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비겁하게 인종주의 뒤에 숨지마라
2016 년 3 월 13 일,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에서 상상을 초월한 규모의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모로코 관영통신에 따르면 이 날 라바트에 집결한 시위인파는 무려 3 백 만 명에 달했다. 참고로 모로코의 최대도시는 그 유명한 카사블랑카이지만 행정수도는 라바트다.
지금도 한국에서 계속되고 있는 박근혜 일당 일망타진을 위한 촛불시위에 모였던 단일 최대인파가 지난 12 월 3 일 제 6 차 촛불집회의 232 만 명이었다는 것을 참고하면 이 날 모로코 수도에서 벌어진 시위의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32 만 명이 모였던 서울의 인구는 1000 만 명이 조금 안되지만 300 여 만 명이 모였던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의 인구는 65 만 명에 불과하다.
65 만 명이 사는 도시에 300 만 명의 시위인파가 몰려든 사태 자체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 시위의 규탄대상이 단 한 사람,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이었다는 사실이다. 카사블랑카의 나라 모로코 국민들은 왜 반기문에게 그토록 격분했던 것일까?
모로코 정부와 사하라 서부지역에 거주하는 소수유목민 부족간의 영유권 갈등 및 분리독립 문제에 관련해 반기문 당시 총장이 한 실언이 이 나라 국민들의 분노에 도화선을 당겼다. 반기문 씨의 실언은 자신의 뚜렷한 정치적 신념이라든가 유엔의 공식입장에 기반을 두고 발설된 것이 아니라 현지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실언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모로코 국민들과 정부는 격분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반기문 씨의 실언은 실언이 아닌 망언이었다. 반기문 씨는 나중에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모로코 정부에 사과했지만 모로코 정부는 반기문 씨의 사과접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당시 반기문 씨로 부터 국가적 모욕과 능멸을 당했다고 생각했던 모로코 국민들 뿐 아니라, 지난 10 년 간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반기문 씨의 행적을 지켜 보아왔던 세계인들은 그 사람이 한국의 대통령 후보 지망자로서 무시못할 숫자의 그 나라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기문 씨는 자신의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세계 언론들의 비판들을 "인종주의"적 편견에 기반한 오해라고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그의 변명에는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는 서구주류언론의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인종주의라는 딱지를 가져다 붙이면서, 대체로 호평을 받았던 가나 출신 코피아난이나 이집트 출신 부트로스갈리 같은 사람들은 그들의 피부색과 관계없이 모두 다 서구에서 교육받고 자란 사실상의 서구인들이기 때문에 서구언론들이 긍정적 평가를 해 준거라는 이상한 논거를 대기도 했다. 그렇다면 애당초 인종주의 (racism) 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하지 말고 문화차이 (cultural differences) 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맞는다. 반기문 씨의 언어선택은 이처럼 신중하지도 않고 앞뒤가 맞지도 않는다.
그가 이임한 후 올해 초 텔레그래프가 언론들의 일반적 평가를 종합인용한 기사와 CNN 이 신임 총장을 소개하면서 반기문 씨를 딱 한 문장에서 인용해 빗댄 기사를 보면 전임 총장이 이임한 직후 묘사한 기사치곤 너무나 초라하고 비참한 게 사실이어서 그가 분노를 느낄만도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리 잘못된 평가라고 볼 수도 없다.
"......he is the worst UN Secretary-General ever – a plodding “nowhere man” lacking in charisma and shying away from difficult decisions......" (지도력도 없이 마지못해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어려운 문제들에 봉착할 때마다 쥐구멍을 찾아 도망다니는 최악의 유엔사무총장-싸르니아가 한국어답게 의역)
Guterres appears to be more to-the-point than his predecessor, Ban Ki-moon of South Korea, and more relaxed. Guterres, for example, spoke without notes to the UN staff.(구테레스는 반기문에 비해 사용하는 논점이 명확하고, 무엇보다도 전임자처럼 원고에 의지해야만 유엔 스태프들과 말이 통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유가 있어 보였다- 최근의 CNN 기사 'New UN Secretary-General Antonio Guterres starts work' 에서 발췌)
이 기사에서 "노트없이 말할 수 있다"는 표현은 영어실력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논의주제에 대한 정보파악 능력을 내포하고 있다. 사태의 맥락을 잇고 있는 중요한 정보들은 비록 아무리 디테일한 것들이라도 기록에 의존하지 않고 리더의 두뇌 속에 입력되어 있어야 하는데, 반기문 씨의 경우 그런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판단하고 이런 기사를 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사들이 과연 반기문 씨의 불평대로 문화차이 (그의 표현에 의하면 인종주의) 에 기반한 편파적인 평가에서만 기인했을까?
지난 12 일 한국의 인천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삼류연극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 싸르니아의 생각이다.
지난 12 일 한국으로 되돌아간 반기문 씨의 귀국 퍼포먼스는 가뜩이나 무능하고 의전에만 집착한다는 평가를 들어 온 그를 더욱 우스꽝스런 사람으로 낙인찍게 하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그의 직업외교관 답지않은 상황판단 및 예측능력의 부족함을 증명해주는 결정적 사건이 되기도 했다.
반기문 씨는 뉴욕시간으로 11 일, 13 시 정각에 JFK 국제공항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221 편 일등석에 올랐다. 이 날 반기문씨가 이용한 뉴욕발 인천행 아시아나항공 일등석 요금은 배우자의 항공권을 포함해서 미화 약 1 만 8 천 달러였다. 기내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그의 좌석 테이블에는 제 4 차 산업혁명이라는 제목의 커다란 영어잡지가 누구나 다 보란듯이 놓여 있었다.
거절당하기는 했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입국의전을 요구했고, 전임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위상에 따라 일인당 1 천 만 원이 넘는 일등석을 타고 왔으면 공항에서 간단하게 도착 행사를 가진 후 번잡 떨지 말고 승용차편을 이용해서 자택으로 이동하는 게 자연스런 행동이다.
공항에 수 백 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나와 위험한 통제구역에 들어가 멋대로 현수막을 걸고,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고, 서민 흉내를 낸다며 승차권 자동판매기 앞에서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해서 민폐를 끼치고, 출발시간과 좌석번호가 명기된 서울역행 공항직통열차의 출발시각을 무시한 채, 30 분 이상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번잡한 공로를 점거 배회하고, 느닷없이 편의점에 들어가는 바람에 한꺼번에 따라들어간 지지자들과 기자들에 떠밀려 남의 가게 판매대를 넘어지게 하는 따위의 아수라장을 초래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친 행동은 너무나 부자연스럽고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문제는 이런 부작용과 역효과를 예견 못하고 '보여주기 시민흉내'를 강행시킨 반기문 씨의 아둔한 상황예측능력과 고답스런 사고방식이다. 그의 고답스런 사고방식은 "이 한 몸 불살라서 노력" 운운한 유랑극단 신파조 대사같은 부족한 표현력에서 일찌감치 드러났었다.
공항 편의점에서의 헤프닝은 편의점 판매대를 와르르 자빠뜨린 소규모 불상사로만 끝나지 않았다. 뉴욕에서의 습관대로 편의점에서 에비앙 생수를 집어들었으면 그냥 그걸 들고 계산대로 갔으면 그만일 것을, 옆에서 "국산생수로......" 라고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잽싸게 국산생수로 바꿔드는 가볍고 체신머리없는 행동을 함으로써 결국 그가 어떤 유형의 인간인가를 만천하에 드러나게 하고야 말았다.
반기문 생수 바꿔치기 사건은 그가 출신국으로 귀국하자마자 보호무역주의자가 된 게 아니라면, 국산생수를 집어들어야 애국자처럼 보일 것 같아 평소기호를 숨기고 생수바꿔치기를 한, 정직하지 않은 1970 년대식 전시행정가의 표본이라는 것을 공표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사람은 임기 후 일정 기간 동안 특정국의 정부 직책에 복무하지 않게 한 유엔결의 제 11 호의 기본정신은 유엔회원국들의 정보보호와 관련된 conflict of interest 배제를 위한 일종의 윤리규정이다.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자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work ethic 이다.
"임명직은 안 되지만 선출직은 상관없다"는 식의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며 나라망신에도 불구하고 그 work ethic을 헌신짝처럼 내 버리겠다는 저 모습은 정직성과 윤리지력이라는 면에서 편의점에서 생수바꿔치기를 한 그 행동과 그 수준의 궤를 함께 한다.
정직성과 윤리지력 면에서,, 반기문 씨와 박근혜 씨 중 누가 더 나쁜지 분간이 잘 안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