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감상2-국민의 당
예상외로 호남 자민련을 넘어설지, 그냥 지역주의 정당이 될지 모르겠다.
전국 지지도가 더민주보다 높게 나왔는데, 이게 어떤 성격인지에 따라 거품일수도, 실체일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19대 비례 대표 득표율과 비교해보자
새누리 더민주 국민 정의(통진) 선진
19대 42.8 36.5 10.3 3.2
20대 33.5 25.54 26.74 7.23
19대에서 여권은 42.8% 범 야권은 46.8% 나머지는(10.4%, 선진당 포함) 기타 잡다한 당들이다.
20대에서 여권은 33.5%, 범 야권은 59.51%이다.나머지는 6.99%이다.
범야권은 19대 대비 새누리는 -9.3%, 더민주는 -10.96%, 정의당은 -3.07%, 기타는 -3.41%이다.
결국 새누리와 더민주에 불만족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둘의 차이는 1%남짓으로 거의 동일한 수의 유권자가 빠져나간 형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말뿐인 새정치에 아직도 매혹을 느끼고 있는 유권자가 이리도 많다는 것에 의문점이 들긴 하지만, 신상 프리미엄, 개업 프리미엄 정도로 생각하면 될 법도 하다.
과거 이명박도 성공한 기업인 출신으로 탈여의도정치 스타일로 많은 이들을 미혹케 한바 있으니, 안철수 역시 이 정도 프리미엄이 과다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들의 질이다.
신상 프리미엄에 몰린 사람들은 조금만 입맛에 안맞아도 바로 지지를 철회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때 대선 지지를 했던 진보세력(민노당)처럼 말이다.
즉, 원래 자기의 포지션인 새누리당 또는 더민주로 유턴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 한가지 해석을 하자면, 더민주가 새누리당에 비해 취약한 점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새누리당과 비슷하게 10%정도 지지자가 국민당으로 이동했지만, 비율로 보면 꽤 큰 차이가 난다.
42.8%에서 9.3%가 빠져나간건 21.73%(9.3/42.8)가 빠져 나간거지만 36.5%에서 10.96%가 빠져나간 건 30.03%(10.96/36.5)가 이탈한 것이다.
대선은 자신의 희망과 상관없이 무조건 1등이 먹게 된다.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 선출 방식이다.
이 경우, 만약 비례대표처럼 투표한다면 새누리당이 승리한다.
그러나 선거 막판 야권 두 후보 중 어느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도 그만큼 새누리당으로 유턴하는 표때문에 결국 지게 된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딜레마다.
둘이 단일화를 안하는 이상 무조건 패배한다. 분위기상 한쪽으로 쏠려도 무조건 패배다. 누가 더 욕을 먹을지 모르겠지만 87년 대선꼴 나는건 확실하다.
더민주나 국민당이나 서로 자기 지지자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새누리에서 더 빼올 표는 없다.(30% 1번 좀비론)
개혁적 색채를 약간 가미한 전통의 더민주가 지지자를 지키는게 쉬울까, 새누리+더민주 실망감에 도피한 지지자를 거느린 국민당이 더 쉬울까?
다음은 지역구를 보자.
사람 관점에 따라 수도권에서 새누리를 완전 몰락 시킬수 있었는데 국민당 때문에 못했다고 비난하는 의견도 있다.
내 생각으로는 단일화가 되었어도 새누리는 수도권에서 이 정도 의석은 가졌을 것 같다.
왜냐? 아까 얘기했다시피 국민당 지지자는 새누리+더민주 실망파다.
이게 더민주로 단일화를 하면 국민당 표가 더민주로 가는게 아니라 각자 원래 소속이었던 새누리와 더민주로 갈라져 나간다.
1등 독식이니 꼴보기 싫어도 더 싫은 놈한테 표를 줄 수 없으니까 그렇게 된다.
만약 국민당으로 단일화를 한다면? 조금 희망적이긴 하다. 국민당에서 새누리로 유턴을 안할 확률이 높아지고 더민주 지지자는 국민당이 맘에 안들어도 새누리로 갈 확률은 거의 없으니까.
그런데 현실적으로 단일화를 했다면 아마 8:2 또는 7:3 정도로 더민주가 국민당보다 많은 후보를 냈을 거다.
따라서 단일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심했을 것 같다.
결국 이번 지역구 선거에서 국민당 때문에 더민주가 이익도 손해도 본건 없는 것 같다.
더민주의 수도권 지역구 압승은 박근혜 때문이지 국민의 당은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이번 선거로 국민의 당이 호남 자민련화 될지 우려가 되는데 나도 그 점은 우려한다.
앞서 쓴데로 신상 프리미엄으로 호남을 휩쓸었다면, 신상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지지가 많아야 하는데 호남에서 국민의 당은 노년층에서 지지를 얻었다.
이건 적어도 호남에서만큼은 표 이탈이 거의 없으리란 방증이지만 그만큼 확장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호남이 얻은 것은 딱 하나다.
저 동네 2번 좀비 90%라는 딱지이다.
국민의 당이 휩쓸기는 했지만 더민주가 형편없이 몰락한건 아니니까 승자 독식 제도에서 보인 착시일뿐 호남은 아주 정상적인 투표를 했고, 이제 1번 좀비들의 피장파장론(2번 좀비론)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증명했다.
영남도 변하지 않았느냐고?
웃기는 소리.
노무현 효과가 이제사 나타난 것일 뿐, 박근혜가 하도 헛짓거리를 많이 해서 넌덜머리가 났을 뿐. 1번 좀비 30%론은 아직도 굳건하다.
원래 생전의 노무현은 수없이 깨졌고, 딱 한 번 나타난 기회를 대선으로 연결지었을 뿐이다.
이후 정곶감 대감이(정동영) 노무현의 공적을 곶감 빼먹듯 다 날려 먹어서 경남에서도 고전을 했을 뿐이지,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노무현이 박근혜보다는 낫다는 이성적 판단을 하는 사람이 늘었을 뿐이다.
이것으로 빚을 갚았다고 생각하면 대선에서는 또다시 부담없이 새누리로 유턴할 확률이 높다.
호남이 4~5석 정도만 더민주에 주었어도 호남 자민련 따위의 비하는 없었을텐데, 아마 호남 자체에서도 국민당 싹쓸이 결과에 스스로 놀라고 있지 않을까?
특히 눈여겨 볼 것은 박주선이나 주승용, 정동영, 박지원 기타 호남권 탈당파들은 애초 호남 자민련 이론의 근거가 된 구시대의 유물인 이들이다.
이들이 모두 구제 받았다. 문재인이 그만큼 절대 악인가? 아니면 김종인의 전횡이 위협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인가?
호남 자민련 이론을 깨려면 차후 이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터, 어떠한 식으로 이루어질지 모르겠다.
정리하자.
1. 비례대표의 선전은 국민당의 선전이 아니라, 양당체제하의 불만유권자들의 선전이다. 이건 사상누각이다.
불만 유권자를 어떤 식으로 열성 유권자로 바꿀 수 있을까?
여기에 차후 국민의 당의 운명이 결정지어질듯 하다.
2. 지역구 의원의 경우는 더 나쁘다. 확장성도 없었다.
까놓고 얘기하면 인물 자체가 형편 없었다.
호남 지역에서는 지역 토호에 대한 불만을 말하더니 도로 지역 토호를 뽑아 놓았다.
대선, 지방 선거를 거치면서 얼마나 경쟁력 있는 인물들을 챙기느냐가 국민의 당의 미래를 결정할듯 하다.
3. 대선은 어떤 식으로 치룰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이야기하는 걸로 마무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