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만남, 중요한 관전포인트 두 가지
오늘은 머리 복잡한 이야기보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 두 사람의 사람됨이라든가 삶의 자세, 외국어 구사능력 같은 소프트한 소재들에 촛점을 맞추어 이 세기적 역사쇼 관전포인트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김정은은 1984 년 생으로 올해 만 34 세이고 도널드 트럼프는 1946 년 생으로 올해 만 72 세다. 어떤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의 나이 차이에 어떤 흥미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싸르니아는 이들의 나이차이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나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사람이 나이가 먹어가면서 변해가거나 진화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속담에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과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이런 속담들이 편견의 일종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을 겪어 본 지금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속담들이 거의 정확한 통찰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호랑이는 새끼호랑이라도 여전히 호랑이고, 고양이는 늙은 고양이라도 여전히 고양이일 뿐이다. 개꼬리를 30 년 간 땅 속에 묻어놓는다고 소꼬리가 되는 법은 없고, 고양이가 노망났다고 호랑이 되는 법도 없으며, 구렁이가 100 년을 살아도 여전히 구렁이일 뿐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는 일은 결코 없다.
물론 김정은이 호랑이나 소꼬리고, 도널드 트럼프는 개꼬리 비슷한 인간이라는 말은 전혀 아니다. 개꼬리가 소꼬리보다 열등하다는 말도 아니다. 이를테면 그런 비유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개꼬리든 쥐꼬리든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인물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어주는 바람에 남북 코리아 국민들과 인민들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전율에 가까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다.
나이차이는 별로 의미가 없는데 비해, 두 사람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 따로 있다.
김정은은 자기가 원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두 번이나 목숨을 거는 모험을 한 경험이 있는 반면, 도널드 트럼프에게는 그런 경험이 전혀 없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자기 생명을 담보로 리스크 테이킹을 수용하는 담력은 협상가가 보유할 수 있는 무기 중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 협상가가 심부름이나 하는 외교관이 아니라 한 나라의 최고리더일 때 그 담력이 발휘하는 위력은 대단할 수 밖에 없다.
김정은이 처음 자기 생명을 건 모험을 한 사건은 집권 초기인 2013 년 12 월에 일어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후 미국은 조선 (앞으로 싸르니아는 북코리아라는 용어대신 조선이라는 그들의 국호를 사용한다) 내부의 비주류 테크노크라트 집단을 외교적으로 지원하여 조선의 정치적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공작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비주류란 이른바 '백두혈통'에 저항하는 전문가집단을 의미하며 그 중심에는 장성택이 있었다.
당시 집권 2 년 차에 불과했던 김정은은 실각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들에게 기습적 선제공격을 가해 자신의 최대 정적이었던 장성택을 축출 제거하고 미국배후의 쿠데타 공작을 조기에 일망타진함으로써 불안했던 권력지형을 일거에 평정하는 놀라운 수완을 발휘했다.
김정은의 두 번 째 목숨을 건 모험은 작년 내내 실행했던 여러가지 형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였다. 이미 지나 간 사건에 다른 가정을 하는 것은 의미없는 행위지만, 만일 그때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이었다면 조선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강경한 군사조치를 실행했을거라는 게 싸르니아의 짐작이다.
힐러리 클린턴과 그의 영리한 대북전문가들은 적어도 현직 대통령의 임기내에 미국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수소탄두장착 장거리미사일을 조선이 개발하는 사태를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군사공격 결정은 대통령만이 내릴 수 있다. 행정절차가 그렇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참모들은 제 아무리 호전적인 자라 하더라도 결정권자가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꽁무니를 빼며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기 때문에 그렇다. 별 책임없는 자리에 있을때는 강경발언을 늘어놓다가 정작 책임있는 자리에 앉게되자 꼬리를 내린 채 횡설수설하고 있는 존 볼튼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이 자는 전쟁을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본인은 병역조차 기피했다.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안 봐도 훤하다.
도널드 트럼프는 말만 시끄러웠지 사실은 무거운 결단을 '나홀로' 내릴 용기도 없었을 뿐더러, 어느 순간과 시점에 군사적 공격명령을 내려야 하는지를 판단할만한 지력과 명민함도 없었다. 말을 돌려하는 참모들의 설명은 스스로가 무식한 나머지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무슨 모델 출신이라든지 의류 디자이너같은 사람들만 주변에 우글거리면서 백악관이 봉숭아학당이라는 비난이 난무하는동안, 작년 11 월 29 일 조선이 결국 미국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완성함으로써 게임의 판세가 거꾸로 뒤집히는 사태를 맞이했다.
다만, 비록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은 형국이 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숙적 중국을 제압하는데 미국의 힘을 집중하고 대신 조선은 끌어안으라'는 그의 옛 참모 스티브 배넌의 의미있는 조언을 '본의 아니게' 실천하여 코리아반도에 평화가 도래하게 되었으니 나는 그가 노벨평화상을 받든 봉숭아학당상을 받든 전혀 개의하지 않겠다.
북미정상회담의 두 번 째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는 두 사람의 언어소통 방법이다.
공식회담장에서는 김정은은 조선어를 사용할 것이고, 도널드 트럼프는 영어를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비공식 만남의 장에서는 두 사람이 공유하는 언어로 소통할 가능성이 압도적이다. 관전포인트에서 잊지 말아야 항목은 김정은이 남북코리아를 통틀어 '살아있는 외국어(독일어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정상이라는 점이다.
김일성 주석은 중국어와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했고 러시아어도 조금 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영어를 잘했다는 기록은 없다. 한국의 대통령 중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영어로 모든 주제를 토론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성인이 된 후인 배재학당 시절부터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적어도 언어구사의 생동감에 있어서는 어렸을 때 배운 김정은의 독일어와는 비교가 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가 독일계 이민 3 세이기 때문에 생존독일어를 조금 구사하는 반면, 김정은은 독일계인 도널드 트럼프보다 훨씬 유창한 독일어 구사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무기 중 하나는 언어다. 김정은은 아마도 비공식 대화자리에서는 독일어와 영어를 섞어 사용하며 트럼프의 기를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 백악관은 조선어 통역사 뿐 아니라 독일어 통역사도 준비해서 회담장으로 데리고 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명색이 독일계 3 세가 독일과는 상관없는 조선의 젊은 지도자가 구사하는 유창한 독일어를 거의 알아듣지 못해 꿀먹은 벙어리처럼 앉아있어야 하는 개망신을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 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난 이상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예측논쟁을 벌이는 것은 싱거운 일이다. 이미 결과는 나온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렇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전략무기체계를 CVID 든 PVID 든 폐기 증명한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은 김정은이나 도널드 트럼프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말로하는 약속이야 핵폐기 아니라 핵폐기 할애비라도 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만일 두 사람이 담판하는 그 날 조선이 미중관계에서 중립을 지켜주는 조건을 비공식적으로라도 수락한다면 현재 대북방어의 육군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주한미국군은 미국으로서 더 이상 주둔시킬 필요가 없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엉터리 정보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것이 아니니까, 멀지않은 미래에 주한미국군의 위상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핵심 관전포인트들 중 하나다.
2018 년 벽두에 발표된 국무위원장 신년사는 조선을 이 세기의 역사쇼 드라마의 주연으로 등장시켰다. 신년사 발표 이전인 작년부터 이 드라마의 사실상의 주연은 시종일관 조선 지도부였다. 조선이 드라마 주연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도구는 서방 과학자들이 놀라자빠질 정도로 빠른 속도로 개발한 핵융합탄과 장거리 탄도미사일이었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1950 년 7 월 12 일 시작된 북미전쟁은 그로부터 67 년이 지난 2017 년 11 월 29 일 조선이 북미 전역을 '전략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실험을 완결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대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1950 년 7 월 12 일은 코리아전쟁 당시 미국이 참전하여 이승만 정부로 부터 모든 작전권을 접수한 날을 가리킨다. '전략적 타격'이란 전쟁상대국의 주요 관공서 및 금융,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는 대도시나 주요군사기지들을 'CVID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위력행위를 의미한다. (여기서 CVID 의 D 는 denuclearization 이 아니라 destruction 의 약자다)
어쨌든 그 날,
조선 국무위원장과 미국 대통령은 사상최초의 역사적이고도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그들은 통역사들을 모두 물러가게 하고 저 스모키 노래 주인공들처럼 깊은 밤까지 달빛 아래서 단 둘 만의 밀담을 나눌지도 모른다.
겉으로 드러난 모양은 조선의 나라 운명을 건 대도박에 미국이 마침내 굴복하여 끌려나오는 형국이지만, 남북을 막론하고 코리아반도에 살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의미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가슴벅찬 감동의 역사적 순간일 것이다. 이 지역을 할거해 온 미-일-중-러 강대국들을 물리치고 코리아 스스로의 힘으로 주연이 되어 상황을 반전시키는 쾌거로 획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미스터 트럼프,
소심하게 엉뚱한 장소 찾지말고 당신답게 평양으로 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