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오판하고 회피한 전문의 백선하
① 유족이 아니라 단체 관계자가 소견서 요청해 거부했다?
백선하 교수가 10월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고 백남기씨의 머리 외상 상태를 찍은 CT(컴퓨터단층촬영) 자료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오른쪽은 성낙인 서울대 총장, 뒷줄 오른쪽은 백씨의 사망 원인을 외인사로 판단한 서울대병원·서울대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의원) 9월23일 찾아가서 백도라지씨가 소견서를 부탁했는데 의사 소견서입니다. 그러니까 교수님이 뭐라고 말씀하시냐면 ‘정치적 사건이기 때문에 발급을 거부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기억나십니까?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백 교수) 사실과 다릅니다. 제가 9월23일날 중환자실 회진을 돌러 가니까 당시 손영준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께서 저한테 소견서 작성을….
전 의원 예, 좋습니다. ‘사인에 대한 건 차치하고라도 환자의 몸 상태에 대해서만이라도 소견서를 줄 수 없느냐’고 백도라지씨가 물었는데 교수님께서 뭐라고 답변하셨는지 기억하십니까?
백 교수 백도라지 보호자분께서 그런 요청을 하신 적은 없고 손영준 사무총장께서 저한테 요청을 하셨고… 소견서 내용은 외상으로 인한 사망이 분명하니 부검이 필요 없다는 내용을 소견서에 적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부검에 관한 한 제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에 제가 발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발급하지 못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10월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대병원 국정감사에선 고 백남기씨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정치적 사건”이라며 사망 이틀 전 가족의 소견서 발급 요청을 거부한 일(제1132호 ‘주치의가 정치적 이유로 소견서 발급 거부’)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있었다.
백 교수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하면서 소견서를 요청한 이가 “손영준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백도라지 보호자분께서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요청 주체가 가족이 아니라 가족과는 무관한 농민단체 간부였기 때문에 소견서 작성을 거부했다는 뜻이었다. 듣는 이에 따라서는 소견서 발급 요청 자체가 ‘순수하지 못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질의에 나선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유족은 당신의 아버님을 두 번 잃는 듯한 슬픔 속에서 (부검이 필요 없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요청)할 수 있다고 보는데, 어느 단체서 요청한다는 것은 어디서 다쳐서 몇 주 진단서 끊을 때도 함부로 (응)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백 교수님이 본인의 양심과 소신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음을 믿는다”고 적극 변호에 나섰다. 유족도 아닌 농민단체 간부가 단독으로 의사를 만나 소견서를 부탁했다는 게 ‘사실’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백 교수의 말은 사실일까? <한겨레21> 취재 결과, 백 교수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누락했다. 당시 소견서 작성을 요청하는 자리에는 백남기씨 부인 박순례씨가 있었다.
손영준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은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어머님이 소견서를 요청하는 자리에 내가 함께 있었다. 어머님이 소견서를 써달라고 말씀하셨고, 내가 좀더 구체적으로 보충했다. 중환자실 회진을 돌다가 만났기 때문에 권아무개 레지던트도 있었고, 간호사도 있었다. 소견서를 요청할 때 어머님이 계셨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 교수는 한선교 의원에 의해 당시 상황이 왜곡되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이 소견서를 요청한 것은 맞지만, 혼자 온 것은 아니었다. 그 자리에 유족으로 고인의 부인이 함께 있었다”고 바로잡지 않았다.
손 사무총장은 “9월23일은 부검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날이다. 경찰에 의해 돌아가셨는데 경찰 손에 주검을 맡기는 부검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도움을 청하기 위해 가족과 대책위가 함께 주치의를 찾아간 것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보호자에게 ‘정치적 사건이기 때문에 소견서를 못 써준다’고 했던 의사의 태도도 너무 황당했는데, 국감장에서 앞뒤 얘기 다 자르고 ‘농민단체 간부가 와서 그런 요구를 했다’고 증언하는 것을 보고 백 교수의 양심이 의심스러웠다. 의도가 너무 뻔한 얘기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② 만성경막하수종이라는 지병이 있었다?
백선하 교수는 10월12일 국감에서 ‘환자가 처음 왔을 때 외상 말고 발견한 지병이 있었느냐’는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다른 신체는 건강하신 편이었고, CT(컴퓨터단층촬영)를 보며 말씀드렸지만 만성경막하수종이 있었다. 그게 지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4일 경찰의 고압 물대포를 맞고 심각한 머리 외상이 있기 전부터 백남기씨에게 지병이 있었다는 ‘지병론’은 경찰 공권력에 의한 사망이라는 진실을 호도하는 대표적인 논리다.
‘당일 외상으로 급성경막하출혈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것은 수술로 고비를 넘겼고 이후 317일 뒤에 사망한 것은 지병 때문이다’로 요약되는 지병론은 ‘물대포에 의한 사망’이라는 경찰의 책임을 ‘물대포에 의한 부상’으로 일부 면책하는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백 교수는 국감에서 고 백남기씨가 사건 당일 찍은 CT를 제시하며 만성경막하수종을 언급한 이후, 염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조훈현·이장우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백남기씨의 ‘지병 여부’를 확인할 때마다 ‘만성경막하수종이 지병’이라고 강조했다.
정말 그럴까? <한겨레21>이 유족의 동의를 얻어 확보한 백남기씨의 CT를 나동규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판독 의뢰했다. 나 원장은 “영상의학적 소견만 갖고 봤을 때, 백남기씨 CT에 대해 만성경막하수종으로 표현된 소견은 정확하게는 틀린 말”이라고 했다.
“수종이라는 것은 물, 즉 뇌척수액이 고여 있다는 뜻인데 당시 CT의 수종을 ‘만성’으로 단정할 수 없다. 백남기씨처럼 심각한 외상을 입고 급성경막하출혈이 있을 때 급성으로 수종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소견이 있다. 원래 갖고 있던 것(만성)인지 당일 사고로 생긴 것(급성)인지 정확히 진단하려면 사고 전에 찍은 CT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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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문의는 20여 년 동안 뇌와 갑상샘 등의 영상 진단을 주로 해온 전문가다. 1995년 삼성의료원에서 시작해 2003∼2008년에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로 있었으며, 이후 영상의학 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백 교수는 국감장에서 ‘급성경막하출혈과 함께 만성경막하수종이 있어 수술을 통해 회복 및 소생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국감장에서 여러 의원들이 재차 확인할 정도로 중요한 소견이었지만, 백 교수는 정작 지난해 11월14일 수술 전후에 수술 결정 배경이나 환자의 상태에 대해 가족에게 설명하는 그 어떤 자리에서도 ‘만성경막하수종’을 언급한 적이 없다.
등산복 차림으로 큰딸 백도라지씨에게 수술하자고 통보할 때 백 교수가 언급한 근거는 ‘기침 반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백남기씨의 수술 이틀 뒤인 11월16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과 환자 상태에 대해 1시간여 면담했지만, 역시 ‘뇌뿌리 반사’ 외에 ‘만성경막하수종’은 언급되지 않았다.
더구나 백 교수가 수술을 통해 환자의 머리를 직접 열어 보고 처치한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11월14일 의무기록지에는 모두 59개의 의학용어가 등장하지만 ‘만성경막하수종(chronic subdural hygroma)’은 없다. 수술 과정에서 목격되지 않았거나 목격됐어도 기록으로 남길 만큼 중요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수술 기록을 살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신경외과 전문의 김경일 전 서울시립동부병원장은 “수종(hygroma)은 없다. 피가 고인 것을 의미하는 혈종(hematoma)만 있다”고 말했다. 900여 쪽에 달하는 의무기록지는 대체로 담당 레지던트의 서명만 있는 데 반해, 수술 경과를 기록한 11월14일의 의무기록지는 백선하 교수가 직접 서명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백 교수의 의학적 소견을 빌미로 ‘만성경막하수종이라는 지병이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부검에 준하는 수준으로 머리를 열어 직접 육안으로 살핀 백 교수조차 당시 기록에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만성경막하수종은 존재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무의미하다.
나 원장은 “수종은 핵심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주 엄밀하게 의학적으로 판단한다면 만성과 급성,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나 이번 사안의 핵심에는 벗어나는 의학적 이슈다. 설혹 뇌경색이나 뇌종양이 있었다 해도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외상에 의한 뇌출혈, 급성경막하출혈 때문이다. 수종은 핵심이 아니다.”
③ ‘증빙 자료’ 남기려고 연명의료계획서 받았다?
이윤성 교수가 10월11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고 백남기씨의 주치의 백선하 교수(왼쪽)가 ‘병사’로 기재한 사망진단서는 오류라며 외인사가 맞다고 말하고 있다. 앞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10월11일 국감 당시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에 임박한 당시에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를 두 번 받은 것을 인정하느냐’는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백 교수는 “아니다. 보호자분이 치료를 거부해서 증빙 서류로 받았다” “가족들이 치료를 거부해서 자료로 남기기 위해 받았다”고 대답했다.
백 교수의 말대로라면 연명의료계획서는 의사가 환자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연명의료 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으로서는 백 교수의 발언을 통해 연명의료계획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말 그럴까? 현재 의료 현장에서 연명의료 지침으로 쓰이는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는 연명의료에 대한 보호자의 결정을 보장하고 있다. 권고는 △환자의 명시적 의사가 없을 때 가족(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에 한한다) 2인 이상이 환자의 의사에 대하여 일치하는 진술을 할 때 △환자의 명시적 의사 표시도 없고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도 없는 경우 적법한 대리인, 그리고 가족 모두가 합의할 때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오히려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를 지키지 않은 것은 백 교수를 비롯한 서울대병원이다. 권고는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할 때 의사 2명의 인정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족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주치의’ 백 교수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가족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없는 것이다. ‘가족이 연명의료 중단을 요구해서 적극적 치료를 할 수 없었다’는 백 교수의 주장은 사실상 ‘주치의’로서 환자의 연명의료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
백남기씨 사망의 책임을 떠안은 유족의 피해도 문제지만, 지난 2월 제정돼 당장 내년 8월 시행을 앞둔 ‘연명의료결정법’도 유탄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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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숙 순천향대 간호학과 교수는 “연명의료 중단은 회복 가능성을 포기하거나 생명을 경시하는 게 아니다라는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통해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다. 연명의료와 관련한 모든 결정의 주체는 담당의사로, 가족이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가족이 병원이 제시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것까지 문제 삼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가족과 의료진이 연명의료 중단을 기피하게 되고 연명의료결정법 자체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염려가 든다”고 말했다. 연명의료와 관련한 사회적 인식 수준을 과거로 퇴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4년 전인 2012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72.3%가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에 찬성했으며, 2011년에는 말기 암 환자의 90%가 연명의료를 거부했다는 서울대병원 자체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연명의료 관련 연구 등을 하는 의사들이 모인 의료윤리학회나 생명윤리학회 쪽에서는 백 교수로부터 비롯된 연명의료계획서 논란에 심각성을 느끼고 이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감장에서 버젓이 사망진단서에 이어 연명의료에 대한 공식 지침을 부정하는 백 교수에 대해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까지 나서서 “자칫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에 대해서 오인될 수 있는 소지가 있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백 교수의 사망진단서 ‘병사’ 기재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구성된 서울대병원·서울대의과대학 합동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연명의료 때문에 병사로 했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연명의료와 무관하게 사망 원인은 선행 사인에 따라 결정된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충분히 치료했으면 외인사인데, 그것을 하지 못해서 병사라고 하는 것은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숙지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윤성 교수는 국감장에서 연명의료계획서에 대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소생 가능성이 없을 경우에 작성하는 것”이라고 수차례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통용되는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를 제정한 제3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이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국립대병원의 주임과장이 ‘연명의료’를 ‘치료’라고 일컫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백 교수는 가족이 혈액투석을 거부한 일을 근거로 들며 “적극적 치료를 하지 못해서 고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혈액투석을 했다면 환자가 회복할 수 있었다는 식이다.
혈액투석은 ‘연명의료 결정 권고’가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특수연명의료(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가운데 하나다. 2013년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를 제정할 때 ‘연명치료’라는 말은 쓰지 않도록 했다. 허대석 한국의료윤리학회장(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은 “연명치료라고 하면 반드시 해야 하는데 안 하는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게 환자한테 반드시 이로운 것만은 아닐 때가 있다. 그래서 연명의료라는 가치중립적 개념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④ 소신을 갖고 헌신적으로 진료했다?
백선하 교수의 ‘의학적 소신’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은 또 있었다. 백 교수는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지키지 않고 직접 사인에 ‘심폐정지’를 쓴 이유에 대해 ‘백남기 환자는 급성신부전에 의한 고칼륨혈증으로 심장이 정지해 사망에 이르렀기 때문에 쓸 수 있다고 봤다’고 국감장에서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소견은 동석했던 이윤성 교수에게 바로 반박당했다. 이 교수는 백 교수가 사망진단서 작성의 기본을 잘 모르고 있다며 그 증거로 “고칼륨혈증을 자꾸 얘기하는데, 고칼륨혈증이면 심폐정지가 아니라 심정지만 썼어야 한다. 폐는 이미 훨씬 전에 정지했기 때문에 직접 사인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10월11일(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과 14일(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열린 국감은 백 교수의 의학적 소견이 가진 ‘정치적’ 의미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야당 의원들이 백 교수의 부적절한 사망진단서 작성 및 일련의 행위들을 비판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의사로서의 양심을 믿는다’며 백 교수를 두둔했다.
실제 백남기씨 사망 이후 백 교수가 공식적으로 밝힌 의학적 소견은 모조리 유족에게는 불리하고 경찰에는 유리한 쪽으로 해석된다. 야당 의원들이 ‘주치의로서 헌신적으로 진료했다’는 백 교수의 기본적인 진료 태도까지 의심하는 자료를 내는 이유다.
더민주 조승래 의원실로부터 <한겨레21>이 입수한 ‘백남기 농민 의무기록 접속 정보’ 자료를 보면, 백 교수가 백남기씨 의무기록을 한 번이라도 열어본 날은 입원 317일 가운데 126일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191일은 한 번도 의무기록을 열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지난해 11월에는 하루 4~5차례 의무기록을 열람했으나 이후 뜸해져 지난 3월에는 사흘, 4월에는 단 하루만 백남기 농민의 의무기록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은 매일매일 변경되는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레지던트 등이 기록하는 의무기록지를 확인한다.
백 교수가 317일 동안 모두 209회 의무기록을 열람한 데 반해, ‘병사’로 기재된 부적절한 사망진단서와 관련해 ‘진료부원장 신찬수 교수님, 지정의 백선하 교수님과 상의하여 사망진단서 작성함’이라고 기록하는 등 외압 의혹을 푸는 단서를 의무기록지 곳곳에 남겨놓은 권아무개 레지던트는 28일의 진료 기간 동안 118회 열람했다. 1일 평균 4.2회 의무기록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오히려 백남기씨 사망 이후 의무기록지를 더 자주 열어봤다. 그는 사망 이후 열흘 동안(9월25일~10월5일) 15회 의무기록을 열람했다. 특히 사망 당일인 9월25일 백남기씨가 사망한 시각(오후 1시58분) 이후 세 번(3시36분, 4시47분, 5시1분)이나 열어봤다. 이는 경찰이 백 교수로부터 부검영장 신청을 위한 ‘진술조서’를 받은 시각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