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수 없는 일
19 세기 말과 지금이 다른 점은
첫째, 중국이 명석해졌다는 것이다. G2 를 포기하고 미국이 혼자 G1 노릇을 하는 것을 양해할 만큼 실리와 실력을 중요시하는 나라로 거듭났다. 1 보 전진을 위한 3 보 후퇴도 할 줄 아는 나라가 됐다. 3 보 후퇴라는 것을 미국에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는 하루나 이틀이 아닌 사흘에 걸쳐 단행했다. 이 나라는 서태후나 리홍장같은 바보들이 말아먹은 그 때 그 나라가 아닌 게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항일 전승기념일 행사에 참석하여 열병식까지 다 보고 뭔가를 느끼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둘째, 미국이 압도적으로 강력한 제국이 됐다는 사실이다. 이 나라는 ‘아직도 해가 떠 오르는 아침이 계속되는 나라’처럼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기축통화국으로서의 독보적 지위와 막강한 군사력이 이 나라의 위상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이상의 요인들이 존재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나라가 거의 독점적으로 주도해 온 에너지혁명과 그에 부수된 기술혁명, 미국내 제조업의 화려한 부활은, 애석하게도 앞으로 오랜 세월동안 이 나라를 대적할 상대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게 만든다.
19 세기 말과 지금이 다르지 않은 점은
대한민국의 정치세력을 포함한 상류층이 여전히 쓰레기나 다름없는 바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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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언론은 왜 아베담화의 핵심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베담화가 나오자마자 국내 대부분의 언론이 식민지배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가 빠졌다는 것에 대해서만 분개했다. 어제 KBS 9 시 뉴스만 보더라도 이 두 가지 문제에 집중한 나머지 아베담화가 담고 있는 의도의 핵심을 지적하지 못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아베담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는 중요한 사실에 대한 보도도 빠졌다.
대한민국 여러 조직 중 이번에 아베담화의 의도를 비교적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한 사인을 보낸 곳은 신기하게도 청와대였다. 그나마 청와대는 아베담화가 일본 신제국주의자들의 속마음을 기술적으로 드러내기위해 주도면밀하게 작성된 문서라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담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첫 문단이다.
백년도 더 전에 세계에는 서양 열강들을 중심으로 한 나라들의 식민지 경쟁이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배경으로, 식민 지배의 파도는 19 세기 아시아에도 들이닥쳤습니다. 그 위기감이 일본에게 있어 근대화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입헌정치를 세우고, 독립을 지켜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일본은 장한 일을 했다는 것이다. 일본이 아니었으면 19 세기 말에 중국도 조선도 모두 서구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했을 것인데, 명치유신 이후 빠른 시간안에 현대적 과학기술력과 군사력을 확보한 일본이 서구의 아시아 침략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바람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는 소리다.
그 문단 마지막에 지금까지 일본이 정부차원의 공식입장으로 언급한 적이 없지만 정말 하고 싶었을 말 한 마디를 보탰다.
러일전쟁 (에서 일본이 승리한 사건) 은 식민지배 아래 고통 받는 많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웠습니다.
이 딱 한 문장이 아베담화의 핵심 중 핵심이다 그 다음부터 이어지는 하나마나한 rhetoric 은 읽을 필요조차없는 소리들이다.
러일전쟁이란 1904 년부터 이듬해인 1905 년 가을까지 만주와 조선반도 지배권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일본과 러시아의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블라디보스톡을 향해 이동하던 러시아 발트함대가 일본군 연합함대의 집중공격을 받고 조선과 일본 사이의 좁은 해협에서 수장됐다. 8 척의 대형전함이 완전히 파괴되고 5 천 여 명의 병력이 몰살당하는 참패를 당하고나서 러시아는 일본에게 백기항복을 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구 국가들은 일본의 승리가 의외였던 모양이다. 러시아가 비록 자기들의 동맹국은 아니었을지라도 같은 서구국가가 아시아 변방에 있는 작은 나라에게 패배했다는 것에 공동굴욕감 비슷한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아베를 대표로 하는 일본 우파가 하고자 하는 말은 분명하다. 19 세기 말부터 1945 년 종전 때까지 이어진 일본의 국제적 군사행동은 정당했다는 것이다.
침략전쟁을먼저 벌인 건 서구열강들이고 일본은 다만 거기에 대응했을 뿐이라는 게 인식의 대전제로 깔려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희생된 전쟁피해자들에게 역대 일본정부가 사과를 해 왔는데, 향후 세대는 그 전쟁행위와도 관계가 없으므로 그 사과마저도 집어치우겠다는 이야기다.
중국침략은 전쟁행위로 간주돼 유감의 대상에 들어갔지만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는 유감의 대상에서조차 제외됐다. 말은 안 했지만 조선병합은 군사적 침력이 아니라 조약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때문일 것이다.
디테일처럼 보이지만 결코 디테일일 수 없는 731 부대 잔학행위 역시 유감대상에서 빠졌다. 왜일까? 관동군 731 방역급수부는 당시 일본군대 중 유일하게 황군휘장이 없는 부대였다. 일왕도 모르는 부대니 일본이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논리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아베담화는 곧바로 백악관에 의해 전폭적이고도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백악관은 한국 국민들의저항감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날, 백악관으로부터 청와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통이 한 장 날아들었다.
“10 월에 들어 와”
미국이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를 쓸개빠진 바보취급을 하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