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요즘 대한민국 꼴이 말이 아니다.
왜 그런지는 눈 있고 귀 뚫린 사람이라면 잘 알겠기에
여기에서 그 상황을 설명하는 건 무의미하다.
다만,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으려니
1987년 6월의 기시감이 들어서 불길하기 짝이 없다.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사건에서 비롯된 1987년의 6월 항쟁은
노태우의 6.29선언으로 민주세력이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권력에 눈이 먼 YS와 DJ의 분열로 말미암아
그해 대선은 보수반동 세력의 승리로 끝났다.
그때의 분열로 상대방에게 깊은 배신과 불신을 품게 된 YS와 DJ는
그 이후 철저하게 앙숙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나라 정치계에 분열과 대립의 씨를 뿌려놓았다.
역사에서 ‘만약’은 무의미하다는 말도 있지만,
만약 그때 YS와 DJ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그해의 대선은 민주세력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그랬다면 YS의 3당 합당도 없었을 것이며
DJ를 중심으로 한 호남의 고립도 없었을 것이며
오늘날 이 기괴한 정권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1987년 대선에서 민주세력이 분열하지 않았다면
이 엄청난 국가혼란을 초래한 박근혜 정권은 없었을 수도 있다.
그걸 문제 삼아서 고인이 된 YS와 DJ를 탓하는 건 아니다.
다시는 그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 시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박근혜 퇴진, 박근혜 하야’ 등 단발성 구호만 난무하고
그 이후, 즉 박근혜가 물러난 뒤에
이 나라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물러난다고 모든 게 마무리되는 건 아니다.
이 나라의 주권이 국민 손에 온전히 돌아오려면
박근혜 이후가 더욱 더 중요하다.
6.29선언으로 국민이 승리한 것으로 보였지만,
정권은 여전히 보수반동 세력의 손아귀에 있었다.
박근혜는 곧 물러날 것이고 물러날 수밖에 없겠지만,
그 이후에 박근혜와 다를 바 없는 세력이 들어선다면
보수반동 세력의 쿠데타에 국민이 놀아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른바 잠룡으로 불리는 이들은 저마다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어떤 이는 ‘대통령은 2선으로 물러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자’고 하고
어떤 이는 ‘대통령은 당장 하야하라’고 주장한다.
어떤 이는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고 있겠지만,
어떤 이는 어떻게 해야 나에게 유리해질까, 를 생각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1987년의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길을 가지 않고
내 지지도가 올라가고 내가 대통령이 되는 길을 가는,
사이비 잡룡들이 설치고 국민이 그들에게 현혹당하면
우리는 또 다시 1987년의 실패를 반복하고 말 것이다.
지금은 제각각의 주장을 무책임하게 내뱉고 있을 때가 아니다.
박근혜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한데 모여서
이 나라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창출해야 할 때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나 세력은
국민이 매의 눈으로 가려내서 철저하게 심판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짧게는 1~2주일, 길게는 1~2달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엄중한 시기가 될 것이다.
그 시기에 이 땅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돌아갈 수도 있고,
국민이 개돼지 취급받는 세상이 지속될 수도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