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가 뭐길래...
근혜 님이 4월 16일 남미 순방길에 올랐다.
그날은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으로 박혀 있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이미 1년 전부터 예정되었던 날임에도 불구하고,
근혜 님은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허겁지겁 남미로 떠났다.
‘원래는 1주기를 치르고 가려고 했으나,
콜롬비아 측에서 급하게 연락이 와서 일정이 당겨졌다‘는
옹색한 변명만 남겨놓고.
약속을 잡으려면 순방 끝 무렵에 잡을 것이지,
왜 첫머리에 잡아서 세월호 1주기와 겹치게 했을까?
그토록 급하게 약속을 잡을만큼 중요한 일이었으면
엄청난 환대와 괄목할 성과가 있어야 면피라도 할 텐데,
‘양국 정상이 회담을 했다’는 소식 외에는
뚜렷한 성과나 실적은 고사하고
고산병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뜬금없는 얘기만 들려온다.
가냘픈 여성의 몸으로 지구 반대편 남미 땅까지 날아가서
케이 팝 애호가들 만나서 열심히 한류 전파하고,
(근데, 이런 건 싸이나 소녀시대가 해야지 일국의 대통령이 할짓인가?)
고산병을 이겨내기 위해 악전고투 하고 있는 사이,
중국 주석 시진핑과 일본 총리 아베를 비롯하여
세계의 주요 지도자들은 인도네시아 반동회의 60주년에 참석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2억5천만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국가로
우리나라의 10번째 무역상대국이며 8번째 투자국이다.
뿐만 아니라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나라이다 보니
시진핑과 아베 같은 거물들이 반둥회의에 참석을 한 것이다.
그런데 왜 근혜 님은 반둥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남미로 날아갔을까?
경제적 정치적 측면에서 살펴봐도
태평양이 가로막혀 있어서 협력적 관계가 한참 떨어지는 남미보다
훨씬 중요한 게 인도네시아이다.
혹시 왕따 당해서 연락을 못 받은 걸까?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초 일찌감치 근혜 님에게 초청장을 보냈단다.
그런데, 딱 한 마디로 잘라서 ‘참가하기 어렵다’고 거절했단다.
별 의미도 없는 콜롬비아 방문은 세월호 1주기도 무시할 정도로
급하게 일정을 잡았으면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그보다 몇 배나 더 중요한 반둥회의는
왜 몇 달 전부터 참가 불가를 표명했을까?
이는 외교 전략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넌센스이며,
외교 관례상으로도 문제가 많은 대처 방식이다.
애초부터 참석을 못할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거절의 입장을 밝히지 말고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마지막에 ‘어떻게든 참석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서로의 체면을 세워주는 외교 방식이다.
처음부터 ‘안 가!’라고 밝히는 건
초청해준 상대에 대한 무례인 것이다.
어떤 이는 남미도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세월호 1주기-반둥회의 참석-남미 순방,
이런 식으로 일정을 짜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왜 최악의 선택을 해서 국내외적으로
욕은 욕대로 먹고 성과는 하나도 없는 뻘짓을 하는 걸까?
남미 일정이 얼마나 허술하게 급조되었는지,
대통령의 외국 순방에 필히 동행해야 하는 외교 장관은
네덜란드 행사 참석하느라 초반 일정을 함께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에 벌어진 이와 같은 뻘짓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수준과 한계가 무엇인지를
너무나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더니
자기 손으로 뽑은 국무총리의 목을
제1호 희생양으로 날려버리는 깜짝쇼로
온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근혜 님!
(그렇게 금방 짤라버릴 걸 왜 뽑았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다음 총리는 누구로 하지?’ 고민 하느라
정작 중요한 국가대사는 돌볼 틈이 없는 것 같다.
이런 분을 대통령으로 뽑아놓고
우리 공주님 나라 참 잘 이끌어간다고,
밤낮으로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는 치들은
대체 어느 별에서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