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담화를 보고서..
대통령이 대국민 앞에 세월호 사고의 최종 책임자가 자신임을 고백하고, 사과하고, 의롭게 죽은 희생자들을 위해 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데 우리는 어떤 아픔과 분노를 느껴야 했는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눈물, 아픔을 겪어야 했는가? 희생자를 모욕하고, 가족들을 능멸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들을 이상한 사람 취급이나 하는.. 정권도 언론도 기업도 제 책임을 다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얼마나 힘겨워 했는가? 그런데, 사과했음 되었지 무얼 더 바라느냐?는 철면피 같은 말을 들으며..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실감한다.
대통령이 내놓은 후속조치들 중 해경을 없애고, 안전행정부의 안전관리 역할을 안전을 관리하는 처를 신설하여 총리실 산하로 둔다는게, 희생자의 보상 문제를 해운사에 구상권을 청구한다는게, 관료 집단의 나쁜 관행을 바로잡는다는게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다. 필요하면 특검을 실시하고 진상조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도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실질적으로 이루어질지는, 그리고 이러한 방안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또한, 국가 안전을 총괄하는 처는 총리실 산하로 두는 것보다는 대통령 직속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봐야 할 부분은 더 생각해 볼 것이다.
하지만, 다가 아니다. 18명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생존한 이들이 여전히 공포에 떨며 가족들이 아픔으로 신음하는 이 상황에서..아직 세월호는 끝날 수 없다. 언제까지 끌어안을 것이냐 묻는다면 나는 살아 있는 이들이 일상으로 온전히 복귀할 때라고 말하려 한다.
또한, 국민 모두가 대통령이 최종 책임자로서 어떻게 책임있는 모습을 다하는지 지켜봐야 하며, 이 과정이 명명백백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더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참사로 잠시 미뤄두었던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과 그 사이 자행된 철도 민영화 등의 사회 문제를 다시 담론의 장으로 불러야 한다. 민주주의가 유린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여러 문제를 우리는 잊은게 아니라 미뤄 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언론의 문제도 우린 깊이있게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이 참 버겁다. 일상에서 주부로 직장인으로 살면서, 뉴스를 챙겨 보고,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건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게 역시 많이 버겁다. 하지만, 두 번 다시 벽에 머리를 찧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밤새 되뇌이는 날이 없길 바라며.. 누가 뭐래도 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헌법과 인권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것이 5.18과 세월호 참사 등등으로 희생된 수 많은 국민에 대한 나의 도리이며 당연한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