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케이스를 허하라!
군대를 경험한 남자라면 대부분 듣는 단어가 있다.
바로 '시범 케이스'
보통 신병 훈련소에서부터 이런 모습을 볼수 있다.
약간 얼빵하거나, 뺀질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그런 사람을 다중 앞에서 조지는 것이다.
행한 잘못에 비해 훨씬 과다하게, 공개적으로 처벌한다.
오합지졸을 통제하는데 있어서 공포란 개념을 확실하게 심어주는 것이다.
역사상으로 나타난 시범 케이스중 유명한게 손무가 오왕 합려에게 강병을 육성하는 방법을 논하면서 궁녀들을 강병으로 만들기 위해 오합지졸인 궁녀들 중에서 오왕이 아끼는 궁녀 둘을 그 자리에서 목베니 나머지 궁녀들이 순식간에 오와 열을 맞춘 모습을 보여준 일화가 있다.
즉, 인간의 두려움에 대한 감정을 이용하여 일순간에 군중을 통제 가능한 조직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또한 앞서 썼듯 잘못에 비해 과다하게, 공개적으로 처벌 받는다.
물론, 자주 쓰면 안된다. 두려움의 감정을 심어 조직의 기강을 잡는 것이 목적이니 사람 잡는게 목적은 아니니까.
박찬주 대장 부부의 갑질이 장안의 화제다.
나 또한 느끼고 있고, 군역을 경험한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바이지만, 군바리라는 멸칭에 숨어있는 비하의식은 바로 이런 일을 경험하면서 나라 지키려고 군역을 행한게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대접을 받지 못하고, 멸시를 당하면서 결국 자신도 어느새 똑같은 행위를 군 내에서 후임에게,제대 후에는 사회에서 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박찬주 대장 부부만이 행한 잘못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박찬주 대장 부부에게 시범 케이스의 형벌을 내리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박찬주 대장은 이등병 강등 후 제대와 군형법상의 최대한의 형벌을, 부인은 민간인이니까 형법에서 허용하는 최고 형량을 검사가 구형하고 판사가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를 희망한다.
왜 시범 케이스마저 돈없고 빽없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어야 하는가?
군은 각종 의문사나 군 기강 해이가 자체적으로 해결된 적이 없는 집단이며, 외부의 감찰이나 견제 역시 쿠데타 모의 빼고는 받지 않는 집단이다.
외교부와 함께 인적 구성이 꽉 막힌 대표적인 집단이다.
이런 집단의 기강을 잡으려면 시범 케이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별 4개 대장도 사병을 함부로 다루다간 한 방에 훅 간다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만 사병이나 하급자, 여군 등을 인간으로 보려 노력하지, 단순한 경고나 징계로 끝나면 역시 이슈가 될때 들끓을 뿐 시간이 흐르면 구태로 돌아갈 것은 확실하다. 여태까지 군이 보여준 모습이 그러했음이 강력한 방증이다.
박찬주 대장 부부는 재수 없다고 느낄지 모른다. 잘못에 비해 이미 과도하게 비난받고 법적 처벌에 앞서 이미 처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 부부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자신들이 그동안 사병들에게 해온 잘못 중에는 수없이 많은 시범 케이스로 많은 젊은이들을 '조져'왔으며 그런만큼 자신들이 시범 케이스가 되어 '조져지는' 영광을 누릴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라. 대장이 벌레만도 못하다고 느낀 사병들을 함부로 대한 결과 인생 공친다면 그 밑에 있는 수많은 별들과 고급 장교들이 똑같은 잘못을 저지를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제까지는 그래왔을지라도 앞으로는 그런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달라진 사병들의 의식을 보았으니 말이다. 보통 왠만하면 군에 있을 때 일은 그냥 삭혀버리는게 이 땅의 남자들의 강요된 미덕이었다.
그러나 이번 박찬주 대장 부부의 갑질 논란은 누가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진건 제대한 이들의 고발이었다. 이들의 고발이 갈수록 논란을 키운 것이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남자들이 이제는 의식 구조가 바뀌었는지 기회가 주어지자 침묵을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군이, 특히 장교들의 의식 구조가 바뀌어지지 않는다면, 국가 권력으로도 손대기 힘들다면 이제는 평범한 갑남들이라도 나서서 흔들고 바꾸어야 할 듯 싶다.
503호를 몰아낸 것도 평범한 갑남을녀이었듯, 이제는 사회 상층부의 썩은 부위를 국민들이라도 나서서 조금씩이나마 도려내는게 진정한 민주 공화국으로 나가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