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와 함께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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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와 함께 사는 법

sarnia 5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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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천지개벽을 하듯이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대북강경입장을 고수해 오던 WSJ 을 비롯한 보수언론과 트럼프 행정부가 2018 년 2 월 13 일 화요일 (현지시간)을 기해 믿을 수 없을만큼 빠른 속도로 대화분위기로 그 입장을 전환하고 있는 중 이다. 결국 북미가 대타협의 길로 갈 것이라는 점은 싸르니아가 오래 전부터 예견해 왔지만 그 계기와 순간까지 딱 집어 예측할 수는 없었다. 역사적인 순간의 변곡점은 지난 주말부터 오늘에 이르는 불과 며칠 사이에 찾아왔다.   

 

미국 입장에서 보자면 지독하게도 운이 없었다. 70 년 적국이 자국 본토를 치명적으로 강타할 수 있는 전략무기를 완성한 시점에 그 적국의 지도부는 역사상 가장 신중하면서도 스마트하게 행동했다. 반면 미국의 지도부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무능한 집단이 장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싸움은 애당초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대통령이란 자는 지능과 분별력이 모자라고, 부통령이란 자는 기독교 광신도여서 처세의 융통성이라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찾아볼 수 없는 청맹과니라면 그 나라가 외교전에서 참패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늘 당장 멸망한다고 해도 별로 놀라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 화요일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국 국민 다수의 가슴속에 파급된 수치심과 열패감, 그로 인한 분노는 보수와 자유주의 진영을 가리지 않은 채 이 나라 매체 온라인 사이트를 들끓게 했다. 지난 2 월 9 일 코리아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막식 전후에 벌인 미국 부통령이라는 작자의 아둔하기 짝이없는 일련의 행동과 그 파장은 미국언론과 시민사회로 하여금 '100 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미국외교의 완벽하고도 처참한 패배'라는 결론을 내리게 했다. 그나마 미국은 전문가집단과 주류언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나라인 덕분에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온 나라가 통째로 눈뜬장님처럼 허우적거리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몰살하는 참화만은 면할 수가 있는 것이다. 

 

도대체 초강대국의 부통령이라는 자가 아무리 '모나리자'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고 하더라도 저녁을 쫄쫄 굶은 채 만찬장 밖에서 29 분 동안이나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인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자괴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모나리자'란 미국매체들이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 1 부부장에게 붙여준 애칭이다.)

 

보수매체인 WSJ 조차 '부통령의 아둔한 행동으로 초래된 외교참패'를 굳이 감추려하지 않는 대신, 미국이 평창에서 외교참사를 일으킨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했었다. 오늘 이 신문은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한국정부에 대한 비판을 철회하고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평창에서 자초한 펜스 개망신에 크게 당황한 백악관은 부통령의 기괴한 행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는 관계없는 그의 독자행동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정보들을 언론에 흘리는가하면, 워싱턴 DC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펜스로 하여금 '북이 대화를 원하면 대화를 하겠다' 고 180 도 다른 태도를 보이는 기자회회견을 하도록 조언하기도 했다. 다만 갑자기 이런 태도변화를 공개적으로 보이면 꼴이 우습게 될까봐 그랬는지 당시 에어포스2 에 탑승하고 있던 풀기자단을 모두 부르는 대신 칼럼니스트 조쉬 로긴만을 따로 불러 이야기 했다.

 

부통령이 곡마단에 출연하는 원숭이도 아니고 불과 수 시간만에 딴소리를 하게 만드는 백악관이나 백악관이 시킨다고 시키는대로 수 시간 만에 전혀 딴 소리를 하는 부통령이나 그 꼴이 영락없는 봉숭아학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경위야 어찌되었건 오늘 세상은 바뀌었다. 남북대화는 북미대화의 필연적 교두보가 될 것이다. 일단 다음 달 말로 예정되어 있는 한미군사합동훈련을 취소하거나 형식적 수준으로 축소하는 것은 거의 정해진 수순인데, 이 훈련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협상과정과 결과를 보면 북미대타협의 향방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신들이 중단하면 우리도 2 분 안에 중단하겠다" 라는 말을 했는데, 여기서 당신들이란 핵보유국 또는 핵개발국을 의미하지만 정확하게는 북코리아를 지칭한다. 이 말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이 내심 원하는 것은 북코리아 전략무기의 현수준 동결이다.

 

지난 11 월 29 일 전략무기체계를 완성한 북코리아로서는 미국의 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북핵폐기가 실현불가능한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제 솔직하게 까고 갈 때가 되었다는 신호다. 여기에 대해서는 싸르니아가 이미 이런 말로 정리한 적이 있다.

 

"이제 북코리아는 더 이상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시험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따라서 2017 년 11 월 29 일부로 김정은은 롸켓맨이라는 별명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아울러 이 게시판에서 저 마이클 잭슨의 노래도 더이상 들을 일이 없어졌다."

 


그건 그렇고,,,,,,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깜짝 놀랄만큼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들이 많이 등장했다.

개막식을 시청했던 캐나다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체로 세 가지 였다고 한다.

첫째는 당연하게도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2 백 여 명의 팀 캐나다가 단풍기를 흔들며 입장하는 장면이었다.

두 번째 인상적인 장면은 나에게는 좀 의외였는데 합창단이 National Anthem (국가)를 부르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국가를 어떻게 불렀을까 찾아서 보니 그들 말대로 꽤 인상적인 국가합창이었다.  
22 개국 출신 75 명의 이민가정출신 자녀들이 부르는 애국가를 들으며, 입만 열면 '우리 민족끼리' 운운하는 '1940 년대식 민족주의'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줄로만 알았던 이 나라가 커다란 변화의 도정에 서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가지게 했다.

이 장면을 보며 잔잔한 충격을 받은 또 다른 두 사람이 있다면 북코리아 국가수반 김영남 위원장과 모나리자 제 1 부부장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피부색깔이 서로 다른 어린이들이 '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남북화해와 협력의 동기와 철학을 수정할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세 번 째 인상적인 장면은 남북코리아 선수단이 공동입장하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남북선수간 공동입장은 마치 반전드리마의 결론부를 보는 것처럼 극적이고도 충격적인 감동을 선사했다.
Thomas Bach 국제올림픽 위원장은 이 극적인 장면을 가리켜 '전율적'이라고 표현했다.
오랜 세월 지극히 적대적이었던 두 나라가, 예를 들어 이스라엘과 아랍연합이, 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우리는 평화롭게 공존해야 할 이웃이자 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운명공동체라며 어느 올림픽 개막식에 공동선수단을 구성하여 이스라엘 소녀와 팔레스타인 소년이 한 깃발을 함께 들고 입장한다면 그 충격적 장면이 주는 전율적 감동에 온 세상이 다 놀라자빠질만 할 것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disorganized 한 정부인 트럼프 행정부, 북코리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자위력을 보유한 지도부, 그리고 전례없는 용기와 신중함을 겸비한 문재인 정부라는 절세의 환상 궁합 트리오가 연주하는 궁극의 협주곡이 코리아반도 정세를 이 지역에서 경험해 본 적이 없는 평화로운 태평성대로 진입시키는 행진곡 역할을 하고 있다.     

의심이 드시는가?
좀 더 두고보면 아시게 될 것을..  




 

5 Comments
Pole™ 2018.02.14 19:04  
모나리자보다는 신신애씨 닮았다고 생각했었는데요 ㅎ
저에게 인상적인 개회식 장면은 역시 남북한 선수단 공동입장과 더불어 촛불행진이었어요 아 김연아씨에게 성화를 넘겨준 남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들도요..
촛불을 들어서 평화롭게 정권 교체를 이룬 우리가 평화 통일을 이룰 날도 멀지 않은듯 느껴지더라구요
2018.02.15 04:29  
문재인의 역할이 아예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북에서 "공개"적으로 방북 초청하면서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며 남쪽에 상당한 주도권을 넘겨주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라고 답했는데 이또한 어느 정도 사전 조율을 거친 내용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해온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동차 키를 맡기며 운전을 한번 해보라는 듯한 이북의 제안은 정말 파격적입니다.

전례없는 용기와 신중함을 겸비한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싸르니아님의 평가에 동의합니다. 말은 아끼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습에서 신뢰까지도 느껴지네요. 끝까지 믿어보고 싶습니다.
jindalrea 2018.02.15 05:27  
저는.. 평창 동계 올림픽.. 관심 없었거든요..
그저 인천 아시안게임처럼 쫄딱 망해서 빚만 지면 어쩌나 했지..
근데, 개막식 보면서 멋있다! 싶더라구요~
올림픽 정신..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다들 드론이 멋졌다는데, 사람이 멋졌다시니.. 싸르니아님.. 안목은 역시~~^^b

어쨌든.. 지진은 걱정해도 전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kairtech 2018.02.16 22:04  
sarnia 님의글에 100% 동감합니다
단편적인문제로 왈가불가하는 단세포 아메바같은 정치인들의 행태에
할말을잊게되네요
어쨋든  앞으로전개되어질 여러변화를 기대하게되네요
샤이닝55 2018.02.17 17:41  
전문가집단과 주류언론이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
함께 올려주신 메르세데스 소사와의 듀엣곡도 좋아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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