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 열광하면 몽땅 바보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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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 열광하면 몽땅 바보됨

sarnia 6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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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떠나기 전이라 무거운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말은 안하고 샆었다. 근데 대민방에서 1 년 반 전 끝난 줄 알았던 새삼스런 리더 영웅담, 일명 박정희 타령이 그 해묵은 패거리 컨셉에서 한발짝도 진전하지 못한 채 또 나오고 있으므로 예전에 했던 이야기를 한 번 더 하고 싶어졌다.  


2013 년 가을 쯤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백년전쟁' 박정희 동영상이 잘못 만든 실패작"이라는 지적을 한 적이 있다대한민국 압축성장의 공로가 미국에 있다고 시사한 민문연 동영상은, 그 압축성장을 주도한 박정희가 위대한 지도자라는 주장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한심한 리더 영웅담식 논리전개라고 생각했었다


역사논쟁의 본질은 그 시대 경제성장의 최대공로자가 누구였느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따위식으로 역사를 해석하면 1 차 대전패전으로 총체적 붕괴위기에 몰린 독일을 구한 영웅은 당연히 아돌프 히틀러와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이고, 그들은 아직까지 독일 국민들의 은밀한 존경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독일과 같은 후발선진자본주의 주자인 일본은 어떨까? 19 세기 중엽까지만 하더라도 조선과 도낄개낄이었던 일본을 압축고도성장으로 불과 수 십 년만에 서구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 놓았던 영웅들은 메이지유신 주도세력들이었다


그들 중 사이고 다카모리, 이토 히로부미 이노우에 가오루 같은 자들은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원수같은 사람들이지만, 박정희씨는 “ (이토 히로부미를 제외한) 그들을 존경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토 히로부미처럼 걸출한인물이 박정희 씨의  존경인사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는 그를 저격 사살한 조선청년이 민족의 영웅으로 하도 유명해 진 바람에 그 이름을 언급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였을것이다.   


여기 모이신 박정희 찬양론자들 중 혹시라도 싸르니아가 민문연의 동영상처럼 압축성장과 유신정권의 관계를 부정하는 묻지마 반박 패거리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실까봐 이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유신독재가 없었으면 (현재와 같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이 가능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 지금으로부터 1 년 반 전 분명히 이 자리에서 답변을 한 바 있다.


싸르니아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불가능했을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유신독재의 본질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니 그렇게 똥밟은 이야기식으로 어렵게 말하지 말고, 유신독재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라면, 강압적인 자본동원과 차출, 특혜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자본집중을 이루어내기 위한 폭력기구로서의 국가독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말해 유신독재란 한 나라의 운명을 승부로 건, 위험하기 짝이없었던 대도박에 대규모 판돈을 쓸어모으기 위한 폭력적인 갈취조직이었던 셈이다. 1972 년부터 1979 년 까지의 한국 자본주의를 관료독점자본주의라고 부른다그 이유는 유신독재의 경제관료조직이 은행을 지배하고 자본에 대해서 역시 자신들의 기획과 의도를 강압적으로 관철시켜나갔기 때문이었다.


당신들 말이 맞다. 유신독재의 강제적이고도 폭력적인 자본배분으로  제철 조선 자동차 반도체-전자 석유-중화학으로 이어지는 기간산업구조가 성공적으로 형성됐다.


그래서 어쩌라구? 그 시대로 돌아기자구?


모든 세상사에 선이면 선 악이면 악, 한 면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엄연히 존재했던 역사를 각색하려고만 시도한다


한쪽은 박정희를 가리켜 민족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며 그 시대의 가치를 함께 찬양하고 있고


그 반대쪽은 압축성장이 미국의 조언에 의한 것이라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주장을 하는 해괴한 사태가 벌어지는 거다.   


어쩌면 좋을까?


21 세기 북미와 유럽의 선진자본주의가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그 물질적 배경에는 수 세기에 걸친 참혹하고 잔혹한 식민지 약탈사가 자리잡고 있다.


선후발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은 그 본원적 자본축적을 위한 수탈 대상을 외부 식민지로 삼았었다. 20 세기 중반에 들어와 메이지 일본의 압축성장모델을 베낀 유신정권은 국내의 저곡가-저임금을 통한 국가내부의 광범위한 약탈구조를 통해 자본축적을 성공시켰다.


과거의 역사는 선과 악만 칼로 자르듯이 구분선을 지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여러가지 아이러니와 딜레마들을 함께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민거리와 토론거리가 생긴다고 본다,,, 고 그때도 말했었다. 이거 참 중요한 대목같다. 패거리를 나누어 싸움박질에 돌입하기 전에, 좀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내부식민지든 와부식민지든 약탈과 전쟁이 물질적 풍요를 구축하는데 기여를 한 것을 전면부정할 수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태생적 출신성분이 나쁜 서구자본주의의 물질적 풍요가 지금은 거꾸로 보편적 가치와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안정화시키는데 또 중요한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 찬양론자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과거의 암울했던 역사적 조건 아래서 일정한 물질적 성과를 가져다 준 나쁜 가치들, 즉 독재, 노동착취,무한경쟁, 식민지 약탈 같은 것들을 오늘에도 적용해야 할 선한 가치로 둔갑시키는 문명국가의 국민들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가치들을 숭상하고 그것에 순응하라고 국민들에게 강요했던 그 시대의 전범들을 가리켜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분들이니 존경받아 마땅한 위대한 지도자라고 주구장창 떠들어대는 선진국 국민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네오나치나 일본의 극우파, 한국의 일베는그냥 평균적으로 생각이 모자란, 내가 가끔 하는 쉬운 표현으로 해골이 약간 잘못 끼워진 반사회적 불평불만자들이 형성한 하류문화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적은 리더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박정희를 영웅으로 찬양하는 것이나 네오나치가 히틀러를 게르만민족의 영웅으로 찬양하는 것이나 그 심리적 본질은 유사하다역사가 함유하고 있는 다양하고도 아이러니한 면을 관조할 줄 모르고 어렵던 시기에 무언가를 가져다 준듯한 리더에만 주목하고 열광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렇다


박정희가 훌룽한 리더였다는 이야기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그는,,,,,, 그냥 부인복은 조금 있었는데 자식복은 지지리도 없었던 (특히 둘째 딸과 막내아들),, 술과 여자와 검도와 총기류를 좋아했고 보편적 민주주의를 싫어했던, 독특한 성격을 가진 대한민국 군인과 체육관 대통령 정도로 기억에 남겨 놓으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6 Comments
참새하루 2015.04.04 17:54  
지금 철쭉과 개나리가 한창 일텐데
봄향기 듬뿍 즐기고 오세요
박씨 패밀리 스토리는 우리가 걱정 안해도
잘먹고 잘살아갈겁니다
흐이구 2015.04.04 22:51  
리더에 대해 열광하면 바보된다는 면에서 공감합니다. 박정희에 대해 열광하는 어르신들만큼이나 일생 거짓말로만 정치를 해온 김대중에 대한 열광이 심한 부류들이 존재하기에 한국 정치도 양분되어 있죠.  본문에 박정희의 독재 일본군 경력을 예로 드시니 저도 안티테제로 김대중을 나열할까 하다가 거짓말만 언급합니다.

 차이점은 박정희 지지자들은 김대중에 대해 그다지 큰 증오심과 폄하를 보내진  않지만 김대중이나 반박정희 세력은 박정희 지지자에 대해 십여년 전엔 수구꼴통, 칠팔년 전엔 한나라당 알바, 요즘엔 일베충이란 프레임을 씌우더군요. 팩트 자료 제시 후  말 막힌 상대방에게 알바 소리 수백번 듣다보니 그런 사람들에게 일종의 경시하는 자세도 조금 보였었는데 그나마 태사랑은 비교대상인  동남아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아직 제게 일베충 소리  직접 하는 인간은 없으니 다른 곳보단 이성적인듯 합니다.

아무튼 과거 비슷한 경제 수준이지만 민주주의가 한국보다 더 잘됐던 인도보다 박정희가 집권했던 한국이 더 나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재의 인도에 가서 사시면 될 거 라고 봅니다. 물론 저는 절대 인도인의 평균 생활수준으론 못 버팁니다만.
Robbine 2015.04.07 02:43  
ㅋㅋㅋㅋㅋㅋㅋ 그저 웃지요.

박정희 지지자들이 호남 및 호남권 인사들에게 비치는 대내외적 혐오감은 모르시나 봅니다.
보수인사를 자칭하는 분들이 진보인사를 일컬어 좌파 빨갱이, 즉 좌빨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건 '기억의 선택삭제' 기능입니까?
정말 좋은 기능 같은데 저한테도 좀 알려주시면 좋겠네요. 알고싶지 않은 것도 있거든요.
sarnia 2015.04.05 00:15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우파 한국근현대사학자들이나 경제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는 것은, 60-70 년대 대한민국 압축성장을 지극히 우연적이고도 일회적인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 입니다. 이런 식의 인정은 나름 정직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다시말하면 당시 유신독재의 철학과 플랜을 같은 시대 같은 환경에 다시 도입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라는 말이지요.

당시 미국은 박정권의 중화학공업 딜을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한국이 잘되는 게 배가 아팠기 때문이 아니라 박정권의 경제딜로는 남한이 완전히 파산해서 공산화될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유신정권의 경제관료들은 미국의 판단을 뛰어넘는 다른 희망적 예측을 했던 걸까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한다는 확신없이 무모하게 밀어붙인거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당시에는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던 북에 대한 박정희씨의 초조한 경쟁심리가 그런 무모하기 짝이없는 모험적 정책을 감행하는 동기였을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거의 기적적으로 전면파산 대신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민주질서파괴행위가 벌어졌고 그 가치파괴행위의 결과로 반세기가 지나도록 회복이 안 될 정도의 기형적 독재문화잔재가 남한 사회 여기저기에 남아있게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정희씨가 개인적인 평생집권 욕심에서 그 말도 안되는 유신쿠데타 (1972 년 10 월) 를 감행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박정희 씨는 그런 삼류독재자와는 조금 다른 유형의 야심가였던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 그 유신독재의 핵심적 본질인 관료독점자본주의가 압축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한 반면 민주주의의 섬세한 문명적 가치들을 내면으로 부터 파괴해 버리는 치명적 부작용을 동시에 불러왔다는데서 이 기나긴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에 더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고 역사를 해석할 것인가는 각자 개인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어느쪽이 됐든 사건의 단면이나 특정 인물만 보고 말하는 것보다, 흐름 전체를 관조하고 당파성에서 벗어나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Robbine 2015.04.07 02:52  
본문과 댓글까지 모두 동의합니다.

지금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박정희가 아니어도 했을거라고 제 댓글을 잘못 이해하시는 분이 계시는거 같은데,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요.
지금처럼 경제를 발전시키진 못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발전은 했을 것이라는 의미였죠.
흔히 하는 말로 서구 열강들이 100년 동안 했던 일을 한국은 10년 만에 했다잖아요.
그 압축성장의 댓가를 어떻게 치를지가 서구 학자들의 관심사항이라고 본 것 같아요.

끊임없는 계층문제가 그 결과겠죠.
평균적으로 잘 살고, 대외적으로 삐까뻔쩍하게 자랑할 수 있는 타이틀 많지만
속으로 보면 청소년 자살율, 실업율, 행복지수, 등등 뭐 한 두 가지가 아니죠.

오늘 본 티비에서 183센티 장신의 남자가 62킬로 몸무게에서 2키로를 더 빼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나왔어요. 문제는 이 사람이 자기의 기준을 남들한테도 적용하고 기준에 미치지 않는 사람들은 친분 정도에 상관없이 막말을 엄청 한다는거에요. 자기관리 안하는 게으른 사람이니 그렇게 험한 말 듣고 정신 번쩍 들어서 살 빼라는 의미라네요.

이런 미친 사람이 대한민국에 한 둘이 아니라는게 참 걱정이에요.
sarnia 2015.04.07 09:28  
한국의 민주진영이 명심해야 할 점이 있는데, 역사를 인물중심으로 바라보는 영웅사관 프레임의 늪에 끌려들어가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 입니다. 박정희 찬양론자을의 최종 목적은 단순하게 박정희 씨 개인을 위인화 하려는 게 아니라, 냉전체제 유지-분단고착-무한경쟁-혼맥과 학맥으로 뭉친 한 줌도 안되는 소수 엘리트 권력을 대대손손 유지하기 위한 강고한 지배이데올로기를 확립하려는 것 입니다.

그들은 교활하게도 대한민국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있습니다. 다양한 집단을 포괄하는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를 마치 자기들 혼자 독점하고 지키고 있는 양 미사여구를 남발하면서 말이지요. 이승만을 공산화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낸 1 세대 영웅’으로, 박정희를 빈곤과 기아에서 대한민국을 구해 낸 2 세대 영웅으로 단순이미지를 제작해 계속 반복해서 지껄이고 있는데 개소리도 백 번 반복하면 교훈명언이 되듯이 진짜 많은 사람들이 “그런가부다 ~~” 하고 있는 게 슬픈 현실이기도 하지요. 

이승만은 행동이야 어쨌든 사상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자였던 것이 분명하지만 적어도 박정희는 아주 다릅니다. 그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파시스트였습니다.

대한민국의 불행은, 국민 전체가 아무것도 잃을 것 이 없던 막다른 골목에서 악에 받쳐 죽기살기로 절망으로부터 탈출하려는 거대한 에너지를 분츨하고 있던 그 결정적 시기 (1960 년대 초반)에 박정희 라는 파시스트가 그 에너지를 조직하는 자리를 가로채가는 바람에, 세월이 지나놓고보니 마치 그가 나타나 나라가 구원된 것 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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