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꼬는 누가 닦아주나?
며칠 전, 언제까지 노란 리본을 달고 있을 꺼냐고 묻길래..
3년.. 탈상은 하겠다고.. 더는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으니.. 잊지 않으려 한다고..
이제 기껏 일년 반이 지났을 뿐이다.
"하나가 갖는 위험을 극복하려면 우선 다양해야 선택할 권한이 있다. 가령 밥을 먹는데 '반찬을 한 가지 줄까? 다섯 가지 줄까?'라고 물으면 저는 다섯 가지를 선택한다. 반찬 한 가지가 어떤 건지 알면 한 가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반찬 한 가지가 무엇인지를 모르면 다섯 가지의 반찬을 받아야 그래도 내 입맛에 맞는 반찬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다"
법률 스님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말씀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시끌시끌한 요즘.. 역사 전문가나 국민들의 의견 따윈 안중에도 없이.. 뭘 하겠다는 건지.. 속내가 너무 보여 씁쓸하던 차에.. 만 5세로 취학 연령을 낮추고, 초등과 중고등 교과 과정을 1년씩 줄이겠다는 정치인들의 발상에 어의가 없어졌다. 아이들을 학교로 일찍 보내서, 노동 인구를 늘리겠다?
만5세 아동의 입학에 실소가 터진 까닭은 이 아이들은 발달기의 특성 상 아직.. 제 똥꼬도 못 닦는다. 연필을 쥐고 글과 셈을 할 만큼의 발달이 진행되기 이전 단계인 아동이 수두룩 하고, 개인차가 매우 큰 시기이며, 40분 착석은 많은 아이들을 매 시간 벌을 세우는 거로 여길만큼 산만한 시기이고, 제 물건을 챙기는게 익숙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다. (세계 몇 나라에서 만 5세 아동이 입학한다는 건.. 유치 과정을 정규 교과 과정에 편입시켜 무상 교육을 실현한다는 이야기이다.)
청소년을 산업 현장으로 내몰고, 이 청소년들이 돈을 벌면..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그들의 주거와 생계를 안정시켜 결혼 적령기를 낮추고, 출산을 장려할 수 있다는게 과연 이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삶의 괘에 적합한 발상인가? 이 또한 의문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은 못하는가? 그게 교육 기간이 늦고 길어서인가??
이해가 정말 안되는 건,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호하고 민주사회의 국민으로 키워내야 하는데..
요즘 보면, 아이들은 그저 어른들의 도구로 취급 받는 것 같고,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다양한 사고와 생각, 경험-발달의 경로를 지지해야 하는 어른들이 통제하는 게 당연하다 하는 거..
참 미개하다.
학제 편제안을 바꾸든, 교과서를 바꾸든.. 그 중심에 있어야 하는 건 아이들이고, 그들의 미래이다.
그러함에도 전문가나 국민들의 의견 따윈 안중에 없는 저 미개한 작자들의 행태가 웃기고,
법률 스님의 말씀으로 다시 마무리를 짓자면..
"대한민국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다. 옮지 않다고 생각이 들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 대한민국은 민주사회이기 때문에 아무리 옳다고 주장해도 다수가 반대하면 시행할 수 없다. 그런데,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것은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고 정부에서 결정만 하면 시행된다고 한다. 국민들이 침묵하면 그대로 갈 수도 있다. 그러니 반대하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확산시키는 운동을 하면 된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앉아서 걱정만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몸이 많이 엉망입니다. 디스크가 심해졌고, 폐렴기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하고 싶은 말이 잘 정리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해야 겠기에.. 남깁니다. 알만한 분들은 아시겠지요.. 지금 이 사태가 무엇을 말하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