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이거 잘못 건드리면 크게 다칠 수 있다
16 대 대선 당시 ,
싸르니아가 반드시 실패할거라고 예상했던 노무현 후보의 공약이 하나 있었다.
행정수도 이전이 그것이었다.
수도의 충청권 이전은 노무현 선거 캠프가 제작한 플랜은 아니었다.
1970 년대 박정희 정권 당시 국무총리였던 김종필 씨 구상에서 시작됐다.
수도이전의 '수' 자도 나오기도 전에 거센 반발에 부딪히는 바람에 흐지부지됐다가,
1998 년 DJP 연합정권이 출범하자 또 국무총리가 된 김종필 씨가 다시 이 문제를 끄집어냈다.
기자들이 청구동 김종필 총리집까지 찾아가서 이렇게 질문했다.
"충북 청원군 오송리라는 허허벌판에 고속전철역이 들어서는 일과 관련해 총리님과 충청지역 대지주들의 연계설이 나돌고 있는데 아시는 게 있습니까?"
당돌한 질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종필 총리는 화도 내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모릅니다"
만일 관계가 없었다면 평소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볼 때 "도대채 어떤 놈이 그 따위 소리를 하느냐?'고 버럭 화를 낼 법도 했을텐데
시치미 뚝떼고 남의 이야기하듯 모른다는 간단답변을 한 게 참으로 이상하고도 희한했다.
새천년민주당 지도부는 JP 가 떠나면서 남겨놓은 (그는 DJ와 결별했다) 수도이전에 관한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가 2002 년 무렵 노무현 후보에게 넘겨줬다.
노무현 대선캠프는 이 자료를 검토한 후 '수도이전'을 '행정수도이전'으로 명칭을 바꾸어 공약사항으로 구체화한 문건을 만들었다.
2004 년 헌법재판소가 '수도이전은 위헌'이라는 다소 억지스런 판결을 내린 것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노무현 후보의 이 공약은 실행추진단계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공약에 JP-충청대지주 협잡설같은 출생윤리적인 문제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6 백 년 전통의 유서깊은 수도문명권을 인위적 균형정책으로 하루아침에 해체하거나 재편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순진함이 문제였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 라는 명제를 관습헌법이라고 표현했다.
청와대 국회 대법원 이 세 기관은 서울을 떠날 수 없다는 판결이나 다름없었다.
헌법소원을 낸 보수진영의 논리는 이런 것이었다.
그들은 "문화적 정통성 등 단순한 수도 이상의 의미가 있는 나라 문명의 보고로서의 도시 서울과,
나라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도권 거주 인구를 남겨둔 채 대통령과 행정-입법-사법부 최고기관들이 한강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철수할 수 없다" 고 주장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날만새면 멍충이 소리늘어놓은 것을 천직인 줄 알고 있는 이 나라 보수세력이었지만
이 때 이 말 만큼은 진의야 어찌됐든 설득력이 있어보였다.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를 포함한 수도권 인구는 2 천 5 백 만 명이다.
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쯤되면 단순한 지역, 단순한 인구라기보다는
나라공동체를 움직이는 거대한 동력을 생산해내는 하나의 문명권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과연 행정수도이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수도이전작업을 본격화하려면 내년 헌법개정안에 수도이전의 합헌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항을 삽입해야 하는데
그 헌법개정안이 국회표결과 국민투표를 모두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서울과 수도권은 1971 년 이래 지역갈등과 차별을 중화시키는 보편지대 역할을 해왔다.
(참고로 1971 년은 박정희 독재정권이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호남지역에 대한 차별문화를 제작-확산시킨 해)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의 출신은 다양하다.
서울의 경우 실제로 3 대 이상 서울에서 살아온, 즉 구 호적체제에서 원적지까지 서울인 인구가 5 퍼센트도 안 된다.
나머지 95 퍼센트가 외지에서 이주해 와서 정착한 사람들이다.
경상-전라-충청-강원 출신은 물론 이북출신 탈북자들과
등록외국인 중 압도적 다수인 110 여 만 명의 외국인들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나라 구석구석에서 몰려든 인구의 절반과 외국인들이 함꼐 어우러져 지평융합을 이루고 있는 멜팅팟 역할을 해왔다.
4 월혁명- 6월항쟁- 촛불혁명은 서울에 있는 행정부와 권력기관들을 거대한 수도권 거주인구가 밀집대형으로 포위망을 구축하고 정치적 물리적 압력행사를 한 결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경제수도와 행정수도가 분리되어 있는 사례로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이 있다.
수도이전론자들도 서울-세종의 대비사례로 뉴욕-워싱턴DC 와 토론토-오타와 를 들었다.
수도이전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싸르니아가 봤을 때 이 사례비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은 그 나라들처럼 면적이 넓은 나라가 아니다.
정치가 다른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는 아예 비교대상이 아닐 정도로 한국의 정치편중이 심한 편이어서 수도의 위상과 개념이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다.
한국의 정치편중이 심한 이유는 이 나라 정치가 다른 나라보다 대단하고 훌륭해서가 아니라 사회갈등지수가 높기 때문이다.
수도권 인구과밀현상도 수도이전의 이유 중 하나로 등장하곤 한다.
대도시의 기능과 장점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인구과밀이라는 개념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거대한 면적을 가진 미국같은 나라들조차 인구의 대부분이 전체국토면적의 3 퍼센트에 해당하는 지역에 밀집거주하고 있다.
싸르니아의 느낌으로는 서울의 질서있는 인구밀집은 뉴욕의 역시 질서있는 인구밀집보다 훨씬 더 질서있는 밀집범주에 속한다.
한국은 인구로 따지자면 중견국이지만 면적 (약 9 만 9 천 평방킬로미터) 으로 따지자면 중국의 충칭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도시국가형 나라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던 도시이기도 한 충칭시의 면적은 약 8 만 평방킬로미터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여행하다보면 나라 전체가 연결된 하나의 도시처럼 느껴진다.
한국의 가장 치명적인 사회갈등요인인 대학서열이 문제인데,
행정수도를 옮긴다면 그 문제를 함께 해소할 수 있는 출발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싸르니아가 생각하기에 대학서열과 행정수도이전 역시 별로 관계가 없어보인다.
서울에 있는 일부 사립대들을 수도권 바깥으로 분산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국립대인 서울대는 어떨까?
18 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실제로 서울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공약으로 검토한 적이 있다.
새 행정수도 세종특별자치시에 제 1 국립대를 설립하겠다는 야망가들의 플랜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만일 서울대를 세종시로 이전한다면 학교 명칭을 바꿔야할텐데
혹시 현상금을 걸고 이름을 공개모집하지 않을까 해서 돈도 벌겸 새 이름을 지어보았다.
싸르니아 작명소가 지은 서울대학교 새 이름 작명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세종대학교는 이름군에서 제외시켰다. 서울에 이미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사립대학이 있다.
다른 나라 수도에 있는 명문대학교 이름 중에는 위싱턴DC 에 소재한 조지위싱턴대학교와 평양특별시에 소재한 김일성대학교가 있다는 사실이 떠 올랐다.
모두 사람 실명을 땄는데,
세종시에 있으니까 세종의 아명을 따서 '이막동대학교'라고 지어보았다.
세종시에 있으나 세종대학교라는 이름은 쓸 수 없으니, 세종의 아명 '이막동'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정감도 가고 발음도 쉬워서 한 나라 최고 명문대학교 이름으로는 손색이 없어보인다.
만에 하나 서울대학교가 대한민국 새 수도 세종시로 이사가서 새 이름을 공모하면 '이막동대학교'라는 이름을 공모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어떤 학교에 공부잘하는 학생들이 몰려드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
수도권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처럼 자연스런 현상이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가칭' 이막동대학교에도 우수한 학생들이 몰릴 것이다.
문제는 학교에 있는 게 아니라,
학맥을 형성해서 불공정한 독점과 약탈조직을 형성해 온 사람에게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서울대를 세종시 아니라 흑산도로 이전한다 한들
이 나라의 학벌지상주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형태로 대체될 뿐이다.
학벌지상주의는 인종주의와 마찬가지로,
차별을 목격했을 때 본능적 공분이나 저항감을 느끼기보다 쾌감과 소속감, 우월적 착각 같은 것을 느끼는,
뭔가 우중충하고 비열한 인자가 사람의 유전자안에 존재하기 때문인데
공동체가 점차 제도에서부터나마 공정하고 건강해지면 그런 열등한 유전자는 세대가 지날수록 희석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점차 문화도 건강하게 바뀐다.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고 몇몇 대학들을 수도권 밖으로 내보내거나
프랑스 비슷한 국립대학 공동입학 공동학위 운영제도를 도입한다고 그 문화가 사라지는데 의미있는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싸르니아는 한국 국내의 내밀한 문제에 속하는 수도이전, 또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를 쉽게 생각하다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위험한 치명상을 당하고 집권 초반에 좌절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경고하고 싶다.
정리헤서 결론을 말하자면
헌법개정안에 행정수도이전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이 삽입될 경우,
그 개정헌법의 국민투표 통과자체가 무산될 위험이 상상하는 것 보다 '실재적'이다.
국민투표 이전에 재적의원 3 분의 2 가 찬성해야 하는 국회표결통과 자체가 불가능해 질 가능성도 높다.
국회표결이든 국민투표든 제안된 헌법개정안이 부결되는 날엔 문재인 정권이 살아남기가 어렵게 된다.
개헌과 행정수도이전을 연계시키는 주제를 공론화시킬 무렵이 되면
대한민국 기득권 커넥션과 무시못할 숫자의 수도권 유권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적나라하고도 이기적이며 폭발적인 반응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할 것이다.
수도이전이 현실화되면 지역색이 없던 수도권 인구 다수를 강력한 반수도이전 저항결집체로 단결시키고, 여기에 전통적 기득권커넥션과 공무원집단, 보수야당이 들러붙어 '문재인 정권 퇴진투쟁'으로 몰아가는 뚱딴지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새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아주 아주 조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