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 때 무슨 일을 당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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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때 무슨 일을 당했는지......

sarnia 4 385

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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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2 19일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예상을 뒤엎은 의외의 결과에 가장 혼비백산한 곳은 주한미국대사관이었다. 당시 주한미국대사는 토마스 허버드였는데, 그는 이임 후 자신의 재임기간 중 가장 아쉽게 여겼던 사건이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되도록 놔 둔 것이라는 뉘앙스가 담긴 고백을 했다. 허버드 대사의 이 같은 의미가 담긴 회고는 한미경제연구소 (KEI) 2009 년 발간한 역대 주한미국대사의 회고록에 실려있다.

 

조선일보 기사를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이 자료에서 허버드 대사는 이런 언급을 했다, 노무현 후보를 제 16 대 대통령에 당선시킨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그 해 (2002 ) 여름 일어난 두 여중생 미군장갑차 압사 사건이었는데, 그 때 자기가 백악관에 좀 더 압력을 넣어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한국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하게 했었더라면 (대통령 선거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다른 결과란 민주당의 노무현 대신 한나라당의 이회창이 당선되는 결과를 의미할 것이다. 다른 결과란 결국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결과라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당시 허버드 대사는 왜 한국의 대선결과에 실망했던 것일까?   

 

첫째, 주한미국대사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2002 년 대선 훨씬 전부터 노무현 진영이 추진하고 있던 대미외교 아젠다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둘째, 미국은 노무현 당선자의 주변도 문제지만 새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광범위한 진보진영의 조직들을 두려워했다. 당시 부시 정권의 정보기관은 한국의 진보진영을 친북-반미 성향을 가진 그룹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무현 스스로도 당선 직후 대미관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은 직설적인 말로 표현했었다.

 

국민의 자존심과 위신이 지켜지는 상호평등관계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며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있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

 

과연 그의 말대로 노무현은 미국에게 할 말을 하고 살았을까?

 

노무현 당선자는 대통령이 돼서 미국과 얼굴을 붉히는 것은 고사하고 대통령에 취임도 하기 전에 새로운 대미정책 어젠다와 관련된 모든 꿈을 접어야 했다는 것을 당시에 눈치챈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이건 그때로부터 9 년이 지난 지금이라고 해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자살을 하는 바람에 노무현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어 진보진영에서는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취임 전에 구상한 새로운 대미관계의 꿈을 접어야 했던 건 사실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전방위에서 대통령직 인수위를 조이고 협박하며 새 정부의 새 정책들을 가로막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우선 인수위 시절 북한측과 접촉하여 취임직후 특사를 베이징으로 파견하기로 약속해 놓고도 이것부터 지키지 못했다. 북측의 장성택 대표는 베이징의 비공개 회담장에 나왔는데 남측에서 사전 연락도 없이 회담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 바람에 상대방이 오랫동안 혼자 기다리다 돌아가게 하는 사상초유의 외교적 결례를 범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언론에 한 줄도 보도된 적이 없는 이 사건은 그로부터 5 년 반이나 지난 2008 10 , 박지원 씨가 전남대 특강에서 언급하면서 그 비화가 공개됐었다.

 

노무현 당선자의 대미관계에 대한 기본자세가 천명된 직후 인수위원회에 가해진 미국의 협박과 압력은 다양하고도 집요했으며 매우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압박의 한 축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루어졌고, 또 다른 한 축은 Moody’s 를 비롯한 미국의 신용평가회사들에 의해 전개됐던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회사들에 의한 신용평가 하향 조정 위협은 당장 주가폭락과 글로벌투기자본의 대량투매행위가 반복되는 사태로 이어져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부의 뿌리를 흔들어댔다.

 

참여정부는 결국 출범도 하기 전에 백악관의 위협과 글로벌투기자본의 파상공격 앞에 결국 백기를 들고 굴복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내밀하게 진행된 굴복의 내용은 참담했다. 미국의 허락 없는 남북 비밀접촉 금지는 물론, 개방과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1997 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자본의 한국 금융시장 지배루트가 확립되자 미국은 곧바로 한국을 불평등 통상조약으로 묶어 놓기 위한 공작을 추진해 왔다, 그 구체적 형태는 한미FTA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이 한미 FTA를 추진해 온 목적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친미집단이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시장지배와 이를 통한 영구적수탈구조를 구축하는 것이고, 둘째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포위공격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에 아시아 국가들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이런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노무현 정부가 느닷없는 등장하여 반미성향의 진보진영이 정권의 핵심과 외곽에 포진하자 미국은 내심 크게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유화적 협상카드를 일찌감치 내던지고 권력 핵심부에 대한 고강도 압박전술을 구사해서 이들을 외곽의 진보진영과 분리시키기 위해 갖은 책동을 구사했다.

 

아니나다를까. 미국의 고강도 압박전술의 결과는 노무현 정부의 관료인선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의외의 통상관료 한 명이 노무현 정부에 의해 임명된 것이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대한민국의 통상주권을 지키기 위해 만든 자리라기 보다는 미국 통상대표부의 의사를 청와대와 내각에 전달하기 위해 만든 자리로 보이는데, 그 자리에 김현종이 임명됐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특사 비밀접촉이 미국의 으름장으로 좌절된 지 두 달 만인 2003 5 월의 일이었다. 

 

사실 2003 3 , 특사회담이 좌절되자 참여정부 내부에서는 반미 무드가 격앙일로에 올랐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현종 같은 철저한 친미인사가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된 것은 천만뜻밖이었다. 미국의 힘은 그만큼 강했고 무자비했으며 한국 내 집권세력의 성향에 관계없이 사소한 부분과 관련된 자기 의사도 빠짐없이 관철시킬 만큼 철저하고 계획적이었다.

 

2003 5 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된 김현종은 어떤 인물일까?

 

김현종은 코리아헤럴드와 매일경제신문사 사장을 지낸 김병연의 아들인데, 이번에 새로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한 김대중 납치 주범 김기완의 아들 김성 처럼 초등학교 3 학년까지만 한국에서 마치고 나머지 교육과정을 미국에서 마친 재미교포 출신 법조인이다. 그는 뉴욕 콜럼비아 대학과 로스쿨에서 국제정치학과 통상법을 차례로 공부한 뒤 미국 로펌에서 4 년 간 일한 경력이 있다.

 

그는 2007 년까지 FTA 협상을 주도하다가 지금은 한미 FTA를 막후에서 주도한 글로벌자본 중 하나인 삼성전자의 법무담당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위킬릭스가 폭로한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의 통화내용이 순수하게 그저 노련한 협상술로 해석될 수 없는 것은 바로 미국과 김현종의 관계와 아울러 2003 년 초 미국과 참여정부간에 벌어졌던 긴박한 갈등관계 때문이다. 이 통화내용은 2006 7 25 일 주한미국대사관이 작성해 국무부에 보고한 문건 전체가 위킬릭스에 의해 폭로되었을 때 거기에 함께 딸려 세상에 드러났었다.

 

김현종 본부장이 미국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는 (fighting like hell) 이야기의 골자는 한국의 저소득층 약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국 정부가 추진중인 건강보험법이 입법 예고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저지했다는 소리다.

 

즉 대한민국 통상대표가 한국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쥐어짜내어 미국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보전해 주기 위해 한국의 담당 부서 (보건복지부) 와 피 터지게 싸웠다는 내용을 미국대사에게 전화로 미리 보고한 것이다. 이걸 고도의 협상행위였다고 변명하는 건 파렴치한 일이다. 김현종의 콜롬비아 대학 인맥이나 미국인사들과의 관계, 삼성전자로 간 퇴임 후의 행적 등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협상행위라기 보다는 간첩행위에 가깝다.   

 

당시 적극적으로 FTA를 찬성했다가 참회와 반성을 하며 반대로 돌아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참회의 변으로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당시는 2008 년 금융위기 전이라 월가에 포진한 글로벌금융자본의 악마적 본질을 미처 깨닫기 전이었고, 자기가 보건분야 협상안을 기획하면서 한국법과 미국법의 차이를 몰랐다는 것이다. 즉 국제조약에 해당하는 FTA협정이 특별법으로 간주돼 국내법에 우선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미국법에 대해서는 연방법은 물론 주법과 그 하위 개념인 조례나 시행규칙 따위에 어긋나도 아무런 규제권을 발휘할 수 없는 완전한 불평등 조약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시민 씨가 국제법이나 미국법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니 몰랐을 수는 있는데, 당시 그의 직위로 봐서 변명이 되는 소리는 아니다.

 

당시 참여정부에서 진보진영 출신으로 FTA협상에 책임 있는 직위에 있었던 인사들은 참회와 반성을 좀 더 심각한 수준으로 했으면 좋겠고, FTA 협정 폐기 국민항쟁 대열에는 참여할 수 있으되 대열의 제일 후미에서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따라와 주면 모양이 좀 더 좋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미국 로펌 출신인 김현종과 그 후임자인 김종훈, 그리고 외교통상부 고위관료들은 유시민 씨가 몰랐다는 불평등조약의 본질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유시민 씨가 몰랐다면 노무현 대통령도 몰랐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당시 협상을 주도했던 친미관료들이 이행법안의 통과 없이 해외조약이 어떤 종류의 미국법도 갈음하지 못한다는 미국법상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이 조약의 본질적 불평등성에 대해 허위보고를 했거나 아예 보고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근데 말이다. 

 

참여정부가 아무리 미국 쪽 인맥이 없었기로서니, 그때가 전민련-민통련 시절도 아니고 한 국가의 정부를 담당했던 처지에서, 미국 간첩에 준하는 전문관료들의 농간에 두 눈 멀쩡히 뜨고 속아넘어갔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제라도 속 시원히 솔직하게 털어놓기 바란다.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어떤 내용과 수위의 협박을 당했는지, 직접적인 협박이 있었다면 무엇이었고 위협으로 느낄 수 있었던 사안들은 어떤 것이었는지, 도대체 미국 간첩에 버금가는 사람을 장관급 공무원에 임명해야 했던 그 불가피한 사연이란 무엇이었는지,

 

뭐 이런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좀 설득력 있는 참회 겸 양심선언을 한 번이라도 하고 나서 FTA 반대 국민항쟁대열에 참여하든가 말든가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2011.12.13 sarnia          



4 Comments
필리핀 2011.12.15 23:20  
"당시 참여정부에서 진보진영 출신으로 FTA협상에 책임 있는 직위에 있었던 인사들은 참회와 반성을 좀 더 심각한 수준으로 했으면 좋겠고, FTA 협정 폐기 국민항쟁 대열에는 참여할 수 있으되 대열의 제일 후미에서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따라와 주면 모양이 좀 더 좋을 것 같다."

100% 동감합니다...

글구 시골동네 이장도 아니고...

한 나라의 대통령과 장관이

"몰랐다"고 하면 면피가 되는건지...

참 어이가 없습니다...
sarnia 2011.12.16 06:58  
어이없지요.

근데 실은 저도...... 이전에 FTA에 대해 어디 뭘 올린 게 있나 찾아 보니까 단 한 개도 없더라고요. ㅎㅎ 이라크 참전문제만 열을 올렸지 FTA 에는 한마디로 관심이 없었던 겁니다. 이라크 참전 문제는 윤리와 명분의 문제지만 FTA는 대한민국의 주권 및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인데 말이지요. 

유시민 씨는 말을 겸손하게 하는 재주가 비상해서 구렁이따라 담 넘어가듯 깜박 따라 넘어가기 쉬운데 전 그 분만큼은 좀 조용히 백의종군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정동영 씨도 마찬가지고요.
필리핀 2011.12.16 09:39  
우리가 몰랐던 게 아니라,

저들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거죠...

글구... 유시민 씨는...

싸가지 없게 말하기로 소문 났는데...

유빠들 빼고는 다 싫어해요... ^^;;;
manacau 2011.12.19 21:54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유구무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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