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드문 개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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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코리아의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 호가 당초 설계한 궤도안착에 성공했다. 광명성 4 호는 3 년 여 전인 2012 년 12 월 12 일 궤도진입에 성공한 광명성 3 호를 실었던 은하 3 호보다 사거리가 늘어난 운반로켓 광명성호에 탑재되어 하늘로 솟아오른지 9 분 46 초 만에 지상 500 km 외기권에 성공적으로 도달했다.
광명성 4 호를 탑재한 운반로켓 광명성호가 발사된 시간은 평양표준시각 2 월 7 일 09 시 정각 (도쿄표준시각 09 시 30 분) 였고, 예정된 고도와 위치에 안착한 시각은 평양표준시각 09 시 09 분 46 초 였다.
문제는 이번에 미국과 일본이 발사체 추적에 실패함으로써 공동으로 개망신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우선 미국은 로켓이 발사된지 두 시간 여 가 지나도록 궤도안착여부를 판별해 내지 못했다. 발사 세 시간 후 북코리아 조선중앙TV의 '허풍아줌마' 리춘히 아나운서가 국가우주개발국의 발표문을 인용한 성공확인 공식발표를 하고나서야 팬타곤이 궤도안착성공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총리 아베 신조가 직접 나서 발사체가 자국 영공을 통과하면 요격하겠다는 호언장담을 했었다. 발사체는 오키나와 상공을 유유히 지나가면서 근해에 추진체를 떨어뜨렸는데도 요격은 커녕 발사체가 지나가고 난 다음에야 영공통과 사실을 눈치챘다. 세계최고의 방공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두 나라가 적국의 장거리로켓이 발사된지 6 분 만에 발사체 추적에 실패해 두 시간 동안이나 허둥대는 꼴을 보였다.
더 볼쌍사나왔던 것은 한국의 국방부와 언론들이었다. 발사 6 분 만에 비행체가 관측범위에서 사라지자 한국의 국방부 관계자는 제멋대로 북의 위성발사가 실패했을 것이라는 예단을 했다.
평소에도 경박하기로 소문난 한국언론은 자국 국방부의 예단을 그대로 베껴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북 위성발사 실패한듯" 이라는 엉터리 보도를 해댔고, 그 잘못된 타이틀이 한국의 대표적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 뉴스 헤드라인에 한 시간 이상이나 달려있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님이 벌어졌다.
같은 시각 북코리아 국가우주개발국은 이미 발사 9 분 46 초 만에 일치감치 궤도에 안착한 자국위성이 송신하는 정보를 접수하고 분석하면서 정오에 공식선포할 발표문을 손질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난 1 월 22 일 한국국방부가 신년업무보고에서 "북이 미사일을 쏘는 즉시 한미일이 공동으로 실시간 정보공유를 할 것" 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발표가 사실이라면 북 로켓 발사직후부터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을 한미일 세 나라가 두 시간 동안 공동으로 까막눈이 되었다는 말이 된다.
북코리아가 이 날 9 시 경에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 호를 발사할 것이라는 사실과 발사위치를 뻔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사된지 6 분 만에 발사체 추적에 실패하고 까막눈이 되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만일 북이 운반로켓 광명성호에 광명성 4 호 대신 수소탄두를 탑재하고 지상고정발사대가 아닌 차량이동식발사대에서 전시타격목표인 백악관과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를 향해 쏘았다면 미국은 영문도 모른 채 매릴랜드 주와 콜로라도 주 등 두 개의 주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대참극을 겪었을 것이다.
지난 1 월 6 일 북이 핵융합실험을 성공시킨 후 블룸버그 통신 칼럼니스트 조쉬 로긴이 미국이 북의 전략무기발전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불치병 환자가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는 5 단계와 비슷하다는 적절한 비유를 한 적이 있는데, 사실 이것도 적절한 비유는 아닌 것 같다.
오늘 팬타곤에서는 광명성호 (운반로켓)의 사거리가 5500 km 에서 1 만 km 정도라고 추정했는데, 은하 3 호의 사거리를 1 만 3 천 km 로 추정했던 조직이 그보다 기술력이 증가하고 제원이 확대된 광명성호를 두고 아무런 분석도 없이 내 놓은 이런 축소평가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눈치챌 수 있다. 현실을 인정하고 정책을 바꾸기가 싫어서 자라를 솥뚜껑이라고 거꾸로 우겨대는 모습은 별로 스마트해 보이지 않는다.
조쉬 로긴이 비유한한대로 암환자도 처음에는 부정하고 분노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는 초월적인 수용단계로 들어가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까지 부정과 분노밖에 할 줄 모르는 '돌대가리 암환자'의 모습이 어제 일부 미국 관료들이 한 언행에서 드러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