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와 함께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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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천지개벽을 하듯이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대북강경입장을 고수해 오던 WSJ 을 비롯한 보수언론과 트럼프 행정부가 2018 년 2 월 13 일 화요일 (현지시간)을 기해 믿을 수 없을만큼 빠른 속도로 대화분위기로 그 입장을 전환하고 있는 중 이다. 결국 북미가 대타협의 길로 갈 것이라는 점은 싸르니아가 오래 전부터 예견해 왔지만 그 계기와 순간까지 딱 집어 예측할 수는 없었다. 역사적인 순간의 변곡점은 지난 주말부터 오늘에 이르는 불과 며칠 사이에 찾아왔다.
미국 입장에서 보자면 지독하게도 운이 없었다. 70 년 적국이 자국 본토를 치명적으로 강타할 수 있는 전략무기를 완성한 시점에 그 적국의 지도부는 역사상 가장 신중하면서도 스마트하게 행동했다. 반면 미국의 지도부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무능한 집단이 장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싸움은 애당초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대통령이란 자는 지능과 분별력이 모자라고, 부통령이란 자는 기독교 광신도여서 처세의 융통성이라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찾아볼 수 없는 청맹과니라면 그 나라가 외교전에서 참패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늘 당장 멸망한다고 해도 별로 놀라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난 주말부터 화요일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국 국민 다수의 가슴속에 파급된 수치심과 열패감, 그로 인한 분노는 보수와 자유주의 진영을 가리지 않은 채 이 나라 매체 온라인 사이트를 들끓게 했다. 지난 2 월 9 일 코리아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개막식 전후에 벌인 미국 부통령이라는 작자의 아둔하기 짝이없는 일련의 행동과 그 파장은 미국언론과 시민사회로 하여금 '100 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미국외교의 완벽하고도 처참한 패배'라는 결론을 내리게 했다. 그나마 미국은 전문가집단과 주류언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나라인 덕분에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온 나라가 통째로 눈뜬장님처럼 허우적거리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몰살하는 참화만은 면할 수가 있는 것이다.
도대체 초강대국의 부통령이라는 자가 아무리 '모나리자'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고 하더라도 저녁을 쫄쫄 굶은 채 만찬장 밖에서 29 분 동안이나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인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자괴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모나리자'란 미국매체들이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 1 부부장에게 붙여준 애칭이다.)
보수매체인 WSJ 조차 '부통령의 아둔한 행동으로 초래된 외교참패'를 굳이 감추려하지 않는 대신, 미국이 평창에서 외교참사를 일으킨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했었다. 오늘 이 신문은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한국정부에 대한 비판을 철회하고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평창에서 자초한 펜스 개망신에 크게 당황한 백악관은 부통령의 기괴한 행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는 관계없는 그의 독자행동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정보들을 언론에 흘리는가하면, 워싱턴 DC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펜스로 하여금 '북이 대화를 원하면 대화를 하겠다' 고 180 도 다른 태도를 보이는 기자회회견을 하도록 조언하기도 했다. 다만 갑자기 이런 태도변화를 공개적으로 보이면 꼴이 우습게 될까봐 그랬는지 당시 에어포스2 에 탑승하고 있던 풀기자단을 모두 부르는 대신 칼럼니스트 조쉬 로긴만을 따로 불러 이야기 했다.
부통령이 곡마단에 출연하는 원숭이도 아니고 불과 수 시간만에 딴소리를 하게 만드는 백악관이나 백악관이 시킨다고 시키는대로 수 시간 만에 전혀 딴 소리를 하는 부통령이나 그 꼴이 영락없는 봉숭아학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경위야 어찌되었건 오늘 세상은 바뀌었다. 남북대화는 북미대화의 필연적 교두보가 될 것이다. 일단 다음 달 말로 예정되어 있는 한미군사합동훈련을 취소하거나 형식적 수준으로 축소하는 것은 거의 정해진 수순인데, 이 훈련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협상과정과 결과를 보면 북미대타협의 향방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신들이 중단하면 우리도 2 분 안에 중단하겠다" 라는 말을 했는데, 여기서 당신들이란 핵보유국 또는 핵개발국을 의미하지만 정확하게는 북코리아를 지칭한다. 이 말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이 내심 원하는 것은 북코리아 전략무기의 현수준 동결이다.
지난 11 월 29 일 전략무기체계를 완성한 북코리아로서는 미국의 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북핵폐기가 실현불가능한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제 솔직하게 까고 갈 때가 되었다는 신호다. 여기에 대해서는 싸르니아가 이미 이런 말로 정리한 적이 있다.
"이제 북코리아는 더 이상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시험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따라서 2017 년 11 월 29 일부로 김정은은 롸켓맨이라는 별명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아울러 이 게시판에서 저 마이클 잭슨의 노래도 더이상 들을 일이 없어졌다."
그건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