, 그런 언사를 통해 얻은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달콤한 정치적 유혹에 무리수 둔 새누리당
국정원이 전격 공개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보면 정상들 간에 얼마나 치열한 수 싸움이 이뤄졌는지, 회담 내내 얼마나 많은 굴곡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대화록의 행간에는 노 전 대통령의 고뇌와 배짱, 전략적 고려들이 깨알같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이 대화록의 전문도 제대로 보지 않고선 NLL 포기, 저자세 외교라고 하는 건 난독증을 넘어 의도적 왜곡이라 하겠다. 결국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의 구체적 내용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을 어떻게 볼 것인지다. 그들은 노 전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고, '노무현 때리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NLL을 통해 상당한 정치적 이득을 보았다. 이번에도 NLL을 통해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대한 국민적 비판의 예봉을 꺾는 데 성공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이 발췌록을 쥐고 흔들 때만 해도 이런 의도는 적중하는 듯했다. 하지만 대화록을 공개하는 순간 여론의 역풍에 직면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 포기가 아니라는 여론이 2배가량 높았고, 대화록 공개가 잘못이라는 의견도 훨씬 더 많았다. 새누리당 주장의 양대 기축이 여론에 의해 거부된 것이다.
'NLL 포기' 새누리당 주장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
조금만 생각해보면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그들의 주장은 북한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개인 노무현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NLL을 포기했다고 하니 북한으로선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북한이 그토록 원하던 것이 NLL 무력화인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그것을 용인했다고 하니 얼마나 당당하게 이를 주장할 수 있으랴. 결국 새누리당의 주장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정략에 집착하다보니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되는 셈이다.
논리를 독도에 적용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우리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를 양보했다고 의회 다수당이 주장하고 그런 주장을 믿는 세력이 집권하면 당연히 일본은 전임자의 양보를 기정사실화하고자 할 것이다. 어떻게 대응할지 난감해진다. 좋은 예가 있다. 무라야마 담화가 무라야마라는 개인의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 총리라는 헌법 기관의 국가적 행위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베의 망언을 자기 부정이라 규탄할 수 있다. 이처럼 일본이 '너희 나라 대통령이 양해한 사안이니 이를 준수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수는 국익을 중시한다. 보수라고 해서 인권을 무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담론의 강조점만 놓고 보면 개인의 인권보다 국가의 이익을 앞세운다. 이런 보수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을 저질렀다. 언뜻 생각해도 정보와 보안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정보 기관이 앞장서서 정보를 공개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보수가 얼마나 천박한지를 증명하는 실례라 하겠다. 안중근 선생이 감옥에서 적었다는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이라는 말을 보수가 되새겨보면 좋겠다. 또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지적도 귀담아들으면 좋겠다. "죽은 노무현을 부관참시하는 재미에 자신들이 국익 훼손의 선봉에 서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정쟁이 아니라 국익 우선해야
정상회담 공개의 절차도 엉망진창이다. 이게 멀쩡한 나라의 일처리인가 싶다.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명예를 위한답시고 임의로 정상회담 대화록을 불쑥 공개해버렸다. 이런 일을 국정원장이 혼자 결행했다면 당장 경질하고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국기 문란의 장본인인 국정원에 대해 고작 '셀프 개혁'만 주문했을 뿐이다.
만약 청와대와 상의해서 공개했다면 이 또한 문제다. 청와대가 정쟁에 뛰어들어 국익을 훼손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개입할 명분이 없다며 정수재단 최필립 이사장의 퇴진을 그토록 완강하게 거부하던 박 대통령이라면 마찬가지로 명분이 부족했던 국정원의 공개를 의당 막았어야 했다. 그래야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다운, 그리고 대통령다운 처신이다.
국가기록원의 원본을 열람·공개하는 데 동조, 아니 주도하고 나선 민주당은 또다시 패착을 뒀다. 사본 공개를 비판하다가 갑자기 원본 공개를 주장하는 꼴이니 이 얼마나 우스운가. 이로써 새누리당과 확실하게 차별화하고, 수권 세력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놓쳤다. 이런 점에서 대화록 공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저열한 수준을 드러내는 실력 공개라 하겠다.
이처럼 까다로운 협상에는 회담 당사자의 리더십이나 창조적 행위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상의 정상회담에서도 리더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은 특히 그렇다. 따라서 굳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정상회담에서 우리 대통령이 북한의 정상을 상대하기 위해 내뱉은 말은 그 의미를 곧이곧대로 해석해선 안 된다. 전체 맥락을 읽어야 하고, 그런 언사를 통해 얻은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 지난해 대선 정국,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실이 주최한 `서해 영토선 포기하고도 대한민국 지킬 수 있나?' 토론회 장면. ⓒ연합뉴스 |
달콤한 정치적 유혹에 무리수 둔 새누리당
국정원이 전격 공개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보면 정상들 간에 얼마나 치열한 수 싸움이 이뤄졌는지, 회담 내내 얼마나 많은 굴곡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대화록의 행간에는 노 전 대통령의 고뇌와 배짱, 전략적 고려들이 깨알같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이 대화록의 전문도 제대로 보지 않고선 NLL 포기, 저자세 외교라고 하는 건 난독증을 넘어 의도적 왜곡이라 하겠다. 결국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의 구체적 내용이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을 어떻게 볼 것인지다. 그들은 노 전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고, '노무현 때리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NLL을 통해 상당한 정치적 이득을 보았다. 이번에도 NLL을 통해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대한 국민적 비판의 예봉을 꺾는 데 성공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이 발췌록을 쥐고 흔들 때만 해도 이런 의도는 적중하는 듯했다. 하지만 대화록을 공개하는 순간 여론의 역풍에 직면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 포기가 아니라는 여론이 2배가량 높았고, 대화록 공개가 잘못이라는 의견도 훨씬 더 많았다. 새누리당 주장의 양대 기축이 여론에 의해 거부된 것이다.
'NLL 포기' 새누리당 주장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
조금만 생각해보면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그들의 주장은 북한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개인 노무현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NLL을 포기했다고 하니 북한으로선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북한이 그토록 원하던 것이 NLL 무력화인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그것을 용인했다고 하니 얼마나 당당하게 이를 주장할 수 있으랴. 결국 새누리당의 주장은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정략에 집착하다보니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되는 셈이다.
논리를 독도에 적용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우리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독도를 양보했다고 의회 다수당이 주장하고 그런 주장을 믿는 세력이 집권하면 당연히 일본은 전임자의 양보를 기정사실화하고자 할 것이다. 어떻게 대응할지 난감해진다. 좋은 예가 있다. 무라야마 담화가 무라야마라는 개인의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 총리라는 헌법 기관의 국가적 행위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베의 망언을 자기 부정이라 규탄할 수 있다. 이처럼 일본이 '너희 나라 대통령이 양해한 사안이니 이를 준수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수는 국익을 중시한다. 보수라고 해서 인권을 무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담론의 강조점만 놓고 보면 개인의 인권보다 국가의 이익을 앞세운다. 이런 보수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을 저질렀다. 언뜻 생각해도 정보와 보안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정보 기관이 앞장서서 정보를 공개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보수가 얼마나 천박한지를 증명하는 실례라 하겠다. 안중근 선생이 감옥에서 적었다는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이익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이라는 말을 보수가 되새겨보면 좋겠다. 또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지적도 귀담아들으면 좋겠다. "죽은 노무현을 부관참시하는 재미에 자신들이 국익 훼손의 선봉에 서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정쟁이 아니라 국익 우선해야
정상회담 공개의 절차도 엉망진창이다. 이게 멀쩡한 나라의 일처리인가 싶다.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명예를 위한답시고 임의로 정상회담 대화록을 불쑥 공개해버렸다. 이런 일을 국정원장이 혼자 결행했다면 당장 경질하고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국기 문란의 장본인인 국정원에 대해 고작 '셀프 개혁'만 주문했을 뿐이다.
만약 청와대와 상의해서 공개했다면 이 또한 문제다. 청와대가 정쟁에 뛰어들어 국익을 훼손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개입할 명분이 없다며 정수재단 최필립 이사장의 퇴진을 그토록 완강하게 거부하던 박 대통령이라면 마찬가지로 명분이 부족했던 국정원의 공개를 의당 막았어야 했다. 그래야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다운, 그리고 대통령다운 처신이다.
국가기록원의 원본을 열람·공개하는 데 동조, 아니 주도하고 나선 민주당은 또다시 패착을 뒀다. 사본 공개를 비판하다가 갑자기 원본 공개를 주장하는 꼴이니 이 얼마나 우스운가. 이로써 새누리당과 확실하게 차별화하고, 수권 세력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놓쳤다. 이런 점에서 대화록 공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저열한 수준을 드러내는 실력 공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