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파견근무를 신청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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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대민방에서 무거운 이야기를 하는 거보다 사진 찍고 잡담이나 하면서 지내는 게 더 즐겁다. 관심사가 바뀌었기 때문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대민방이고 암꺼나고 여기 오는 목적은 재미있게 놀려고 오는 거다.
암꺼나에 가면 깔깔거리면서 잡담하고 대민방에 오면 똥밟은 표정지으며 나라걱정 인류걱정 하는 거 아니다. 둘 다 주제만 다를 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하면서 친교트고 시간 보내는 건 마찬가지다.
오늘은 아무래도 박정희 이야기를 좀 더 해야할것 같다. 박정희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또 무슨 친일파 유신독재 궁정동 서부활극 같은 이야기로 시작하여 결국 ‘돌대가리 딸’ 머리 위에 아버지의 오물을 뒤집어 씌우겠지 하고 의심어린 눈초리로 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이야기 하려는 거 아니다.
몇 주 전 박정희를 찬양하는 목사를 가리켜 멍충이라고 빗댄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거기서는 목사라는 구체적인 한 인물을 사례로 삼았지만 사실 이 말은 박정희 찬양론자 전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었다. 만일 그 멍충이 목사를 비롯한 박정희 찬양론자들이 독일에서 독일인으로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네오나치가 되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고 히틀러를 찬양하는 부랑배 집단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히틀러의 반인륜적 만행과 박정희의 폭압정치를 질량으로 비교할 수는 없으되, 네오나치나 박정희 찬양론자들이나 사고방식의 수준은 모두 같은 과에 속하기 때문에 그런 추론을 하는 것이다.
박정희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자주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업적이고 기적이다”
놀랍게도 이 말은 맞는 말이다.
우파 경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모델은 지금 어느 나라가 차용한다해도 결코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말 역시 맞는 말이다. 싸르니아는 인정할 건 화끈하게 인정한다.
이 말을 뒤집어 해석하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유일무이한 일회적이고도 우연적 사건이었다는 것,, 즉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모델은 아무 자원도 기술력도없는 최빈국이 선택할 수 있는 모범답안이나 교보재가 전혀 아니었다는 말과 같은 뜻의 문장이다. 아마도 박정희는 19 세기 후반 압축성장을 한 일본의 후발독점자본주의를 모델로 삼아 그 100 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그런 모험을 감행했을 것이다.
이제 좀 어려운 질문을 하나 해 보자.
유신독재가 없었으면 (현재와 같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이 가능했을까?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싸르니아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폭력기구로서의 국가독재가 없었다면 강제적인 자본동원과 차출, 특혜적 자원배분이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신독재란 다른 게 아니었다. 운명을 건 대도박에 쏟아넣을 판돈을 쓸어모으기 위한 폭력적인 갈취조직이었던 셈이다.
1972 년부터 1979 년 까지의 한국 자본주의를 관료독점자본주의라고 부르는 이유는 유신독재의 경제관료조직이 은행과 자본에 대해 자기들의 의사결정을 관철시켜 나갔기 때문이다.
지력과 양심을 동시에 갖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이 질문(유신독재와 경제성장의 결합)에서 심각한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모든 세상사에 선이면 선 악이면 악, 한 면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엄연히 존재했던 역사를 각색하려고만 시도한다. 박정희를 반대하는 쪽은 아마도 그 도박의 주인공 명단에서 박정희를 빼고 싶을 것이고, 반대로 박정희 찬양론자들은 그 도박을 선견지명이라는 말로 바꾸어 그를 영웅으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싸르니아가 만일 박정희 찬양론자였다면 선견지명 운운 하는 얼빠진 바보 소리를 하는 대신 이렇게 주장할 것 같다.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없듯이 돈을 따 온 노름꾼도 한 번 봐 줍시다”
왜 우파진영에는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이 없을까? ( 나도 국정원에 채용해 줘 !!)
대힌민국 경제발전에 가치를 부여하고 박정희를 찬양하려면 유신독재를 같이 찬양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버린다. 이 두 가지 즉 1970 년대 관료독점자본주의와 유신독재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좋을까?
오늘의 서구 선진자본주의가 높은 수준의 복지와 인권을 누리고 있는 그 물질적 배경에는 수 세기에 걸친 참혹하고 잔혹한 식민지 약탈사가 자리잡고 있다.
그 본원적 자본축적의 대상을 국내의 저곡가-저임금 민중들의 피와 땀으로 삼았던 1970 년대 대한민국 경제발전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약탈대상이 주로 외부였는가 내부였는가만 다를 뿐이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가 함유하고 있는 다양한 면을 관조하면서 함께 공존하는 상극적 가치들과 그 가치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아이러니와 딜레마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민거리와 토론거리가 생긴다고 본다.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가치를 도구로 하여 어느 한 면만 선택해서 재단하고 심판해선 안 되듯이, 반대로 과거의 암울했던 역사적 조건 아래서 일정한 물질적 성과를 가져다 준 나쁜 가치들, 즉 독재,노동착취, 무한경쟁, 식민지 약탈 같은 것들을 오늘에도 적용해야 할 선한 가치로 둔갑시키려고 하는 시도 역시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정도가 아니라 이거야말로 정말 사악한 행위다.
유신독재의 나쁜 점만 배워 써 먹고 있는 그의 딸을 위해 그 암울했던 시대의 나쁜 가치를 오늘에도 적용해야 하는 가치인 것 처럼 선전하고 있는 일부 우파논객들.. 참 나쁜 인간들이다.
그 나쁜 인간들 말에 넘어가 얻는 것도 없이 깨춤을 추면서 ‘박정희 시대의 가치를 오늘 대놓고 찬양할 수 있는 가치인 것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지력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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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박정희 이야기 했으니까 박정희와 관련해 어처구니없는 오해 한 가지에 대해 마저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박정희가 핵개발을 했기 때문에 미국에 의해 살해됐다는 추론에 대해서다. (다른 주제로 올린 포스팅이니 여기서는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기회가 되면 자료를 보강해서 한 꼭지로 다루어도 좋은 주제같다. 이 부록은 순전히 대민방 새식구 바름이님이 바르게 이해하시는 걸 돕기 위해 첨부하는 것임을 밝혀둔다)
박은 1972 년에 핵개발에 착수했고 동시에 당시 오원철 경제 제 2 수석을 팀장으로 하는 국산무기 현대화계획도 추진했다가 카터 집권 1 년 후인 1977 년 미국의 전방위압박에 굴복했다. 다만 유신독재와 관련해서는 국무부, 국방부,CIA 등 실무부서와 카터 대통령의 의견이 서로 달랐는데 카터 대통령이 계속 주한미군철수카드로 박을 불안하게 하는 바람에 미국의 대한정책 자체가 불안정해 지기도 했다. 박의 핵개발 포기는 프랑스 원자로 도입이 무산된 1975 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후 2 년 간 비밀리에 추진하다가 1977 년 전면 백기를 들고 만다.
이같은 사실은 1973 년 부터 2 년 간 CIA 한국지부장(1989 년부터 주한미국대사 역임)을 지낸 도널드 그레그가 자신의 회고록과 2011 년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힘으로써 이미 공론화된 내용이다.
만일 박 살해사건에 미국이 개입됐다면 그 결정적인 이유는 유신독재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1979 년에는 공교롭게도 세계 “3 대 문제아’로 조롱을 받던 3 개의 친미독재정권이 차례로 몰락했는데, 그증 이슬람혁명으로 무너진 이란의 팔레비 왕조를 제외한 니카라과의 소모사 정권과 한국의 박정희유신정권은 그 심각한 민심이반과 국제적인 비난여론으로 인해 미국의 폐기처분 대상이었다.
어쨌든 이란과 니카라과는 각각 이슬람혁명세력과 Sandinista 게릴라들에게 선수를 빼았긴 셈이 됐고, 그 세 정권 중 가장 나중에 무너진 박 정권만 내부자 암살로 붕괴되어 미국의 입장에서는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가 된 셈이 됐다.
참, 그레그 이야기만 하면 하우스만이 섭섭해 할 것 같으니,,,,,, 한국 현대사를 좀 흥미진진하게 공부해 보려면,, 우선 James Harry Hausman 과 Donald Greg, 이 두 사람에 관련된 책이나 자료를 보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전자는 해방전후사 시기에, 후자는 1970 년대 이후 대미관계와 관련해서 통로역할을 했던 사람들이다. 둘 다 착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없는 사실을 날조하거나 있는 것을 과장해서 자기 PR을 할만큼 천박한 사람들은 아닌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