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거쳐 유럽을 가는 꿈이 미뤄진 것이 가장 뼈아픕니다.
어쩌다 팔자에 없는 유럽도 가 보고, 어쩌다 보니 동남아도 좀 돌아 다녀 보고...
그러다가 느낀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우리가 '국경'이라는 것을 대하는 그 무게...
유럽이야 옛날부터 문화와 공간을 공유해 온 역사가 깊으니 또 그렇다 치더라도...
동남아 같은 나라들도 국경이 있고 국경을 지키는 수비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일단 우리는 '국경' 하면 겁부터 납니다. 넘어서는 안 되는 금기 같은 거지요.
'국경'하면 먼저 철조망이 생각 납니다.
거기다 지뢰 같은 것도 있고, 또 국경을 넘게 되면 바로 총 맞게 되는 그런 상황도 있고요...
다른 나라들도 함부로 국경을 넘으면 처벌을 받지만 전기 철조망도 없고 지뢰도 없습니다.
심지어 태국 어느 곳에서는 국경 검문소와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미얀마 사람으로 보이는 청년 세 명이 무릎 위로 오는 깊이 정도의 강을 넘어 오더라고요... 솔직히 얼마나 얼척 없던지... 그래도 명색이 '국경'인데... 그리 멀지 않은 국경 검문소에는 총 든 군인도 있던데... ^^;;
사실 제가 정말 안타까워 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와는 다른 '국경'의 모습 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가진 안 좋은 말버릇 가운데 '반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마도 역사적으로는 섬나라라는 열등감을 늘 갖고 살았고 스스로를 '열도'(우리말로는 '줄섬'. 여러 섬들이 줄지어 있는 모양새)에 사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던 일본이, 엄연히 대륙에 속해 있는 조선을 일컬어 '반도'라고 일컫던 것에서 본격화된 걸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니들도 반 쯤은 섬 같은 곳에 살고 있다'는 물귀신 심뽀?)
그것이 굳어지고 또 옛날 버릇 못 버린 관료들과 언론에서도 한국을 일컬어, 혹은 남과 북을 아울러 '한반도'라고 하고 있지만, 사실 '반도'는 땅 모양으로 얘기할 때나 쓰는 표현이고('열도' 같은 말도 마찬가지...) 한국은 엄연히 '대륙'입니다.
왜 이런 얘길 하는고 하니...
우리가 아래로는 바다로 둘러 쌓여 있고, 위로는 어쩌다 보니 북한과 남에 뜻에 따라 갈라져 싸우다 보니(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아니라 도대체 왜 우리가 조개졌어야 했을까!???) 남한은 마치 섬 아닌 섬 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 덧붙임. 우리나라가 반도(반섬) 지형이 아니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남과 북을 아울러 쉽게 부를 때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과 견줘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국과 견줘서 말할 때라면 그건 단순 지형 구분이 아니라 지리 구분인데, 중국도 대륙에 속한 나라이고 우리도 대륙에 속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찌기, 통일은 좀 천천히 하더라도 철길이나 도로를 연결해서 중국으로 갈 수 있다면 그건 단순히 좀 편하거나 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가지는 인식 체계에서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해 왔습니다.(이 즈음에서 분명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라는 분도 계시겠지만, 하고자 하면 가능합니다. 남과 북이 아무리 죽일 듯이 싸워 왔어도 심지어 박통 때도 뒤로는 다 교류를 해 왔고요, 심지어 미국과 소련-지금 러시아-이 철천지 원수처럼 싸워 왔지만 뒤로는 다 쿵짝쿵짝하고 사는 게 인간 세상입니다.)
지금도 러시아에서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만약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비록 중간에 한번 갈아 탄다 하더라도...) 유럽까지 바로 갈 수 있다면 그건 우리가 스스로를 값 매기는 인식 체계에 무척이나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섬처러 갇혀있는 세상에 살면서 가지는 인식과 사통팔달 열려있는 세상에 살면서 가지는 인식 차이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고 체계도 좀더 열린-흔히 하는 표현으로 '대륙적인'- 사고를 하지 않겠습니까?(대륙의 기상?)
그래서 저는 통일은 단계적으로 서서히 신뢰를 쌓아 가면서 하더라도 육로 연결 문제부터 먼저 해결되었으면 했고, 또 그렇게 된다면 통일을 위한 신뢰를 쌓는 데에도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바로 유럽을 가는 꿈, 언제나 다시 꾸어 볼 수 있을까요......?
* 그나마 남은 희망인 '종전협정'이라도 어떻게 좀...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