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중에 머리가 돌인 자가 김종대를 먼저 돌로 치라
민심은 천심일 때도 있지만 가끔 오합지졸들의 아우성일 때도 있다. 천심인지 아우성인지, 자신의 입맛에 따라 아전인수로 해석하지 않고 구분해내는 작업은 참 어렵다. 상대방에게 날아가는 반박과 악플은 민심이고 자기에게 향하는 반대와 비난은 붕신들의 아우성이라고 굳게 믿는 일이 다반사이기에 그렇다.
천심과 아우성 분별작업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똑똑하고 유식하냐' 보다는 '얼마나 양심적이냐'로 결정되는 것 같다. 비단 분별작업 뿐 아니라 천심의 편에 설 것인가 아우성의 편에 설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 기준이 적용된다.
양심이란 따지고보면 종합능력이란 생각이 든다. 주위의 아우성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또 자신의 입맛이나 자신의 패거리에 유혹받지 않고 사실을 토대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자체가 양심적인 일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과업이기 때문이다. 양심적이 되려면 똑똑하고 지혜로워야 할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하게는 용기까지도 겸비해야 할 때가 대부분이다.
김종대 의원에게 다구리 몰매가 쏟아지는 지난 며칠 동안 나는 솔직히 그에 대한 기사를 자세히 읽지는 않았었다. 나는 정의당 지지자도 아니고 김종대 라는 사람도 잘 모른다. 굳이 정치적 성향을 말하자면 나는 그들(정의당)보다 조금 오른쪽에 있는 리버럴 시장주의자이다. 북코리아 탈주병 문제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뜬금없이 문제의 "기생충" "분변" 이야기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때부터였지만, 내 관심의 각도는 조금 다른 방향이었다.
(왜 당신은 그 병사를 귀순병이라고 하지 않고 탈주병이라고 부르느냐고 시비를 걸 생각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현재로서는 일단 탈주병이 객관적인 용어다. 탈주병이 회복된 후 그가 왜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넘어왔는지 본인의 진술과 정보기관의 조사과정을 거쳐 명확한 동기가 밝혀진 연후라야 '단순 탈주병'이든 '귀순병'이든 정체성이 확정된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
기생충 분변 보도가 나오자마자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 기자회견에 국가정보원과 기무사가 개입했다는 것을 당연히 직감할 수 있었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가 군과 정보기관의 하부구조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도 한국의 리버럴 진영은 청와대만 장악했을 뿐, 국가의 공조직을 통제할 수 있는 지휘권력 확보에 실패하는 바람에 임기 5 년 내내 여기저기서 항명 비슷한 사태들이 속출하곤 했었다. 세월호 유해 은폐사건과 탈주병 기생층 분변 기자회견 소동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가공조직 내 항명 불복종 세력이 암암리에 조직적으로 준동하고 있다는 정황증거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 보도를 통해 접하기로는, 김종대 의원 역시 기생충 분변 정보가 폭로된 기자회견 사건을 다루기는 했는데, 문제의 핵심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의사가 의료법을 위반한 것을 비난함으로써 마치 사그러져가는 생명을 가까스로 살려놓은 전문직업인을 비본질적인 문제를 끄집어내 시의적절하지 않게 비난한 것 때문에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설마 그럴리가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어 일부러 그가 최초에 올렸던 페북 글 전문을 가져와 읽어 보았다. 역시 짐작했던대로 김종대 의원이 자신의 페북에 당초 올렸던 주제의 핵심은 명백히 국가권력의 개입을 지적한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국가권력이라기보다는 그 안의 어떤 세력을 지칭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논점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보수언론이야 그렇다치더라도, 나는 지금 김종대 때리기 아우성에 깨춤을 추고 있는 저 많은 사람들 중에 그의 글 전문을 정독하고 사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합참과 기무사에 의해 기획된 것으로 보이는 해당 의사 기자회견 후, 그 공작에 대한 김종대 의원의 비판이 엉뚱하게도 김종대와 '영웅화된 의사' 간의 대결구도로 전환되어 사태의 본질이 완전히 왜곡됐는데, 이 와중에 이른바 '여론'에 굴복하여 하루아침에 백기를 든 정의당과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을 지키고 있는 진보진영의 논객이라는 사람들 또한 이상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사태로 지금 가장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해당 의사일 것이다. 그는 통상 workaholic 이라고 불리울만큼 자기 일에 대한 집념과 사랑이 대단하고 직무에 대한 책임의식과 사명감도 높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석해균 선장 치료 당시 이른바 한국판 아이비리그 츨신 의사들이 벌인 그에 대한 못나기 짝이없는 질투어린 모략선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살갗이 노출되는 것이 싫어 총상의 심각성을 알릴 수 있는 사진공개조차 망설일 정도로 환자 정보보호 ethic 도 철저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고작 총상봉합부위를 기생충이 뜷고나와 천공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해 해명거리를 준비해 놓기 위해 환자의료정보를 기자회견까지 해 가며 공개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기자회견을 합참관계자들과 협의했다고 하는 것은 그들이 기자회견을 제안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까지 제시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압력의 정도는 강단과 지조가 있는 그 의사조차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현 정부의 대북노선에 항명하고 불복종하는 군과 정보기관 내부의 일부 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보수언론이 개입한 여론조작에 일부 대중과 해당 의사가 동시에 전광석화처럼 빠른 템포로 활용된 것으로 보이는 이 기가막힌 사태는, 정의당이나 김종대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게 타격을 입히는 결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