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의 수준
안대희씨가 국무총리를 지명받은지 6일만에 사퇴했다.
가장 큰 이유는 5개월만에 16억을 벌었다는 부분.
그외 기타 사유로 자식의 병역특혜, 위장 전입, 증여세 미납부 의혹, 양도세 탈루 의도 의혹 등이 있다.
대충 그의 이력을 살펴보니, 기득권 층에서는 그다지 흠잡을 일이 없는 인생을 살아온 모양이다.
금전적 부정, 난잡한 이성관계, 다른 사람의 희생 위에 쌓아 올린 재산, 권력의 향배에 따라 움직이는 기회주의적 속성, 거기에 뻔뻔스러움, 그리고 배려없고 천박하기 이를데 없는 어투...대충 요정도가 내가 생각하는 기득권의 모습이다.
혹여 오독하실 분이 있을까 언급하는데, 기득권이란 현 여당만을 의미하지 않고 야당도 포함되며, 여당 내에서도 살아온 인생이 그다지 흠잡을 것 없는 이도 존재하리라고 믿는다.
안대희씨는 대법관 은퇴 이전만 해도 그런데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 모양이다. 그것이 더더욱 높은 자리를 노린 출세욕 탓인지 알수 없으나, 인간이라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욕심이고, 또 그 정도 자제도 없이 뻔뻔스레 나대는 인간들에 비하면, 마지막으로 내가 저 위치라면...이라는 상상력을 발휘해보아도 안대희 씨의 처신은 분명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도덕심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대법관까지 지내고 한때 박근혜 대통령을 도우려했으나 김종인, 이상돈 등과 함께 팽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시점이후 더이상의 출세는 없다고 생각하고 거의 60년 평생을 다해왔던 긴장감과 자제심을 풀어 버린것 아닐까?
그는 분명히 보수적인 색채를 그간 드러냈고(야당쪽으로 붙을 수는 없고), 박근혜 정부가 끝나는 시점에 대략 64세 전후가 된다.
이명박, 박근혜 10년이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고 보았을테고, 거기에 현 야당이 집권시 5년을 더하면 70세 언저리가 되어 더이상 인생에 있어서 오를 자리가 없다고 보았을 것이다.
대법관까지 지낸 사람이 국회의원 정도로 만족하지는 더더욱 않을테고.
어쩌면 그래서 그는 지난 세월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 노력했는지 모른다.
이제 마지막으로 돈이나 원없이 벌고, 번만큼 어려움 사람도 좀 도와가면서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게 뜬금없는 총리 지명으로 몽땅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박근혜 대통령이 수첩공주라고 할지라도, 내 맘대로 인사의 화신일지라도 최소한 상대방 의중은 떠보고 했을 것이다. 사전 연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가 삑사리라도 나면 그건 정말 황당한 일일테니.
안대희는 까마득한 과거 어느 시점의 문제거리도 아니고, 바로 현재진행형인 '억수로 돈벌기','전관예우 논란'을 어째서 고려하지 않았을까? 대통령의 사전 통고에 왜 자신의 문제점을 돌아보지 않았을까?
4대강 대통령의 전례가 있으니(대통령 되면 재산 환원할께 뽑아주세용)....자신은 그런 얍쌉한 재단 따위 설립없이 그냥 기부한다고 하면 용납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마지막 한순간의 자제력을 놓아버린 순간, 지금까지 쌓아온 전 인생을 평범한 기득권층의 모습으로 추락해버린 안대희.
수미일관이라는 말이 이토록 무섭게 느껴지는건...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
그가 인간적으로 매우 아쉽다.
기득권층에도 수준있는 사람을 보고 싶었는데...또 정말 냉정히 생각하면 우리사회 수준에서 공돈도 아니고, 로펌의 얼굴마담을 한것도 아니고, 어쩄거나 순수히 자신의 노력으로 벌은 돈 탓에 망가지니 말이다.
그냥 전두환이 생활비로 쓰라고 6억을 주니(현재가치는 안대희의 16억을 가뿐히 뛰어넘을터) 불과 20대의 처녀가 턱하니 받고서도 대통령까지 하는 우리사회 수준을 두고보면 정말로 안대희가 안쓰럽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