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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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nia 2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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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10 월 1 일은 한국 국군의 날이다. 


10 월 1 일을 국군의 날로 정한 이유는 한국전쟁발발 3 개월 후인 1950 년 10 월 1 일 당시 한국군 육군 제 3 사단이 유엔군사령관의 명령을 묵살하고 동해안 구역의 38 선을 돌파하여 북진을 시작한 사건을 기념해서다.  


명령에 죽고사는 군을 기념하는 날을 상급부대장의 명령에 불복종한 날로 정했다는 게 해괴하기는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그렇다.  


과거에는 매년 10 월 1 일이 되면 여의도광장 (이후에는 성남서울공항)과 서울역-광화문 구간에서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했다. 


군사정권이 종식된 후에는 퍼블릭공간에서의 군대의 열병-분열행사를 간헐적으로 열다가 나중에는 사실상 중단했다.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열병-분열행사를 군 영내가 아닌 퍼블릭공간에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나라들이 퍼블릭공간에서 열병-분열행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군의 특수한 집단주의적 행사를 개인의 자유를 기본가치로 존립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퍼블릭공간에서 시연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고, 둘째 전체주의 문화권 군대들이 축적해 온 고도로 특화된 집단퍼포먼스의 예술적 경지에 도달한 기술적 우월함을 자유주의 나라들의 군대가 따라잡을 도리도, 따라잡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한국같은 나라들이 왜 중국, 러시아, 조선과 같은 전체주의 나라들처럼 군대의 열병-분열의식을 퍼블릭공간에서 하지 않는 것인지 그 깊고도 복잡한 이유를 이해할 식견과 지능이 모자란 자들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들은 자신이 열병관이 되는 군사행사를 꿈꾸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를 고집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한국의 윤석열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김일성광장에서 열리는 조선인민군 열병식에 매료된 나머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자신이 조선의 최고지도자와 같은 열병관 노릇을 해 보겠다고 생각해 오다가 2017 년 7 월 14 일 프랑스 혁명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백악관 열병식을 이듬해 미국 독립기념일에 개최하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했다가 실패했다. 


결국 1 년 후인 2019 년 독립기념일에 ‘2019 Salute to America’ 라는 반쪽 퍼레이드행사를 하기는 했다. 


트럼프를 굴복시킨 것은 미국의 거센 반대여론과 군인 등 공무원조직의 반발, 그리고 참모들의 완강한 반대였다. 


한국에서는 시민들의 반대도, 군인들의 반발도, 참모들의 쓴소리도 없었는지 저 괴상하기 짝이 없는 열병분열행사가 서울시내에서 강행됐다. 


한국의 군사퍼포먼스를 최초로 보도한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South Korea holds rare military parade……(한국, 뜬금없는 군사행진으로……  ’ 라는 식의 타이틀을 달았다. 


7 천 여 명의 행사병력과 340 여 기의 재래식 장비가 동원된 열병-분열식 행사는 한국의 가상적국인 전체주의 국가들에게 위협을 주기는 커녕 조롱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유도 모른채 정말 뜬금없이 시가행진에 끌려나온듯한 표정을 한 주한미국군 병사들은 행진을 하면서 절도있는 제식동작은 커녕 기본적인 열과 오조차 맞추지 못했다. 


만일 그들이 휘파람 행진곡이라도 불렀다면 영락없이 일본군의 포로가 된 영국군 패잔병들이 포로수용소로 끌려가는 모습과 흡사했을 것이다. 


군대라고는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는 열병관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열중 쉬어’를 잊어먹고 넘어가는 바람에 사회자가 대신 다급하게 ‘제대 열중 쉬어’ 명령을 내리는 씻을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국군의 날 행사에서 열병관이 된 대통령이 훈시를 하기 전에 직접 내리는 ‘제대 열중 쉬어’ 명령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국군을 대표해 행사에 참석한 제대에게 직접, 그리고 유일하게 내리는 국군통수권자로서의 명령이다. 


이 핵심적인 의전절차에 대해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그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조언하지 않았을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도 그는 이 중요한 행사 의전절차를 두 번이나 잊어먹고 행하지 않았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그 날, 


비에젖은 대한민국 육해공군 행사제대가 한순간에 당나라 군대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2 Comments
깨몽™ 2023.10.01 14:28  
졸부는 원래 돈자랑 하고 싶은 법......
어차피 제 꼬라지를 비춰주는 거울도 없으니...... ㅡ.ㅡ
Vagabond 2023.10.02 17:33  
일부 언론에서 언급한걸 본 기억은 있습니다만..
뭐..옆집의 일에도 철저하게 무관심한 나라에다
스스로의 건사에도 충분히 바쁜 각자도생의 시대이고
뻘짓 하지말라고 애원한다고 가만히 있을 자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관심 자체가 없네요
다만,
우주의 기운이 빌어먹을 방향으로 흘러가
내년쯤 도널드와 동시대에 만난다면
내후년쯤 이거 골때리겠구나...하며
지구 남반구의 지도나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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