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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울주 4 427
법치주의는 죽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 김 동 진

판사와 검사의 책무는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다. 선거에 의하여 다수의 지지를 얻은 정권은 때때로 힘에 의한 ‘패도정치(覇道政治)’를 추구한다. 소수의 권력자들이 국가의 핵심기능을 좌지우지하고,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권력자들의 마음 내키는 대로 통치를 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아무리 다수결의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정신의 한 축인 ‘법치주의(法治主義)’를 유린하는 것이다.

헌법이 판사와 검사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면서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에 임하라”고 하는 준엄한 책무를 양 어깨에 지운 것은, 판사와 검사는 정치권력과 결탁하지 아니한 채 묵묵히 ‘정의실현(正義實現)’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전제돼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판사와 검사에게 ‘신뢰(信賴)’를 부여한다면, 우리들은 그것을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우리들의 심연(深淵)에 있는 출세욕, 재물욕, 공명심과 같은 인간으로서의 모든 사심(私心)을 떨쳐 버려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나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죽어가는 상황을 보고 있다. 2013년 9월부터 올해의 이 순간까지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현 정권은 ‘법치정치’가 아니라 ‘패도정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런 과정에서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고군분투(孤軍奮鬪)한 소수의 양심적인 검사들을 모두 제거하였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관하여 의연하게 꿋꿋한 수사를 진행하였던 전임 검찰총장은 사생활의 스캔들이 꼬투리가 되어 정권에 의하여 축출되었다. 2013년 9월부터 10월까지 검사들을 비롯한 모든 법조인들은 공포심에 사로잡혀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밝히려고 했던 검사들은 모두 쫓겨났고, 오히려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덮으려는 입장의 공안부 소속 검사들이 국정원 댓글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게 되었다. 한 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관련된 중요한 재판이 한 편의 ‘쇼(show)’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각종 언론은 이런 상황을 옹호하면서 나팔수 역할을 하였다. 내가 바라본 2013년의 가을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죽어가기 시작한 암울한 시기였다.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였다. 당연히 구조됐어야 할 수많은 사람들이 어이없게 죽었다. 인명구조를 담당한 해경의 대응에 직무유기적인 형사책임의 요소가 있었으므로, 마땅히 그런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언론보도가 이루어져야 했고, 또한 검찰이 선장과 선원 등을 수사함에 있어서도 해경의 구조 담당자들을 아울러 수사했어야 했다.

그런데 법치주의 정신에 입각해 보면 당연히 진행돼야 할 이러한 과정들이 정권에 의하여 차단이 되었고, 국민들은 현 정권이 뭔가를 은폐한다는 의혹을 품은 가운데 사태가 커지는 형국으로 전개되었다.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에서 현 정권이 승리하면서 이런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세월호 유족들은 아직도 민간기구(특별조사위원회)에게 수사권과 공소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어제 국정원 댓글 판결을 선고하였다.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정치개입’을 한 것은 맞지만, ‘선거개입’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공직선거에 관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위법적인 개입행위에 관하여 말로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동기참작 등의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슬쩍 집행유예로 끝내 버렸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판결문을 찾아 출력한 다음 퇴근시간 이후에 사무실에서 정독을 하였다. 판결문은 204쪽에 걸친 장문(長文)인데, 주로 개별적인 증거들의 취사선택에 관하여 장황하게 적혀 있고, 행위책임을 강조한다는 원론적인 선언이 군데군데 눈에 띄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선거개입의 목적』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공직선거법위반죄를 무죄로 선고하였다.

판결문을 모두 읽은 후에, 나는 이런 의문이 생겼다. (1) 2012년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인데, 원세훈 국정원장의 계속적인 지시 아래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인 댓글공작을 했다면, 그것은 ‘정치개입’인 동시에 ‘선거개입’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도대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이라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가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일까? ... 이것은 궤변이다!

(2) 판결문의 표현을 떠나서 재판장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에 따라 독백을 할 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할까?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선거개입의 목적이 없었다니...』 허허~~ 헛웃음이 나온다.

(3) 재판장은 판결의 결론을 왜 이렇게 내렸을까? 국정원법위반죄가 유죄임에도 불구하고 원세훈 국정원장에 대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하였으니, 실질적인 처벌은 없는 셈이다.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에 국정원장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처리해도 되는 것인가? 이 판결은 ‘정의(正意)’를 위한 판결일까? 그렇지 않으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앞두고 입신영달(立身榮達)에 중점을 둔 ‘사심(私心)’이 가득한 판결일까? ...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다시 돌아와서, 판사님들과 법원 가족들에게 고사 성어 하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중국의 고사 성어에는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말이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진시황이 죽은 후 환관 조고는 권력을 잡고서 허수아비 왕 호해에게 사슴(鹿)을 바치면서 "말(馬)입니다."라고 말했다. 왕인 호해는 "왜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합니까?"라고 말하며 신하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대부분의 신하들이 조고의 편을 들면서 "말이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단지, 몇 명의 신하들만이 "말이 아니라 사슴입니다."라고 진실을 말했는데, 환관 조고는 나중에 진실을 말했던 그 신하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한 마디로 말하겠다. 나는 어제 있었던 서울중앙지법의 국정원 댓글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국정원이 2012년 당시 대통령선거에 대하여 불법적인 개입행위를 했던 점들은 객관적으로 낱낱이 드러났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自明)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명백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담당 재판부만 “선거개입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지록위마가 아니면 무엇인가? 담당 재판부는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말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2013년에 형사정책연구원이 성인남녀 17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3%가 “돈과 권력이 많으면 법을 위반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데 유용한 수단으로 “법(法)”을 꼽은 응답자는 43%로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3년 전에 전국의 성인남녀 2937명을 대상으로 한 법률소비자연맹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2%가 “법을 지키면 손해”라고 대답해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4. 3. 26.자 세계일보 참조).

사법부가 국민들의 상식과 순리에 어긋나는 『지록위마의 판결』을 할 때마다, 국민들은 절망한다. 지인들은 나에게 말하기를 “제발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국민들은 더 큰 “뭔가”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제발 상식과 순리가 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논어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신뢰가 없는 곳에는 국가가 존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나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에 여당/야당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았다. 누군가 “편 가르기” 풍조에 입각하여 나를 향하여 “좌익판사”라고 매도한다면, 그러한 편견은 정중히 사양하겠다. 나는 판사로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몰락에 관하여 말하고자 할 뿐이다. ... 법치주의 수호는 판사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책무이다!!!

4 Comments
필리핀 2014.09.12 16:21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라는 판검사들이

3년 후면 물러날 정권 앞에서 왜 다들 쫄고 있는지...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통을 물아붙이던

그 무대포와 패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인물은 간 데 없고 쪼다들만 설치는 세상이여...
호루스 2014.09.12 21:18  
명문이랄건 없는데, 그냥 가장 상식적인 글이네요.

상식적이란게, 참으로 드문 세상이다보니 더욱 돋보이는듯 합니다.

여기서 궁금한게... 속칭 벌레들은 어떤 의견일가요? 또는 벌레들의 의견만 갖다 퍼나르는 사람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alexa 2014.09.13 22:58  
어디서 베낀지는 모르지만 그만 가져오세요.

제가 보기엔 가카새키 이정렬판사보다 저열하네요.

이정렬이가 남의차 열쇠구멍에 본드바르고 차를 훼손한 것은 유명하지요.

김동진판사는 감히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제목을 달고 판사답지않게

법률적 반박보다는 어려운 고사성어 적어가며 아는 척을 했습니다.

이렇게 씨부려도 안잘리는게 좋은세상, 사람사는 세상 아닙니까.

법치주의 맞습니다. 잘리지도 않고요, 이런 판사에게 재판받는 분은 기피신청하셔야 합니다.


엉뚱하게 판사주제에 검사를 감싸고 특히 채동욱이란자(전직 검찰총장)는 축첩의혹을 받으며

살아오면서 그런 일 없다고 끝까지 우기다가

요즘은 어디갔습니까. 채동욱. 어디있어. 미국 아들로 추정되는 분 만나러 갔냐. 고소고발해야지.


검사는 동일체라 상명하복하고 기소독점하는 특권이 있고

판사는 독립체라 심판을 세번하는 3심을 하고 그 판결을 존중하는데

이 판사는 무슨 심보인지 동료를 짓이깁니다.


경찰하던 광딸 권은희. 이상한 판사 서기호가 국회의원하니

뜨고 싶은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김동진 판사. 당신이 국회에 가고 싶은건 아닌지요.

가슴에 다시 한 번 손을 얹어 보세요. 아직도 뛰는지.

지금도 헛웃음이 나오는지.
타이생각 2014.09.14 13:38  
아마도  김동진이는 다음 총선에서 광주에서 공천을 받든지 아미년 비례대표 한자리 받으려고 하는 의도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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