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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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것인가???

필리핀 2 324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났다...


사건 직후 들끓던 여론은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렸고


정치권도 자신들 세력 다툼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저 차가운 바다 속에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아직도 아홉 명이나 갇혀 있다...


모든 걸 유가족 뜻대로 하겠다던 대통령은 등을 돌리고,


어렵게 출범한 진상조사는 지지부진하고,


일부 얼빠진 인간들, 아니 인간의 탈을 쓴 야만들은


세월호 지겹다고, 이제 고만하라고 짜증을 부린다...


정보가 떠들어대던 8억원은 한푼도 지급되지 않았고


유가족들은 돈은 필요없고 진상조사 하라고 통곡한다...


원래 승선하기로 한 배는 오하마나호였는데


왜 그게 갑자기 세월호로 바뀌었는지...


지독한 안개로 모든 배가 출항을 포기했는데


왜 유독 세월호만 출항을 감행했는지...


골드타임, 골든타임 그렇게나 떠들어대놓고


왜 골든타임 다 지나도록 한명도 못 구했는지...


왜 그 많은 사복경찰이 유가족 행세하며 현장에 있었는지...


뭐가 두려워서 정부는 진상 조사 방해하고


유가족 이간질 시키고 대국민 선동이나 하고 있는지...


모든 게 의문투성이인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유가족 눈에서는 오늘도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


"토끼"라고 부르던 딸을 세월호 참사로 잃고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사는  엄마의 절절한 목소리를 들어본다...

 


아빠! 안녕하세요? , 토끼예요. 오늘 아침에 과자를 먹었어요. 근데 부족해서 아빠꺼 2개 가져갔어요. 치사하게 구는 건 아니겠죠? 사랑해요. 2006114, 막내딸”(8살 때)

승희의 어릴 적 별명은 토끼였다. 앞니가 살짝 튀어나온 모습도 토끼를 닮았지만 매사 민첩하고 총명한 게 토끼처럼 깜찍했다. 수시로 엄마 아빠한테 쪽지를 남기고 편지를 보내고 수첩에 알록달록 메모하는 걸 즐겼다. 사춘기 무렵엔 달력 뒷면에 남몰래 속마음을 적어두기도 했다.

 

“5. 설렘이 가장 많고 즐겁고 행복했던 달이다. 친구 생일, 어린이날, 어버이날, 현장체험학습, 체육대회(줄넘기 1!)그리고 자리를 옮겼는데 좋아하는 애의 대각선 뒤이다. 말도 많이 해보고 진짜 행복했다. ‘내일이라는 시간이 기다려진다.”(20115, 2 )

 

고등학생이 되고서는 속이 한결 깊어졌다. “나는 강해져야 한다. 우리 가족을 책임지고 싶으니까라고 맘을 다잡더니 “2014년 나의 목표는 문과 1이라고 목표를 세우는 믿음직한 딸이었다. 승희의 마지막 편지는 수학여행 떠나던 날 아침, 소파 위에 남겨둔 쪽지였다.

 

안녕~ 오늘 제주도로 가는 승희예요. 내가 수학여행 가는 것 땜에 일주일간 예민하게 굴어서 미안합니다. 그래도 승희 비위 맞추려고 애쓰고 챙겨줘서 정말정말 고마워요. 재밌게 놀다 올 테니 혹시나 전화 없다고 걱정하거나 서운해하지 마~34일 재밌게 놀다 올게! 그리고 갔다 오면 열공빡공 해야지. 나 없을 동안 셋이 재밌게 보내. 사랑해.”(2014415)

 

그러나 승희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엄마는 딸이 왜 살아 돌아오지 못했는지, 아직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해가 바뀌어 다시 봄이 왔지만, 그날 이후 일분일초가 어미에겐 심장을 대팻날로 깎아내듯 가혹한 형벌의 시간이었다. 지난 12, 세월호 희생자 신승희의 엄마 전민주(44)씨를 경기도 안산의 자택에서 만났다. 그도 작년 4월까지는, 유리가공업을 하는 동갑내기 남편과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두 딸을 키우던 평범한 주부였다.

 

승희가 떠난 뒤 도착한 포미닛 댄스의상

승희와 두살 위 언니가 같이 쓰던 침실과 공부방은 원래 있던 그대로이다. 손때 묻은 참고서와 노트 사이로, 승희의 마스코트 같은 작은 토끼인형이 놓여 있고, 아기자기한 액자 안에 다섯살 승희부터 열일곱살 승희까지 큰 눈을 반짝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 방 볼 때마다 옛날 생각 많이 나시겠어요.

여기 앉으면 저절로 눈물이 나요. (눈물이 주르르) 이렇게 살아지는 게 너무 이상해요. 어떻게 이렇게 살아지는지. 아침에 눈을 뜨면 눈앞이 캄캄하고 오늘 하루는 어떻게 가야 되나. 어떤 때는 하루라도 냉정하게 애를 잊고 싶을 때가 있어요. 너무 힘드니까. 근데 눈감아도 생각나고 새벽에 눈떠도 생각나고. 승희가 마지막까지 엄마한테 뭐라고 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갔을까. 마지막까지 꼭 구조될 거라고 믿었던 애가 순식간에 잘못된 거잖아. 그것만 생각하면 아이고 (한숨) 어떻게 해야 되나 답이 없고.”

 

-승희가 공부를 잘했나 봐요. 모범어린이 표창장, 만화그리기, 체력왕, 영어독후감대회, 수학과학탐구대회 최우수상. 상장이 많네요.

승희는 어렸을 때부터 야무지고 말도 좀 빨랐어요. 생일도 1월이라 일곱살에 학교를 보냈어요. 꾸준히 공부를 잘했는데 공부에 재미를 붙이면서 중학교부턴 성적이 쭉 올랐죠.”

상장과 표창장이 스크랩북을 하나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마지막에 받은 상장은 안산시에서 한 학교에 한 명씩 성적 우수자에게 주는 애향장학금증서였다. 엄마아빠 결혼 20주년을 축하한다고 승희는 그 장학금을 엄마아빠 여행경비로 쓰라며 내놓았다.

 

“To 사랑하는 우리 엄마

엄마아빠 안녕, 오늘은 4/6 결혼기념일이지? 딸들이 모를 줄 알았어? 티 안 내려고 노력했는데~ ㅋㅋㅋ 승희는 공부도 그렇지만 지금 제주도 가는 것 때문에 정신없다. 엄마아빠가 비싼 돈 주고 보내준 만큼 엄청 신나게 후회 없이 놀고 올게! 나 없어도 3일만 참으슈. 그리고 내가 사야 할 걸 몰아서 사지만 그동안 사려던 걸 미뤄서 그렇게 된 거야. 꼭 필요한 것들이니까 이번만쫌 지를게! sorry~ 제주도 갔다 와서는 공부만 할 거니까 걱정 마~ 오늘 결혼기념일 정말 축하해!~사랑해! From 승희 (부족한 돈이지만 그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승희가 뭘 사고 싶었나 봐요?

수학여행 가서 포미닛댄스 할 거라고 반 친구들이랑 며칠 동안 올림픽경기장 앞에 가서 연습도 했어요. 그때 입으려고 인터넷에서 의상을 주문하겠다는데, 내가 그 사정도 모르고 왜 인터넷(쇼핑) 남발을 하냐고 미루다가 하루를 넘겼지요.”

승희 노트엔 댄스의상을 꼼꼼히 체크하고 그려놓은 그림이 있었다. “불량소녀 컨셉, 맨투맨 플러스 청조끼.” 주문이 지체되는 바람에 상품은 승희가 수학여행을 떠나고 나서야 도착했다.

 

-결국 그 옷을 입어보지 못했네요.

수학여행 전날 저녁까지 택배가 안 와서 밖에 데리고 나가 비슷한 걸 사줬어요. 근데 수학여행 가는 날 저녁에 택배가 왔더라고. 사고가 나고 보니까 그게 너무 미안한 거예요. 장례 치르고 와서 열어보니 정말 예쁘더라고. 그걸 입고 장기자랑 하고 싶어했는데. 그게 미안해서 오일 장례 치르고 그 옷을 태워줬어요. 그걸() 사진 찍어놓기라도 할걸.”

엄마는 모든 게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일곱살에 학교만 보내지 않았더라면, 승희가 원래 가고 싶어하던 고등학교가 집에서 멀고 위험하다고 말리지만 않았더라면. 모든 것이 엄마 탓인 것 같아 가슴을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다.

 

엄마 걱정 마, 구조하러 온다니까

-수학여행 떠난 뒤 승희랑 처음 통화한 게 언제지요?

“15일 날 학교 가서 수업하고 오후에 인천으로 떠났는데 저녁에 전화가 왔어요. 안개가 껴서 수학여행 못 갈지도 모른다고, 지금 대기 중이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그랬어요. 그냥 안 갔으면 좋겠다고. 불안하고 걱정된다고. 그랬더니 엄마, 걱정 마. 지금 선장이랑 선생님이랑 다 모여서 회의하고 있어그래요. 그러고 얼마 후에 다시 전화가 왔는데 지금 출발한다고. 그때가 8시 반이었던 것 같아.”

 

원래 승선하기로 한 배는 오하마나호였는데 그게 세월호로 바뀐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짙은 안개로 출항 예정 여객선들이 모두 운항을 포기한 날 밤, 오직 세월호만 출항을 강행한 이유도 아직 밝혀진 바 없다.

 

-그리고 16일날 아침에 다시 통화를 하신 건가요?

내가 출근하고 얼마 안 되었을 시간이니 아침 9시쯤인데. 그때까지도 목소리가 밝았어요. ‘제주도 벌써 도착했어?’ 하니까 아니야 엄마, 한 시간 정도 더 가야 해그래서 밥 먹었냐고 물으니 밥 먹고 다 씻었다고 그러더라구요. 도착하면 전화하겠다고 하면서.”

 

-이상하네요. 848분대에 급선회가 있으면서 배가 기울기 시작했고 851분엔 최덕하 학생이 119에 신고전화도 했는데, 그때까지 승희가 그걸 감지 못 했단 건가요?

저도 그게 의문이에요. 근데 승희만 그런 게 아니라 9시 무렵에 통화한 다른 사람들 중에도 애들이 그때까지 별말 없었단 얘기가 있어요.”

 

-그러다가 다시 전화 받은 게 950?

그 사이에 전화가 없었어요. 그러다 전화가 와서는 엄마! 우리 배가 사고 났어. 네이버 좀 쳐봐하더라구요. 전화기를 든 채로 바로 쳐보니 진짜로 단원고 침몰중이라고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승희야 너 괜찮아?’ 하니까 엄마 걱정 마, 구조하러 온다니까하더라구요. ‘알았어. 잠깐만 끊어봐하고는 바로 아빠한테 간 거예요.”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남편에게 달려가 황급히 소식을 전했다. 남편이 곧바로 전화를 거니 계속 통화중. 나중에 통화기록을 확인해 보니, 승희는 그 시간 핸드폰을 잃어버린 다른 친구들을 대신해 그 친구의 부모님들과 통화를 했던 모양이었다.

 

-그럼 어머니가 승희 목소리를 들은 건 그게 마지막?

“(입술 바르르 떨며) 저는 그게 마지막이에요. 마지막 인사도 안부도 못 전한 거지. 사람이 진짜.(눈물)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라도 하든가, 친구들하고 잘하고 있어, 뭐 이런 말이라도 하든가. 그런 말 한마디 못하고 그냥 끊었다는 게.”

 

957분에야 아빠는 승희와 통화할 수 있었다. “배가 기울어져 있다고 해서 빨리 나와라하니 아빠 걱정하지 마

2 Comments
jindalrea 2015.05.25 09:58  
민주주의 열사들의 목숨이나 천안함 장병의 목숨이나 세월호 희생자의 목숨이나 사람이 자기 잘못으로 죽은게 아닌데 비교하고 억지쓰고 가십꺼리 만드는 사람들에게 환멸을 느낍니다.
사람의 목숨과 가족들의 눈물을 가르고 재면서 그 놈의 돈돈돈.. 돈으로 밖엔 계산할 줄 모르는 죽은 감성은 사람을 로봇처럼 만들고, 사람의 가치가 무시되는 세상을 만들어 결국은 자기 발목도 잡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겐지..
못생김 2015.05.25 21:54  
모든 가치 위에 돈을 두고 살면 생의 마지막에는 아쉬움만 남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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