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xa 님에게
----------------------------------------------------------------------------
부제: 게바라의 자유에 대한 도전을 존경하신다는 alexa 님에게 보내는 편지
샤르트르가 게바라를 가리켜 ‘이 시대의 가장 완벽한 인간 (the most complete human being of our age) ’ 라고 감탄한 적이 있지요. 그가 이념을 초월하여 세계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유는 그가 혁명가였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실천적 애정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그의 전기를 읽으면서 제일 감동했던 부분은 바티스타 정권의 군대를 무찌르고 산타클라라에 입성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남미여행을 다룬 이야기들이었어요. 이 여행 이야기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라는 영화와 소설제목으로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그가 칠레의 구리광산에서 '회심' 하는 모습, 그리고 안데스 산맥 기슭의 나환자촌에서 환자들을 거리낌없이 끌어안으며 치료해주고 함께 축제를 즐기는 모습은 또 한편의 성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장면이었지요.
그는 오히려 자기가 나환자촌을 떠날 때 환자들이 불편한 몸으로 악기를 연주하며 그와의 이별을 슬퍼하는 노래를 불러주던 모습에 진심으로 고마워 합니다. 이 눈물겨운 장면은 그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묘사하지요. 이 시절부터 드러난 게바라의 사람됨을 알면 그가 왜 1965 년 쿠바에서의 모든 공직을 미련없이 버리고 다시 위험한 전장을 선택했는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죠.
님이 말씀하신 게바라의 ‘자유에 대한 열정’ 이라는 표현을 읽으면서 조금 덧붙이자면,,,
맞아요. 저는 게바라가 철저한 자유주의자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한민국방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 처럼 말이죠. 그가 정책으로서의 사회주의를 선택한 것은 당시 남미를 옥죄고 있던 미국제국주의와 거기에 빌붙어 있던 괴뢰독재정권들과 싸우기 위한 정치적 경향성에서 나온 방법론적 산물이지, 그의 내면을 흐르고 있는 철학적 관점에서 비롯된 이념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왜냐 ? 그는 도대체 권위주의라든가 전체주의와는 친해질 수 없는 생리를 갖춘 사람이었기 때문이지요. 그가 만일 1928 년에 태어나지 않고 1960 년대에 태어났다면 처음에는 과학적 사회주의자였다가 나중에 자유주의자로 변화했겠지요. (이런 합리적인 사상적 전향을 변화라고 부릅니다. 주사파, 또는 남로당이었다가 극우로 미친놈처럼 전향하는 것을 변절이라고 하고요)
알기 쉽게 비교하기 위한 예로, 예수가 약 2 천 년전에 팔레스타인에서 태어나지 않고 20 세기에 태어났다면 유대교인이 아니라 무신론자가 되어 있었을 것 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예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 유대교인이었습니다. 착각하시면 안 되어요. 그리고 당시 기준으로는 무신론자나 다름없는 파격적인 사상을 가진 인물이었지요)
어쨌든 게바라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본능적인 사랑이 남달리 강한 사람이었던 것 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 입니다. 사회주의자였건 뭐였건 사상이란 그의 신념체계를 구성하는 토대였다기 보다는 시대적 반영에 불과한 것이었고요.
게바라의 ‘자유에 대한 도전’을 존경한다는 분이 박근혜 씨와 같이 intolerance 하고 전체주의적이며 (이 부분은 새누리당 원희룡의 박근혜 평가를 읽어 보세요) 독선적인 인물에 대한 비판과 견제에 대해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군요. 대통령 중심제를 하는 나라에서 대통령이란 말 그대로 권력의 중심이고 권력이란 항상 강력한 비판과 견제를 통해서만 비권력집단과의 최선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당연한 법칙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죠.
태사랑 사이트에 김하영 씨 처럼 명령계통에 따라 움직이는 국정원 조직원이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자생적이면서 자발적인 키보드워리어들은 종종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생적, 자발적 키보드 위리어들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름의 철학과 논리를 바탕으로 예의를 갖추어 활동을 한다면 오히려 환영하고 칭찬을 해야하겠지요.
근데,,,,,,
“게바라의 자유에 대한 도전을 존경한다” 는 것과 ‘박근혜정권에 대한 비판(혹은 약간 강도높은 비난)을 죄악시’하는 두 생각 사이에는 어떤 동질성이 있는지 몹시 궁금해서 글을 올려 보았습니다.
답변은 해 주시면 고맙고 안 해 주셔도 그만입니다.
추신: 그리고 다른 분의 닉은 그냥 닉 그대로 불러주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름이나 마찬가지인데요.굳이 번역해서 부를 이유가 있나요? ‘세일러’는 고상해 보이고 ‘뱃사람’ 은 천해 보이나요? 그런 거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