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미워하지 말고 살살 합시다
대민방 논쟁사를 쭉 살펴보면, 언제부턴가 무슨 토론거리가 생겼다하면 온갖 신문 쪼가리와 외부 자료들을 주워들고 오는 풍토가 생겼다. 예전부터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다. 넝마주이는 아닐테고, 그걸 가져오는 사람은 그게 누가 어떤 의도와 배경에서 작성한 보도 또는 자료인줄도 모르고 단지 자기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가져와 “이거 봐, 전문가가 이렇게 말했어” 하고 들이댄다. 참 재미없는 토론방식이다.
(나도 그랬다고? ...... 오래돼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나는 아주 조금만 그랬던 것 같다)
오프에서도 그런 식으로 대화하나? 포스팅에 온갖 보도기사를 도배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파트 경비에게 “우리 아들 변호사야” 했다는 현대아파트 할머니 생각이 난다. 유쾌한 태사랑에서 이건 좀 아니다.
적어도 자기가 자신있다고 생각해서, 아니 자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 의견도 좀 내고 싶어 토론에 참여했다면 자기 이야기로 내러티브를 구성할 줄 알아야한다. 자기 이야기라고 해서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지껄이라는 말은 아니다. 공부는 필수다. 읽은 자료들을 자기사고화해서 스스로의 어휘로 표현할 수 있도록 녹여내라는 것이다.
남의 의견 가져와봐야 그건 당신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도 재미없다. 그래서 읽지 않는다. 단 통계자료는 예외다. 의도적으로 modify 했거나 날조된 게 아니라면 그래픽챠트를 비롯한 통계자료는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향후 오일 거래가격예측을 하는데 신출귀몰한 전문가가 있을까? 작년 여름부터 벌어진 북미 VS OPEC 간 오일전쟁의 진짜 trigger 가 무엇인지 찝어내는 사람이 있을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나 미 국가정보국 정책결정자들은 알고 있을까? 여기에 대한 내 대답은 “아닐 것이다” 이다. 세상은 몇몇 파워피플의 음모나 의도에 따라 자로 재단하듯이 움직일만큼 단순하지 않다.
가격예측은 커녕 생산단가를 산출하는 것도 제각각이다. 기밀사항이 많고 시추-정제과정이 복잡한 셰일에너지는 더 그렇다. 셰일오일처럼 타이트오일로 분류되는 알버타 오일샌드의 생산단가가 대충 55 불 인 줄 알았는데 거래가격이 40 불 대 초반으로 내려갔을때도 오일컴패니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오늘 오일가격이 47 불로 오르자마자 Suncor 의 주가는 38 불로 뛰어 올랐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나를 의아하게 만든 것은 오마이뉴스 기사내용 자체보다도 그 제목이었다. ‘반짝 셰일호황 끝났다” 라는 제목은 마치 미국이 셰일에너지라는 노다지를 갑자기 발견했는데 몇 달 반짝 돈벌고 금방 망했다는 일장춘몽 스토리를 연상하게 한다.
셰일은 미국이 요새 발견한 노다지가 아니다. 무려 40 여 년 전 부터 집요하게 채굴방법을 연구하고 상용화에 몰두해 왔다. 그 연구를 주도한 사람은 그리스계 이민자다. 첫 시추에 성공한 해부터 지금까지 7 년 동안 미 석유자본은 배럴당 생산단가를 꾸준히 낮춰왔고 super hydraulic fracking 기술이 확보되는대로 그 생산단가는 획기적으로, 아울러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OPEC이 미국이 셰일에너지를 전략산업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작년 여름부터인 것 같다. 셰일오일과 이지오일간의 생산단가 경쟁에만 주목하면 OPEC 의 공포감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시장논리 그 이상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석유공사 누군가가 제공했다는 3 월 23 일자 연합뉴스 기사는 뻔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취재원이 잘못 말한 것은 아니다. 그는 석유공사 연구팀원답게 자기가 아는 시장공식의 범위에서만 진술했을 것이다.
미국은 단순하게 OPEC의 오일 비즈니스 경쟁상대가 아니다. 미국은 OPEC의 최대 고객이다. 아니 최대 고객이었다. 지난 해 최대고객자리를 중국에게 내줬다. 미국이 외국으로부터의 원유수입량을 절반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내가 지난 번 글에서 20 퍼센트 줄였다고 했는데 다시 보니 통계를 잘못 읽은 거였고, 중동 수입분량 하루 800 만 배럴에서 400 만 배럴로 줄였으니 절반을 줄인 것이다.
국제오일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OPEC 의 원유 대미수출량이 갑자기 축소됐는데도 사우디의 고집으로 생산량을 동반 축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판매처가 사라진 상품을 그대로 시장에 내놓고 있으니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설마 미국 거대석유자본들이 이런 단기 수요공급 예측도 못하고 셰일유정개발에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감행하고 내수생산에 착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미국이 셰일에너지를 전략산업화 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날 미국이 망한다면 그 이유는 한가지다. 상상을 초월하는 재정적자 때문일 것이다. 재정적자의 주범은 연 7 천 억 달러에 달하는 군사비지출이다. 재정적자와 직결되는 무역적자 중 연 3 천 5 백 억 달러가 해외로부터의 에너지 수입비용으로 날아간다. 미국이 지출하는 군사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해외에너지생산지와 수입루트를 무력으로 보호하는 비용, 다시 말해 중동 군사비로 지출됐다.
미국이 중동에 막대한 군사력을 파견하고 유지하기 시작한 것은 제 1 차 오일파동이 있었던 1973 년 부터다. 이 해부터 셰일에너지가 상용화된 2008 년까지 사용한 ‘석유군사비’ 는 무려 8 조 달러에 이른다.(자료 내 놓으라고 하시지 말고 궁금하면 찾아보시기 바란다) 참고로 현재 미국 국가부채가 15 조 달러 정도 (의회에서 통과된 국가채무상한선이 이 금액일 것이다)라고 보면 결과적으로 국가채무의 53 퍼센트가 오일확보 때문에 발생했다는 말이 된다. (이건 내가 대충 8 을 15 로 나눈 값이니 약간 엉터리 통계일수 있다)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셰일에너지는 미국이 OPEC과 경쟁해 해외에 원유를 팔아먹기 위해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련한 필사적인 에너지 확보 자구책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다만 몇 년 후 국제유가가 안정화되자마자 미국은 에너지를 대규모로 해외로 수출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는 미정제원유 해외 수출을 허용했다. 어쨌든 이 때쯤이면 그 물로 만든 水제 벙커버스터 핵폭탄의 위력도 수퍼화될뿐 아니라 수자원에 유입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만가지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기술도 확보할 수 있다고 환경단체들을 살살 달래고 꼬시고 있으니 그건 두고 볼 일이다.
기왕 환경문제 이야기도 나왔으니,,,,,, 미국보다 훨씬 말이 많은 캐나다 환경단체들이 오일샌드ㅡ 정제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알버타 주 석유산업에 대해서 솜방망이 비판을 하는 걸 보면 좀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환경 전문가들도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 주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편 목소리가 가세지고 아예 지구 온난화 자체가 없다고 논설을 푸는 학자들도 나타나고 있으니 도대체 어떤 놈이 쓴 자료가 사실과 부합하는 자료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인용은 자기가 스스로 이거다 라고 확신이 설 때 하는거다. 그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논문을 쓸 정도의 지력을 갖추지 않는 이상 리퍼런스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그들중에는 국제석유자본 장학생과 낙농육우자본 장학생이 많지만 어쨌든 그런 작자들도 다 아이비리그에서 학위받은 전문가들이고, 석유자본 알바들이 여기저기 글 올릴 때 종종 "우리 아들 변호사" 식으로 인용되는 사람들이다.
대화 핀트가 안 맞는 것 같아 조율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