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의 수준

홈 > 커뮤니티 > 정치/사회
정치/사회

- 정치, 사회, 경제, 종교 관련 글을 올리는 곳입니다.
- 게시물은 매주 2개까지 올리실 수 있습니다.


안대희의 수준

호루스 11 278

안대희씨가 국무총리를 지명받은지 6일만에 사퇴했다.

 

가장 큰 이유는 5개월만에 16억을 벌었다는 부분.

그외 기타 사유로 자식의 병역특혜, 위장 전입, 증여세 미납부 의혹, 양도세 탈루 의도 의혹 등이 있다.

 

대충 그의 이력을 살펴보니, 기득권 층에서는 그다지 흠잡을 일이 없는 인생을 살아온 모양이다.

 

금전적 부정, 난잡한 이성관계,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 쌓아 올린 재산, 권력의 향배에 따라 움직이는 기회주의적 속성, 거기에 뻔뻔스러움, 그리고 배려없고 천박하기 이를데 없는 어투...대충 요정도가 내가 생각하는 기득권의 모습이다.

 

혹여 오독하실 분이 있을까 언급하는데, 기득권이란 현 여당만을 의미하지 않고 야당도 포함되며, 여당 내에서도 살아온 인생이 그다지 흠잡을 것 없는 이도 존재하리라고 믿는다.

 

안대희씨는 대법관 은퇴 이전만 해도 그런데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 모양이다. 그것이 더더욱 높은 자리를 노린 출세욕 탓인지 알수 없으나, 인간이라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욕심이고, 또 그 정도 자제도 없이 뻔뻔스레 나대는 인간들에 비하면, 마지막으로 내가 저 위치라면...이라는 상상력을 발휘해보아도 안대희 씨의 처신은 분명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도덕심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대법관까지 지내고 한때 박근혜 대통령을 도우려했으나 김종인, 이상돈 등과 함께 팽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시점이후 더이상의 출세는 없다고 생각하고 거의 60년 평생을 다해왔던 긴장감과 자제심을 풀어 버린것 아닐까?

 

그는 분명히 보수적인 색채를 그간 드러냈고(야당쪽으로 붙을 수는 없고), 박근혜 정부가 끝나는 시점에 대략 64세 전후가 된다.

이명박, 박근혜 10년이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고 보았을테고, 거기에 현 야당이 집권시 5년을 더하면 70세 언저리가 되어 더이상 인생에 있어서 오를 자리가 없다고 보았을 것이다.

 

대법관까지 지낸 사람이 국회의원 정도로 만족하지는 더더욱 않을테고.

 

어쩌면 그래서 그는 지난 세월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 노력했는지 모른다.

이제 마지막으로 돈이나 원없이 벌고, 번만큼 어려움 사람도 좀 도와가면서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게 뜬금없는 총리 지명으로 몽땅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박근혜 대통령이 수첩공주라고 할지라도, 내 맘대로 인사의 화신일지라도 최소한 상대방 의중은 떠보고 했을 것이다. 사전 연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가 삑사리라도 나면 그건 정말 황당한 일일테니.

 

안대희는 까마득한 과거 어느 시점의 문제거리도 아니고, 바로 현재진행형인 '억수로 돈벌기','전관예우 논란'을 어째서 고려하지 않았을까? 대통령의 사전 통고에 왜 자신의 문제점을 돌아보지 않았을까?

 

4대강 대통령의 전례가 있으니(대통령 되면 재산 환원할께 뽑아주세용)....자신은 그런 얍쌉한 재단 따위 설립없이 그냥 기부한다고 하면 용납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마지막 한순간의 자제력을 놓아버린 순간, 지금까지 쌓아온 전 인생을 평범한 기득권층의 모습으로 추락해버린 안대희.

수미일관이라는 말이 이토록 무섭게 느껴지는건...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

 

그가 인간적으로 매우 아쉽다.

기득권층에도 수준있는 사람을 보고 싶었는데...또 정말 냉정히 생각하면 우리사회 수준에서 공돈도 아니고, 로펌의 얼굴마담을 한것도 아니고, 어쩄거나 순수히 자신의 노력으로 벌은 돈 탓에 망가지니 말이다.

 

그냥 전두환이 생활비로 쓰라고 6억을 주니(현재가치는 안대희의 16억을 가뿐히 뛰어넘을터)  불과 20대의 처녀가 턱하니 받고서도 대통령까지 하는 우리사회 수준을 두고보면 정말로 안대희가 안쓰럽기만하다.

11 Comments
필리핀 2014.06.03 08:06  
안대희에 대한 평가... 저는 좀 다릅니다...

고시 출신들은 인생 역전을 위해 참고 견디는데 익숙해져 있지요...

고진감래의 참맛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죠...

안대희가 도덕성 코스프레한 것...

인생 말년의 한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공주님께서 처음 부르셨을 때...

사법고시 합격했을 때 만큼이나 기뻐서 춤췄을 거에요...

근데... 한광옥 영입 문제로 갈등을 겪다 튕겨나오자...

이제 관직 운은 끝났으니 돈이나 벌자...
(이른바 전관 예우도 염두에 두고 있던 또다른 한방이죠...)

싶어서 정신없이 긁어모았겠죠...

근데... 근데... 연이은 국정 난맥상에다... 세월호 참사까지 겹쳐

궁지에 몰린 공주님께서 자신을 다시 부를 줄을...

로또 100장이 한꺼번에 맞은 것과도 같은 그 엄청난 기적이...

자신에게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죠...

근데... 근데... 근데... 아무리 출세욕에 눈이 멀었다 해도...

지난 몇 달 동안 자신이 한 행태를 돌이켜 보면...

그쯤에서 정중하게 사양하고 부의 축재에나 몰두하는 게 순리인데...

부랴부랴 유니세프에 기부하고, 일부 재산 사회 환원하겠다며

양손의 떡을 다 먹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이는 걸 보니...
(이 대목에서 그동안의 고진감래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들통이 났죠...)

아... 권력이란 게 저토록 좋은 것인가...

그 좋은 권력 앞에서는 염치고 쪽팔림이고 다 부질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ㅡ,.ㅡ
호루스 2014.06.03 09:27  
고시 출신들이 참고 견디는데 익숙하다...는 의견이 바로 제가 얘기하고자 했던 더 높은 자리를 위한 자제심이란 의미죠. 소탐대실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하는 자세는 그래도 본받을만 하지 않을까요?

우리사회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 대해 공자님 정도의 성인 수준을 요구하고, 대통령에게는 수퍼맨 수준의 능력을 요구하는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보입니다.

안대희씨가 잘했다는게 아니라, 16억 벌어들이기 전까지 그래도 우리사회 전체 수준에 비해 꽤 도덕적인 삶을 살았고, 막판 총리 지명을 스스로 거절하는 정도의 염치를 왜 발휘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본문 중 '이 대목에서 그동안의 고진감래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들통이 났죠...'라는 언급도 그러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사시합격 이후 그동안의 보상심리로 그 자신의 출신에 비추어 억수로 돈을 긁어모았습니다. 그런데...부림사건 이후로 더 큰 이상을 가지고 인생을 살았지요.

노무현은 속물 변호사라고 우리 사회가 냉정하게 내쳐버렸다면 대통령 노무현은 존재하지 않았겠지요.

안대희씨가 한 보상심리...그게 꼭 욕을 할 일일까요? 전 제 경우라도 인생 그렇게 열심히 살았으면 그 정도 보상심리로 축재를 했을 것 같습니다.

본문에도 그를 위해 변명했지만...공돈이나 뇌물도 아니고 로펌에 들어가서 얼굴마담하는 등의 뻔뻔한 행태로 돈을 벌지는 않았더군요. 아마도 그 스스로 생각하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었을테고....그게 우리 사회에서 국무총리 후보에게는 용납되지 못할 수준의 금액이라는데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같습니다.

저는 아쉽게 생각하고, 필리핀님은 당연한 거다 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필리핀 2014.06.03 11:29  
참고 견디는 걸 이타적 희생 정신으로 볼 것이냐...

이기적 욕망 달성을 위한 절치부심으로 볼 것이냐... 의 차이겠죠...

사법고시 출신으로서의 최대치는 대법관이다...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실제로 그렇게 은퇴해서 귀감이 되는 여생을 보내는 법관들도 많이 있지요...

그런데... 안대희는 노무현 정권 때 "칼춤"(이건 본인의 표현이죠) 출 때부터 느꼈지만,

권력에 대한 집착과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인 거 같아요...

젊었을 때는 멋도 모르고 욕망을 좇다가 나이 들면서 이성을 되찾는 건 좋아보이는데

늙어갈수록 점점 욕망의 덩어리가 되어가는 건 넘넘 추해보여요...
(안대희도 고승덕도 그렇고 기춘대군도 그렇고... 참...)

그것도 이미 누릴 걸 다 누려본 사람들이 말이죠...
호루스 2014.06.03 11:33  
그렇죠. 그래서 국무총리가 못된 것은 아주 다행입니다.
아켐 2014.06.03 08:26  
어느 기자가 그러더군요.
안대희는 많이 긁어모은게 아니라구요.
아예 공직에 나갈 생각없는 대법관 출신들은 100억대로 긁어모은다고.
어찌 보면 좀 억울할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안대희 본인은 혹시 모를 공직을 엄두에 두고 자기들 세계에선 아주 조금 받은건데..
그것이 이리 큰 파장을 낳을지 몰랐겠구나..
역시 사는물이란건 다 다르구나...하구요
호루스 2014.06.03 09:29  
안대희씨가 국무총리가 못된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어느 정도 고위 공직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셈이죠.
필리핀 2014.06.03 11:33  
안대희의 축재는 제대로 시작도 못해 보고 끝난 거지요...

예상치 못한 국무총리 지명 땜에 도중에 들통이 나서 그렇지...

아마 계속했음 몇년 만에 수백억 원은 가뿐하게 모았을 겁니다...

(5개월만에 십몇 억을 모았잖아요...)

돈의 맛... 그거 한번 맛보면 끊기가 어렵거든요... ^^;;;

그가 총리직을 위해 재산 일부를 사회 환원하겠다고 한 것도

총리 그만 두고 다시 모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나마스테지 2014.06.03 21:49  
필리핀님 시각에 동감합니다.
날자보더™ 2014.06.03 16:08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사법부의 수장격인 대법관까지 지냈던 인사가 국무총리 지명을 흔쾌히 받아들이는게 참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국무총리로서 국가에 봉사하겠다는 생각은 순수한 눈으로 보면 기꺼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삼권분립의 정신이 훼손되는 것 아닌가 싶어요.

헌법재판관에 비하면 재판을 함에 있어 정치색이 덜해야하는 대법관일텐데 그럼에도 복잡한 사건들 중 상당수가 법리적 판단 외에 정치적 판단을 요하고, 그러한 판단의 기준이 대법관 임기 후 자신의 포지셔닝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사법부 스스로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이며 후임 판,검사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지우는 또 다른 의미의 전관예우를 청와대가 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자들이 더 이상 행정부의 얼굴마담격인 국무총리 지명을 쌍수들어 환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매우 개인적인 제 의견입니다.
필리핀 2014.06.03 20:21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그게 너무나 안 지켜지고 있죠...
여우야여우야 2014.06.03 16:27  
~ 것이 아닐까?
~ 할 것이다..
~ 했는지도 모른다..
~ 하지 않았을까?
~ 했을것 같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