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same-sex marriage)에 대한 의견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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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혼 (same-sex marriage)에 대한 의견 한 마디

sarnia 0 231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원안의 핵심조항들을 대체로 유지한 채 통과된 것을 환영합니다.

아울러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족들에게 의례적인 조의를 표하며,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두 나라의 관계가 통일을 염두에 둔 평화적 공존관계로 거듭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김정일 위원장의 별세로 밥줄이 끊어지고 생계에 위협을 받을 지 모를 사태에 직면하게 된 대한민국 극우매체 종사자 여러분들께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의 본론 입니다.

대한민국 헌법과 민법을 읽어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혼인을 법적으로 어떻게 개념정의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요. 여러 나라에서 동성결혼 (same sex marriage)를 합법화할 때 '결혼을 남녀간의 결합'으로 규정한 상위법부터 뜯어 고치느라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우선 혼인의 성립을 규정한 민법 제 3 장 2 절 제 807 조부터 814 조까지 읽어보았습니다. 어느 조항에도 결혼을 남녀간의 결합이라고 규정한 대목은 없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절차법인 '가족관계 등록에 관한 법률'을 확인했는데 거기에도 그런 규정은 없었습니다. 다행이다 싶었지요.


그런데 헌법에서 문제를 발견했어요. 헌법 제 36 조 1 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양성(兩性)이라는 말이 남녀간의 결합을 전제로 한 개념이기 때문에 해석하기에 따라 동성결혼이 헌법상 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는 소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려면 아무래도 헌법 제 36 조 1 항에 명시된 양성이라는 용어부터 삭제해야 할 것 같군요.


성정체성 또는 성적성향으로 말미암아 차별받지 않을 권리란 단지 학생인권조례에 그 문구가 들어가느냐 마느냐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성소수자들이 성다수자가 받는 모든 헌법적 권리를 동등하게 획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온전하게 마련할 때 비로소 실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성소수자를 무슨 동정이나 관용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모양이지만, sarnia 는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성정체성은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소수자는 관용의 대상이 아니라 성다수자와 똑같이 헌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고, 또 누려야 하는 엄연한 주권적 존재입니다.


성별, 인종, 출신국가, 민족, 종교, 정치-사상적 견해 등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성정체성을 제도적으로 차별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동등한 헌법적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성소수자 차별금지가 포함된 서울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를 주장하며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강민진(16) 양

(사진은 시사인에서 펌)

성소수자가 성다수자가 보유하고 있는 헌법적 권리를 온전하게 획득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자녀의 입양 양육권을 포함한 동성간 혼인의 합법성을 완전히 인정받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성소수자란 남녀동성애자, 양성애자, 그리고 성전환자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LGBT 라고도 부릅니다.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를 의미하지요.

참, 제가 성다수자니 성소수자니 이런 표현을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것도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예를들어 sarnia 님이 남성이고 이성애자라고 해서 성다수자가 될 수 있을까요? 아마 인구통계상으로 남성 이성애자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40 % 를 넘지 못할 게 틀림없으니 따지고 보면 성다수자가 아닙니다. 나머지 40 % 는 여성 이성애자일 것이고, 그 외 각각 남녀 동성애자, 남녀 양성애자, 무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정체성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니 그저 여러가지 성 정체성 중 하나라는 말이지요.    

동성결혼은 고사하고 학생인권조례 원안에 있는 성 정체성에 의한 차별금지조항을 가지고 일부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이런 트집을 잡았다고 하지요? 성 정체성 조항이 동성애를 조장한다고요. 이 이야기를 듣고 문득 1960 년대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을 때 인종차별 금지법안이 통과되면 백인이 흑인이 되는 것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물론 그론 바보천치같은 발언을 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을 것 입니다.

암튼, 대한민국의 보수주의자들은 가끔 사람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File:World homosexuality laws.svg

 

세계의 동성애 관련 법률.

 

동성결혼 합법
다른 방식의 동성 결합 (혹은 명시되지 않은 동거)1
외부 동성 결혼 인정1  
동성결혼 비합법

동성애 자체가 불법인 지역

경범죄
중범죄
무기징역
사형

1아직 발효되지 않은 최근의 동성 결합에 대한 법 혹은 법원 판결을 포함 할 수도 있음. (출처 wiki)

이 글을 쓰고 있는 2011 년 12 월 19 일 현재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는 모두 10 개국입니다.

네델란드,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르웨이, 스위든, 포르투갈, 아이슬랜드, 아르헨티나가 그 나라들 입니다.

 

File:Samesex marriage in USA.svg

 

Laws regarding same-sex partnership in the United States
Same-sex marriage1
Unions granting rights similar to marriage1,2
Legislation granting limited/enumerated rights1
Same-sex marriages performed elsewhere recognized1
No specific prohibition or recognition of same-sex marriages or unions
Statute bans same-sex marriage
Constitution bans same-sex marriage
Constitution bans same-sex marriage and other kinds of same-sex unions (출처 wiki)

 

미국은 말 그대로 the United of States 이니 만큼 좀 복잡합니다. 2004 년 메세추세츠주를 필두로 코네티컷, 아이오와, 버몬트, 뉴햄프셔, 워싱턴DC, 그리고 지난 6 월 24 일 뉴욕주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

놀라운 일은 아래 링크한 통계자료에서 보듯이, 보수 기독교의 영향력이 비교적 강한 사회로 알려진 미국에서 지난 2001 년부터 2011 년 까지 10 년 동안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여론이 꾸준히 증가하여 2011 년 현재 다수의견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http://features.pewforum.org/gay-marriage-attitudes/index.php


미국내 여론조사 결과가 담겨있는 아래 링크를 보면 캘럽과 ABC News,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 각각 동성결혼 합법화 찬성이 53 %, 반대가 44 % 로 나와 있습니다. 자난 10 년 동안의 여론변화 경향성에 비추어 볼 때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도는 향후 수 년 안에 압도적 지지로 성장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고 하겠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Public_opinion_of_same-sex_marriage_in_the_United_States


2004 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합밥화한 메사추세츠 주 연방대법원의 판단은 동성결혼에 대한 단순한 허용 차원의
똘레랑스 개념을 넘어선 장쾌한 인권 혁명선언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연방 대법원은 결혼의 개념에 대한 유권해석부터 다시 내리면서, 결혼의 목적이 반드시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있는 것은 아니며, 성인 두 사람간의 영원하고 독점적인 약속관계가 결혼의 더 중요한 본질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즉, 개인간의 결합인 결혼을 국가가 규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소극적인 입장에서 이런 판결을 내린 것도 아니고, 국가가 종교적-이념적인 중립성을 지키면서 동성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막연한 논리에서 이런 판결을 내린 것도 아닙니다.


연방 대법원은 오히려 결혼제도를 이미 우리 사회안에 확고하게 자리잡은 문화유산으로 인정하고, 누구나 종교적-이념적 중립을 지킨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역시 인정한 상태에서 결혼의 목적과 본질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림으로써 동성간 결혼을 이성간 결혼과 함께 국가가 공적으로 축복하고 그 동동한 헌법적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판결한 것 입니다.


이게 도대체 다 무슨 말 일까요?


각자가 다른 종교적 정치적 이념적 신념을 가지고 사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항상 중립을 지키는 것은 어치피 불가능하고 국가조직의 최종적 판단기구인 법원 조차 그런 중립을 지킨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결혼의 본질과 목적에 대한 정의를 다원주의에 입각해 다시 내림으로서 이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 입니다.  


만일 법원이 보수기독교 교리의 편을 들어, 또는 반대로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의 주장대로 결혼제도 폐지론의 편을 들어 윤리적인 판단으로 이 문제를 판결하려 했다면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났던 이 문제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역할은 실패했을 것 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동성결혼 합법화 운동이 어떻게 전개될 지, 그 과정에서 토론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될 지 무척 기대됩니다.      


sa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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