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을 앞둔 그대는 요즘 안녕하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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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Downfall 이라는 영화가 있다.
독일어 원제는 다른데, 어쨌든 영어제목은 Downfall 이다.
병적인 자기확신과 오만의 포로가 된 한 나라의 수뇌가 몰락이 확실해 졌을 때 어떻게 이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더 망가져 가는가를 현실감있게 표현한 영화다.
그의 무모함을 견제하려는 참모들의 합리적 조언을 향한 그의 반응은 미친놈같은 격노와 협박 뿐이다.
불과 12km 떨어진 시외곽에서 베를린을 포위공격해 들어오는 연합군(소비에트연방군)을 피해 일단 이 도시를 탈출해야 한다는 군 지휘부의 조언 따위는 콧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그저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답게 맥락도 없는 갑작스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책상을 쾅쾅쾅쾅 두드리며 ‘네까짓것들이 뭔데 감히 나에게 훈계를 하려고 드느냐’고 고함을 지를 뿐이다.
그는 파킨스 증상때문이었는지 술을 즐기지는 않았으므로 그의 분노조절장애는 통제가 더 난감한 알콜중독성 분노조절장애보다는 덜 위험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폭주를 주변에서 아무도 막지 못했다.
결국 그는 부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결했다.
그는 자신의 시신이 연합군에 의해 회수되거나 시민들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막기위해 ‘사라지게 하라’고 측근에게 명령 겸 부탁을 했다.
‘제 3 제국’이라는 허깨비같은 이념에 넋을 빼앗긴 나치정권 뿐 아니라, 나치에게 표를 준 독일국민, 그리고 독일이 함께 몰락했다.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나치는 선거에 의해 합법적으로 집권했다)
몰락의 와중에,
나치정권의 선전상을 하다가 총리에 오른 파울 요세프 괴벨스가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긴다.
“They chose us because they liked us. So they don't deserve to blame for the consequences of destruction”
(독일국민들은 우리가 좋아서 우리를 선택했으니 이 파멸적 결과에 대해 비난할 자격도 불만을 터뜨릴 자격도 없다)
그건 그렇고,
이 영화역시 ‘No Country for Old Men’’처럼 음악이 없는데, 대신 분위기가 잘 맞는 다른 영화의 음악을 하나 가져왔다.
앤서니 홉킨스와 브래드 핏이 주연한 ‘몰락의 전설’(Legends of the Fall) OST.
아래의 마을에서 주로 이 영화를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