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한국을 훨씬 더 심각하게 모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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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한국을 훨씬 더 심각하게 모욕했다

sarnia 9 372
샌프란시스코 일개 지방언론 KTVU 의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조롱방송에 온 미국동포사회가 들끓고 있다. 국내여론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아시아나항공은 해방방송국을 상대로 소송을 할 모양이다.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는지 국토부가 NTSB 에 항의서한을 발송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주민 이외에는 이름조차 생소할 듣보잡 지방방송의 일탈적 보도자세에 분노하고 있는 국내여론이 지난 5 월 초 박근혜 대통령 미국공식실무방문 당시, 미국의 대표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타임스가 행한 모욕적인 보도에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국내언론이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뉴욕타임스를 읽고나서 국내 보수세력만큼은 부글부글 항의할만도 한데, 어찌된 일인지 여기에 대해서는 단 한개의 기사 단 한 개의 댓글도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 5 7 일자 뉴욕타임스에는  ‘Obama Backs South Korea President’s Policy on North’ 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윤창중 사건 때문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는지 (나도 오늘에야 이 기사의 존재를 알았다)국내언론에는  이 기사에 대한 논평조차 언급된 적이 없지만 그 모욕의 강도는 메가톤급이다. 그 기사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President Obama offered an endorsement Tuesday of South Korea’s new president, Park Geun-hye, and her blueprint for defusing tensions with North Korea, but warned that the first move was up to the erratic, often belligerent young leader in Pyongyang,Kim Jong-un.”

언뜻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런데 이 문장을 작성한 기자는 제목에서 ‘backs’ 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면서도 본문 리드에서는 ‘endorsement’ 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

이 문장에서 ‘endorsement' 의 의미는 대등한 상호주권적 입장에서 상대를 지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승인적 지지를 의미한다. 같은 의미라도 주권국가의 대통령을 지지한다는데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본문을 해석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대북정책 청사진을 승인했다는 말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의 대북정책 청사진에 대한 승인장을 줬다는 말도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그의 대북정책(긴장완화와 관련한) 청사진을 동시에 승인해 준다는 의미다.  

주권국가에 대한 있을 수 없는 모욕적 표현이지만, 이런 표현을 KTVU 같은 듣보잡 방송이 아니라 뉴욕타임스가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을 보는 미국 쥬류사회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기사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류사회가 박근혜 대통령을 어떻게 보는가는 다음의 문장을 보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It was the first meeting for Mr. Obama and Ms. Park, a steely conservative who is the first female leader of South Korea and the daughter of an assassinated South Korean strongman, Park Chung-Hee......”

요약하면, 피살된 권력자의 딸, 첫번째 여성 리더, 그리고 “steely conservative”. 중요한 건 “steely conservative’ 즉 박근혜 대통령이 꼴통보수라는 시각이다.
‘Steely (꼴통같은)’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특히 중요한데, 뉴욕타임스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의 본질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는 NYT의 시각이 박근혜를 비교적 유연한 자유민주주의자로 착각하는 일부 한국 국민들보다 훨씬 정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반 미국시민이 이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으면 아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나름 이런 개념정리를 할 것이다.

첫째, 대한민국 대통령은 취임하고나서 위싱턴을 방문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만 그 순간부터 비로소 실질적인 대통령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구나.

둘째, 박근혜라는 새 대통령은 옛날 권력을 깡패처럼 휘두르던 ‘strongman’ 의 딸인데, 그 역시 아버지와 별로 다를 게 없는 꼴통보수인가 보구나  

한국 조종사 이름을 ‘holy fuck’ 에 비유해 조롱보도를 하는 방송을 본 대다수 미국시민은 혀를 차며 머리를 흔들 것이지만, 그 방송과는 비교도 안되는 영향력을 지닌 뉴욕타임스의 뼈있는 단어에 대해서는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악의를 가지고 의도적인 모욕을 하기위해 작성한 기사가 아니라 미국주류사회가 인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Holy Fuck’이 가지고 있는 노골적 의미를 사용한 모욕과 ‘endorsement’ 가 가지고 있는 내밀한 의미를 사용한 모욕 중 어느 모욕이 더 심각한 모욕일까? 전자는 말 그대로 모욕인데 후자는 단순한 모욕이 아닌 ‘사실에 바탕을 둔 자연스런 그들의 시각이라면 무엇이 더 문제일까,, 뭐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2013. 07.14 1100 (MST) sarnia

 

9 Comments
sarnia 2013.07.15 04:05  
http://www.youtube.com/watch?v=L1JYHNX8pdo&feature=player_detailpage

위 링크는 현재 무려 600 만 클릭에 도전하고 있는 아시아나 조종사 이름 관련 뉴스보도 동영상입니다.
bonvivant 2013.07.15 07:34  
정치적 식견 있는 외국인들 만나면
한국은 아직도 미국이 조종한다고 말하는 걸 종종 듣습니다...
우리는 안 그렇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치는 것이겠지요...

KTVU가 어떤 성격의 방송이지요???
딴지...와 비슷한 컨셉의 방송이라면
저런 정도 농담은 할 수 있는 게 미국 아닌가요???
우리나라 종편도 그에 못지 않은데...

근데 아시아나는 엄연한 사기업인데
왜 이번 사고가 국가간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지...
sarnia 2013.07.15 07:50  
전 그 방송사 이름도 처음 듣습니다.
아마 샌프란시스코 이외 지역에 사는 미국인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웃기는 건 저게 농담이나 일부러 조롱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멀쩡한 뉴스보도 도중 오보를 한 거 같은데,
어떻게 저런 오보가 나갈 수 있느냐는 거지요.
인턴사원이건 누구건 사보타쥬를 한 필도 들지만
어쨌건 그 따위 원고를 받아 읽은 리포터도 참 한심할 정도로 띨띨한 동무로군요.

사고조사주체가 미국은 NTSB (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한국은 국토부, 모두 정부기관인데, 양 국가의 정부기관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 때문 아닐까요? 사실 현재까지 NTSB 에서 편파조사를 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상대국 조사기관 (한국 국토부) 양해없이 일방적인 발표를 했다는 거 정도고, 한국 국토부 역시 아시아나를 재촉해 부상 승무원에게 유니폼까지 입힌 채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한 적이 있으니, 뭐 피장파장이지요. 조사대상에는 운항승무원 뿐 아니라 객실승무원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sarnia 2013.07.15 09:47  
참, 제가 본문에서 빠뜨린 말이 있군요..

언제 어디 누구의 댓글인진 기억이 안 나는데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가 아니면 대체 어느 나라가 민주주의냐"
뭐 이런 요지의 글을 읽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 글은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을 염두에 두고 쓴 글 입니다.

본문 마지막에 이 언급을 하려고 했다가 잊고 지나갔군요.
어쨌든 내친김에 좀 더 말하지요.

우파논객들 글을 보면 이런 대목이 많이 눈에 띕니다.
"대한민국은 단 기간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다"

정말?

대한민국이 1987 년을 기점으로
폭력독재에서 비폭력독재로 간신히 이행한 건 사실입니다.
원래 '국가'와 '민주주의' 이 두 가지 개념은 그다지 궁합이 맞는 사이가 아닙니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국가라는 조직 자체가 불평등한 계급질서를 강제로 유지하기 위한 기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록 기회는 불평등해도

최소한
법과 제도 앞에서 만인이 평등할 수 있으면 비로소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데
대한민국이 이른바 87 체제에서 획득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겨우 대통령 직접선거제도의 확보를 비롯한 몇몇 부산물들이었습니다.

삼X그룹 이X희 회장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뭐, 그 분 말씀이 아니라 어느 드라마에서 들은 이야기일 수도 있고).

"대통령? 그기 뭐꼬?
로마시대로 말하면 평민이 뽑는 호민관 아이가?
호민관 위에 집정관 있고, 원로원도 있고, 황제도 있다는 거 모르나부제?" 

현재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재벌-보수제도언론-관료엘리트-정치권에게서 나오는 것이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 네 조직의 최상층부가
특수인맥으로 막강하고도 견고한 클럽을 작당하고 있습니다.

'특수인맥으로 클럽을 작당하고 있다!!!'
바로 이 대목에 대한민국의 비극이 있습니다.

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이란 엘리트집단에서 먼저 나오는 것이므로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는데,

그 엘리트집단이 혼맥과 학맥으로 클럽을 작당해서 권력을 세습하려고 한다는 이 사실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봉건형 자본주의로 만드는 요소임과 동시에 민주주의로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최악의 장애물인 셈 입니다.

그 특수인맥 
즉 혼맥과 학맥 중
혼맥은 복잡하니까 생략하고
학맥은 크게 서울대 학맥과 미국대학 학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나듯 누구나 공부열심히 하면
그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 클럽이 아닌 국민의 힘으로 그들의 의지를 꺾은 역사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딱 네 번이 있었는데
그것조차 반동으로 모두 뒤집어지고야 말았습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대한민국을 '지휘'하는 혼맥과 학맥조차
스스로의 결정권과 주도권을 완벽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endorsement 를 받아야 한다는 것 입니다.

어느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다~ 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으려면
첫째 그 나라가 외국의 endorsement 따위를 받지 않아도 되는 자주적 독립국가여야 하고,
둘째 국민 일반의 힘이 앞서 언급한 혼맥과 학맥 로열클럽을 압도할 수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 입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나라냐구요?

ㅎㅎ 누구 말마따나,,,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bonvivant 2013.07.15 10:37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대를 살았던 사람은
지금 이 정도면 민주화가 된 줄 아는 거죠...
민주주의가 뭔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의 한계입니다...
MDNA 2013.07.15 10:57  
ㅠㅠ.. 슬프다..
세일러 2013.07.15 16:40  
흠... 이건 미묘한 뉘앙스 문제인데요, endorsement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느정도 "승인적 지지"의 뉘앙스가 들어간 단어인 것은 맞습니다만, 전세계 어느 나라이건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그런 승인적 지지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으리라고 생각되니까요. 영국만해도 영국수상은 늘 미국대통령의 푸들이라는 조롱을 받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지적된대로 박근혜의 대북정책에 대한 endorsement라면 뭐 승인적지지라는 뉘앙스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특별하게 한국만을 비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료를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다른 나라와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그런 뉘앙스 단어를 미국신문에서 사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하지만 그 문장에서 보면 박근혜를 남한의 대통령으로 endosement를 줬다는 문장이 되는데, 이건 명백하게 매우 불쾌한 문장이군요. "President Obama offered an endorsement Tuesday of South Korea’s new president, Park Geun-hye's blueprint for defusing tensions with North Korea" 요렇게 쓰여져야 할 문장이, and가 들어가버리면서, 한국 대통령은 졸지에 미국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서 취임하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쯧쯧쯧... 서글픈 현실이죠. 더 서글픈 건, 소위 보수를 자처하는 인간들 중 이런 문제를 지적질할 개념이나 용기있는 인간이 한명도 없다는 것이고.
sarnia 2013.07.15 22:25  
흥미로운 점은 NYT 가 박정희에 대해 줄기차게 사용해 온 '독재자'라는 단어 대신 '권력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 입니다. 그것도 이미 평가가 끝난 전직 독재자에게 말이지요. 사실 어떤 면에서 strongman 이라는 단어는 독재자라는 구체적 의미의 단어보다 훨씬 음모적 부정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차피 박정희에 대한 설명은 박근혜를 묘사하기 위해서 일텐데, 이 문장이 연상시키고자하는 것은 아마도 유럽, 필리핀 등에서 전직 독재자, 또는 극우파 정치인들의 자녀들이 나와 설쳐대고 있는 현실일테고 그 설쳐댄 자녀들 중 목적을 달성한 박근혜,, 이런 의미가 강하게 와 닫게 합니다.

암튼 재미있는 기사입니다.
sarnia 2013.07.16 09:33  
제 글에 자꾸 댓글을 달아 미안한데, 대민방 포스팅의 특성상 어쩔 수가 없네요. 이해하시길,,,

가만보니 제목만 봐선 제가 NYT 기사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걸로 오해할 수가 있겠어요. 그 반대입니다. 저 기사보고 분개해야 할 분들은 여기 대민방에 따로 몇 분 계시지요.

그나저나 미국에도 변듣보같은 친구들이 있군요. 좌빨언론 트래킹한다고 설쳐대는,,,,,, 그증 NYT 이 기사 딴지 글쓴 친구가 속한 곳은 Times Watch 라고 한다는데, 아하~ 그리고보니 미디어워치 라는 이름 여기서 슬쩍 해다가 사용하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에도 변듣보같은 친구가 있는 게 아니라 한국에도 Clay Waters같은 친구가 있다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http://newsbusters.org/blogs/clay-waters/2013/05/09/south-korean-led-strongman-and-steely-conservative-north-korean-dictato

보시다시피 제가 본문에 인용한 NYT 기사가 이 친구에게 걸려들었습니다. 박근혜를 씹으면서 김정은은 안씹었다고 생트집을 잡고 있는 중 입니다. 

어쨌든,,,

대통령 박근혜와 대북정책 청사진, 이 두 부분을 ,and 로 분리시켜 마치 오바마가 박의 정책뿐 아니라 ‘대통령으로서의 박’에게도 endorsement 를 준 것 처럼 묘사한 첫 문장은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작문같습니다. 기자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싶어서였겠지요. NYT 기자 정도되면 단어 하나 어휘하나 문장의 선후배치에 정교한 언어전략이 들어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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