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군대의 개망신이 불러올 의외의 참극
============
반NATO-핵동맹 예방전쟁(preventive war)의 포성은 일찌감치 예고되어 있었다. 나는 전쟁발발 4 일 전인 지난 2 월 20 일(MST) 올린 글에서 러시아군이 금명간 국경을 돌파하여 상대국 수도 키이우(영어발음 키예프)를 향해 진격을 시작할 가능성이 압도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예측이 빗나간 게 있다면 그 이후 벌어진 전쟁양상이었다. 일단 러시아측의 총공세가 시작되면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도시들이 일주일 안에 러시아군 수중에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이 예측은 빗나갔다. 전쟁발발을 확신했던 사람들이나, 전쟁가능성을 일축했던 사람들이나, 이 대목에서는 둘 다 똑같이 헛발질을 날렸다. 볼로디미르 올렉산드로비치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듭되는 암살위협과 군사적 절대열세에도 불구하고 수도를 사수하며 항전을 벌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국경돌파명령을 내린 푸틴 역시 전면전이 개시되면 젤렌스키는 수도함락 직전에 미국측의 도움을 받아 국외로 탈출하고, 우크라이나 친미정부는 자연스럽게 붕괴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을 것이다.
푸틴의 그런 믿음은 절반만 맞았다. 미국이 젤렌스키에게 탈출을 권유하고 라이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 까지는 푸틴의 예상대로였는데, 젤렌스키가 미국의 제안을 일거에 거절하고 죽음을 불사한 결사항전을 실제행동으로 옮기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
푸틴은 공작전문가 출신이지 군사전문가 출신이 아니다. 그는 그의 군대가 국경을 돌파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젤렌스키 정부가 항복하거나 붕괴할 것이라는 자신감에 넘쳐서 그랬는지, 한 국가를 상대로 전면공격작전을 수행하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보급 및 지원통로확보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푸틴은 모든 것을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는 타입이라 참모들이 전면침공작전이 불러올 여러가지 수행요소들 대한 조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도처에서 드러났다.
기계화부대이면서 소규모 전술대대단위로 남의 나라 영토에 들어간 침략군은 부대별 작전지역으로 산개하면서 점점이 흩어지는 바람에 보급선을 확보하지 못했다. 전차를 비롯한 중무장 장비와 차량들은 연료가 소진되어 주유소를 찾아 헤매다가 곳곳에서 기동을 멈췄다. 기동을 멈춘 기계화부대란 전투력을 상실한 고철더미에 지나지 않았다.
전투력을 상실한 고철더미는 소총과 화염병으로 무장한 적국 시민들에 의해 포위되어 고스란히 그들의 손에 넘어갔다. 기계화 부대요원들은 전차와 장비를 다루는 특기병들이지 각개전투에 숙달된 보병 전투원들이 아니므로 장비를 버려둔 채 도주하거나 무장한 시민들에게 항복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쟁은 아직 진행중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은 지금까지 벌어진 전투기록만으로도 천하의 오합지졸들이 모인 당나라 군대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그 책임은 현지에 투입된 단위부대의 작전실패에 있다기 보다는 애초에 공격편제 자체를 잘못 구성한 러시아군 최상층부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일주일 간 벌어진 놀라운 사태에 고무된 미국은 오늘 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폴란드 국경지역에 파견하여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하게 하고, 난민촌까지 방문하여 난민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이라는 장담을 했는데, 이 말은 덕담이 아니라 러시아의 재래전 전쟁조직력과 실전부대의 전투능력을 눈으로 확인 한 후 내린 결론이기도 할 것이다.
푸틴의 선택은 두 가지가 남았다.
첫째, 패전을 받아들이고 철군을 하는 선택이다.
우크라이나를 미국과 NATO 진영에 내주는 것인데, 이 선택을 할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선에서 미국과 친미유럽이 연대하고 있는 핵군사동맹을 마주해야한다. 이런 상황이 도래할 경우 푸틴은 권력유지는 커녕 내부변란으로 생명조차 부지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리게 될 공산이 크다. 이미 치명적인 군사적 약점을 노출했기 때문에 철군에 따른 협상에서 러시아측이 얻어낼 거리는 그리 신통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키이우를 점령하고 젤렌스키를 체포하든지 국외로 쫓아낸 후 친러시아 정부를 수립하는 당초계획을 밀고나가는 것이다.
이 선택을 할 경우 가장 큰 장애물은 수도사수전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규군 및 시민 민병대와 일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3 백 만 명에 달하는 대도시에서 시가전을 벌이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푸틴이 만일 키이우 점령을 결심한다면 러시아군은 우선 키이우 시민들에게 몇 날 몇 시까지 도시를 떠나라는 경고를 할 것이다. 러시아군은 도시에서 중무장한 상대국 군대와 민병대를 궤멸시키고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전투진지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등 구조물들을 적진의 단위 무장벙커로 개념화하고, 현지 지리에 어두운 자국군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중파괴 및 살상무기를 동원한 무장벙커 섬멸작전을 구사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건물과 구조물들이 촘촘히 밀집해 있는 대도시에서 재래식 무기와 병력만으로 게릴라전으로 맞서는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려면 엄청난 희생과 긴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무장벙커를 초토화하고 무장벙커에 몸을 숨기고 있는 적진의 무장인원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러시아군이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무기는 thermobaric weapon 또는 fuel air explosive (FAE)라고 불리우는 열압력탄이 유력하다. 화약이 아닌 공기중의 산소를 모조리 흡수해 일대를 진공상태로 만들면서 생명체는 우선 질식사시키고 구조물은 가루로 만드는데, 초토화 반경이 수 킬로미터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민가가 밀집한 도시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주로 적 수뇌부 또는 적의 전쟁지휘부가 은신하고 있는 지하벙커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무기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이번 작전에서 TOS-1 열압력탄 장전 자행다연장포를 투입했는데 그 중 한 대가 진흙밭에 빠지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가 우크라이나 농민이 모는 트랙터에 구조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만일 러시아군이 기어이 젤렌스키 정부를 전복하고 키이우를 점령하고자 한다면 키이우 시내에 집중되어 있는 상대국 무장거점을 초토화시키는 작전을 구사할 것이 분명한데, 만일 민간인들이 모두 소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열압력탄같이 사용이 금지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다면 나중에라도 전쟁범죄혐의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푸틴, 언젠가는 전쟁범죄자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두 번 째 선택을 할까, 아니면 권력을 내 놓을 각오를 하고 사실상의 패배를 인정한 후 철군명령을 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