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관한 마지막 글...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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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22 08:41
참여정부 시절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에 국가위기센터를 설치하여
대형 재난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청와대가 직접 관리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를 폐지하면서
위기관리센터도 행정관급 위기정부상황팀으로 축소됐고,
통일, 외교, 군사 등 안보분야 기능만 청와대에 남았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외교안보 분야를 위주로 하고
비군사적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담당하는 구조가 유지되었지요...
그런데, 안행부가 국가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게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사고 초기 대응단계에서
부처 간 역할과 책임을 정해주고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감독해야 하는데,
잘 아시다시피 우왕좌왕 하기에만 바빴습니다...
결국 상황이 이 지경이니까 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지요...
현장의 난맥상을 바로잡고 구조를 제대로 하기 위해
권위를 세우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고 진도까지 내려갔겠지요...
그러나... 대통령이 진도까지 다녀왔는 데도 달라진 게 무엇이지요???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 다 물러나야” 라고 했지만,
지켜진 약속은 체육관에 대형 스크린 2개 설치된 것 뿐...
제 기능을 못 하는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본부장 안행부 장관) 대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범부처 사고대책본부를 만든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흐지부지 되고... 얼마나 졸속이면 하루 만에 엎어지나요???
대통령까지 나섰는데도 구조작업은 여전히 허둥지둥 갈팡질팡...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은 “나는 두 손 들었다. 원하는 게 있음 윗사람에게 얘기하라”...
안행부 감사관은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사진 찍자”...
서울시장 되겠다고 나선 분 아드님은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이렇게... 인간의 탈을 쓴 야만이 설쳐대는 사이에...
죄 없는 어린 넋들은 하나둘 싸늘해진 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대통령은 여전히 아랫사람들 질책만 하고 있습니다...
학급에 사고가 터졌는데 앞장서서 수습해야 할 담임선생이
뒷짐 진 채 반장과 주번만 닥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켜진 약속이 거의 없는데도 사과를 하거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사고 현장의 혼선을 수습하고 구조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진도에 간 게 아니라
어느 분 표현처럼, 실종자 가족과 국민이 “지알”할까봐 간 것이었나요???
대형 참사가 터질 때마다 국민들은 기도나 하고 성금이나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다고 우리 곁에서 사라진 꽃다운 이들이 웃는 얼굴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이런 비극이 다시는 우리에게 닥쳐오지 않을 거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요???
이제 며칠만 지나면 모든 일들은 망각의 시간 속으로 사라져버릴 겁니다...
그게 너무나 안타깝고 분통이 터집니다...
우리 같은 소시민들은 왜 매번 쓰라린 상처를 부여안은 채 살아가야 하나요???
무능한 정부와 무능한 어른들 때문에 스러져간 푸른 영혼들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