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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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10 월 1 일은 한국 국군의 날이다.
10 월 1 일을 국군의 날로 정한 이유는 한국전쟁발발 3 개월 후인 1950 년 10 월 1 일 당시 한국군 육군 제 3 사단이 유엔군사령관의 명령을 묵살하고 동해안 구역의 38 선을 돌파하여 북진을 시작한 사건을 기념해서다.
명령에 죽고사는 군을 기념하는 날을 상급부대장의 명령에 불복종한 날로 정했다는 게 해괴하기는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그렇다.
과거에는 매년 10 월 1 일이 되면 여의도광장 (이후에는 성남서울공항)과 서울역-광화문 구간에서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했다.
군사정권이 종식된 후에는 퍼블릭공간에서의 군대의 열병-분열행사를 간헐적으로 열다가 나중에는 사실상 중단했다.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열병-분열행사를 군 영내가 아닌 퍼블릭공간에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나라들이 퍼블릭공간에서 열병-분열행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군의 특수한 집단주의적 행사를 개인의 자유를 기본가치로 존립하는 민주주의 사회의 퍼블릭공간에서 시연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고, 둘째 전체주의 문화권 군대들이 축적해 온 고도로 특화된 집단퍼포먼스의 예술적 경지에 도달한 기술적 우월함을 자유주의 나라들의 군대가 따라잡을 도리도, 따라잡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한국같은 나라들이 왜 중국, 러시아, 조선과 같은 전체주의 나라들처럼 군대의 열병-분열의식을 퍼블릭공간에서 하지 않는 것인지 그 깊고도 복잡한 이유를 이해할 식견과 지능이 모자란 자들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들은 자신이 열병관이 되는 군사행사를 꿈꾸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를 고집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한국의 윤석열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김일성광장에서 열리는 조선인민군 열병식에 매료된 나머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자신이 조선의 최고지도자와 같은 열병관 노릇을 해 보겠다고 생각해 오다가 2017 년 7 월 14 일 프랑스 혁명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백악관 열병식을 이듬해 미국 독립기념일에 개최하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했다가 실패했다.
결국 1 년 후인 2019 년 독립기념일에 ‘2019 Salute to America’ 라는 반쪽 퍼레이드행사를 하기는 했다.
트럼프를 굴복시킨 것은 미국의 거센 반대여론과 군인 등 공무원조직의 반발, 그리고 참모들의 완강한 반대였다.
한국에서는 시민들의 반대도, 군인들의 반발도, 참모들의 쓴소리도 없었는지 저 괴상하기 짝이 없는 열병분열행사가 서울시내에서 강행됐다.
한국의 군사퍼포먼스를 최초로 보도한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South Korea holds rare military parade……(한국, 뜬금없는 군사행진으로…… ’ 라는 식의 타이틀을 달았다.
7 천 여 명의 행사병력과 340 여 기의 재래식 장비가 동원된 열병-분열식 행사는 한국의 가상적국인 전체주의 국가들에게 위협을 주기는 커녕 조롱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유도 모른채 정말 뜬금없이 시가행진에 끌려나온듯한 표정을 한 주한미국군 병사들은 행진을 하면서 절도있는 제식동작은 커녕 기본적인 열과 오조차 맞추지 못했다.
만일 그들이 휘파람 행진곡이라도 불렀다면 영락없이 일본군의 포로가 된 영국군 패잔병들이 포로수용소로 끌려가는 모습과 흡사했을 것이다.
군대라고는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는 열병관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열중 쉬어’를 잊어먹고 넘어가는 바람에 사회자가 대신 다급하게 ‘제대 열중 쉬어’ 명령을 내리는 씻을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국군의 날 행사에서 열병관이 된 대통령이 훈시를 하기 전에 직접 내리는 ‘제대 열중 쉬어’ 명령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국군을 대표해 행사에 참석한 제대에게 직접, 그리고 유일하게 내리는 국군통수권자로서의 명령이다.
이 핵심적인 의전절차에 대해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그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조언하지 않았을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도 그는 이 중요한 행사 의전절차를 두 번이나 잊어먹고 행하지 않았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그 날,
비에젖은 대한민국 육해공군 행사제대가 한순간에 당나라 군대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