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김정은, 함께 노벨평화상을 받겠다는데..
요즘 코리아반도 정세를 다루고 있는 한국언론의 보도를 보면 제대로 된 정세판단을 수행하고 있다는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보도들만 따라가다보면 도대체 미국과 중국이 북코리아에 대해 어떤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게 된다. 그저 엉터리 전문가들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횡설수설에 머리만 혼란해지고 그들과 함께 바보가 되는 경험만을 하게 될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일찌감치 합의한 코리아반도 문제 처리에 대한 기본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그 핵심 중 핵심은 미국이 북코리아 지도부와 직접 협상한다는 것이고, 그 여건조성을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이다. 두 개의 코리아를 유지하며 남북 양국의 정부와 체제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기본합의가 깔려 있다는 점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중국은 김정은 정권의 선택지를 미국으로 향하게 하기 위해 전례없는 대북고강도 압박을 가하고 있는 동시에, 미국은 미국대로 뚱딴지같은 사드비용 부담요구와 한미 FTA 전면재협상 또는 폐기 현실화를 통한 '한국과의 거리두기'를 공개적으로 시사함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마음을 돌리게 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정권의 목표는 분명하다. 궁극적으로는 북핵을 완전 폐기시키는 것이지만, 설사 그것이 불가능하더라도 신흥핵강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함으로써 코리아전쟁이래 초강대국이 연간 GDP 400 억 달러에 불과한 나라에 70 년 동안이나 끌려다녔던 이상하고도 창피한 역사를 완전히 종식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자신의 통제범위 밖으로 벗어난 말썽꾸러기 무늬만 동맹국으로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튀는 똥물을 계속 맞고 있느니 차라리 그 부담을 미국과 함께 나누어 지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마라라고 협상 이후 미국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입을 통해 일관되게 밝혀 온 입장은 "북의 레짐(정권)교체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라는 것인데, 한국 정치권과 언론은 미중 정삼회담 이후 확고부동하게 천명되어 온 이 말에 특별하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27 일 틸러슨 국무장관이 미국 라디오방송 NPR 과 무려 9 분 간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 방송에서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을 분명하게 시사하자 그제서야 미국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 정권은 만일 북코리아 정권이 핵을 환원불가능한 상태로 포기한다면 그 협상을 성사시킨 당사자, 즉 트럼프와 김정은이 동시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플랜을 구상하고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중이다. 동시에 북미간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김정은 정권의 안전보장을 위한 군사적 조치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이미 공개된 바 있다.
믈론 이런 대전환은 트럼프-시진핑의 리조트 만남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이 만남 이후 트럼프는 시진핑을 가리켜 "terrific man" 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과장과 허풍이 일상인 트럼프일지라도 이 말은 진심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과의 만남 이후 트럼프는 자신의 대중정책 전문가인 피터 나바로 NTC위원장을 멀리하기 시작했는데, 트럼프는 나바로 위원장을 가리켜 "개뿔도 모르는 놈이 무슨 중국 전문가라고" 라는 푸념을 했다는 신빙성있는 전언도 있다.
이 회담에서 시진핑은 도대체 무슨 말로 트럼프를 사로잡고 '그의 팬'으로 만든 것일까?
흥미롭게도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중국과 남북 코리아의 오랜 역사적 관계를 매우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시진핑은 이론가가 아닌 행정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역사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매우 논리적이면서도 설득력있게 트럼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말한 내용에는 수나라와 고구려, 당나라 이세민(태종)이 코리아반도에서 당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역사 이야기를 왜 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GDP가 400 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해서 북코리아가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니며, 당신(트럼프)의 전임자들이 왜 북코리아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는지, 왜 북의 밥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마음대로 북을 다룰 수 없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설득하기 위해서 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언론이 '시진핑이 트럼프를 앞에 앉혀놓고 한 동북아 역사 강의내용' 중 명-청과 조선의 특수한 관계 부분만을 인용해서 소개한 트럼프의 전언을 문제삼아 비분강개한 적이 있는데, 오늘 그는 북의 미사일 발사시험을 두고 트위터에 "북코리아가 중국에 무례했다" 는, 또다른 (이번에는 북코리아에 대해) 모욕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두 개의 코리아 정책으로 요약되는 코리아반도 안정화 정책이 중국과의 철저한 합의와 동의 아래 진행되고 있는 것임을 재천명했다.
한국의 일부 진보진영 문건을 보면 트럼프가 전쟁광인 것처럼 묘사되어 있는데 과연 그럴까?,
어떤 사람이 전쟁광이 되려면 일단 그가 이념형 이상주의자여야 한다. 아돌프 히틀러나 조지 W 부시 주니어, 힐러리 클린턴 등이 이념형 이상주의자에 속한다. 진보냐 보수냐는 전쟁광의 소질과 아무 관계가 없고, 자신이 가진 이상주의적 이념을 실천할 의지의 강도가 그가 전쟁광이 될 소지 여부를 판가름한다.
싸르니아가 보기에 트럼프는 일단 이념형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매우 실용주의적인 비즈니스맨 유형의 인간이다. 이런 유형의 리더는 무모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 사람의 유형조차 판단하지 못하고 단순히 말을 가끔 무식하게 한다고 돌발행동을 일으킬 소질이 있는 사람인 것 처럼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지금 돌아가는 형국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트럼프는 그의 인간 유형의 범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예측가능한 행동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사실 정보기관에서 올라오는 북코리아의 반격능력과 공화당 강경파의 대북강경책 사이에 존재하는 불일치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 미중 정상회담에서 '퀘렌시아'를 찾아낸 것처럼 보인다.
싸르니아가 보기에, 앞으로 최소한 4 년 간 코리아반도에서 전쟁에 준하는 위험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 4. 29 아침 (MTS) sa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