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남매의 비통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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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남매의 비통한 죽음

sarnia 7 405

모든 사진과 유튜브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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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8 월 어느 날, 인민군 제 5 사단은 포항으로 진군했다. 김석원 준장이 지휘하는 한국군 제 3 사단은 경주 쪽으로 퇴각할 수 밖에 없었다.

포항과 경주 사이 국도는 대구-부산 쪽으로 피난하려는 군인가족, 경찰가족, 우익인사들과 일부 주민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피난민 대부분은 노인, 여자, 아이들로 구성돼 있었다.

피난민들 머리 위로 갑자기 미군 전투기들이 나타났다. 이 그라만 전투기들은 햇살이 반사된 은빛 날개를 눈 부시게 번쩍이며 하강하기 시작했다. 굉음을 내며 바퀴가 보일 정도로 고도를 낮춘 채 지상을 향해 돌진하는 전투기들을 본 피난민들은 혼비백산했다. 그들은 왜 저 비행기들이 자기들을 향해 그처럼 낮은 고도로 날아오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때였다. 전투기 날개에 장착된 총구에서 일제히 불울 뿜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기관포탄을 맞은 피난민들은 피를 뿜으며 길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열 두 살쯤 된 남루한 옷차림의 그 소녀는 서 너 살쯤 된 남동생을 등에 업고 있었다. 전투기들의 공중사격이 시작되자 반쯤 혼이 나간 상태로 울 수 조차 없었던 그 소녀는 남동생을 업은 채 무조건 뛰기 시작했다.

뛰어가고 있는 소녀의 등 뒤에 전투기 한 대가 나타났다. 순간 소녀의 등에 업혀있던 네 살 박이 소년의 등에서소리와 동시에 분수 같은 피가 솟아 올랐다. 누나와 남동생은 그 자리에서 따로 떨어져 논두렁에 나 뒹굴었다. 미군 전투기에서 발사된 기관총탄은 남동생의 등과 배를 관통해서 누나의 몸 속에 박혔다.  남동생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열 두 살짜리 누나는 형언조차 할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서서히 죽어갔다.    

미군 그라만 전투기 편대는 포항 경주 가도를 순식간에 피바다로 만들고 난 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유유히 동남쪽하늘로 사라졌다.

전투기 편대가 사라 진 뒤 피로 개울을 이루고 있는 논두렁 한 켠에서 온 몸이 흙더미로 뒤덮인 꾀죄죄한 몰골의 소년 하나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찰과상으로 팔뚝에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크게 부상당한 것 같지는 않았다.

열 살쯤 되 보이는 눈이 작은 그 소년은 논두렁에 널브러져 있는 남매 쪽으로 다가가더니 피투성이가 된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소녀를 흔들어댔다. 소녀의 반응이 없자 눈이 작은 그 소년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누~나 하고 소리를 지르며 비통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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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누~나를 부르며 울음을 터뜨렸던 눈이 작은 소년은 현재 대한민국 제 17 대 대통령이 됐다.

이 눈이 작은 소년은 나중에 자서전에다가 1950 8 월 어느 날 겪었던 이 비극적인 가족사를누나와 남동생이 피난길에 미군 폭격으로 죽었다는 딱 한 줄 문장으로 남겨 놓았다.

sarnia 는 몇 년 전 그 자서전신화는 없다를 다 읽었으면서도 자서전 주인공의 누나와 남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그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그 비극적이고 중요한 가족사를 얼마나 흐리멍텅한 한 줄 문장으로 얼버무려 놓았으면 기억력 좋기로 유명한 sarnia 가 다 기억을 할 수가 없었을까?      

점선 위에 저 스토리는 오늘 sarnia 가 그 눈이 작은 소년이 자기 자서전에 딱 한 줄로 남겨놓은 그 상황을 스물 네 줄짜리 이야기로 재구성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sarnia 가 소설을 썼다고 타박하지는 말기 바란다. 중요한 건 그 소년의 누나와 남동생이 미군 전투기의 무차별 공중사격으로 죽었다는 사실이니까……

문서상으로 밝혀진 기록에 의하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지역에서 벌어진 미군 공중전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은 1950 8 14 일 경주 강동면 인계리에서 미공군 제 18 폭격단 제 39 폭격편대에 의해 감행된 50 구경 기총소사 및 네이팜탄 공격 사건인데, 이 사건과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이 사건의 피해 신청인 명단에 그들이 없기 때문이다.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의 누나와 남동생이 언제 어디서 미군 어느 폭격편대의 공격에 의해 희생됐다는 정보가 없는 건지 알면서도 발표를 못 하거나 안 하는 건지 그것도 확실치가 않다.

지난 해 12 월 말 그 임무를 종료한 청와대 직속  ‘과거사위원회가 최종 발표한 미군 전투기 등 공중전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통계에 의하더라도 피 학살자 중 여성이 44.4 퍼센트 어린이와 노인이 각각 약 20 퍼센트에 달한다. 물론 이 통계는 비교적 공중폭격이 덜했던 남한지역만을 대상으로, 그것도 자료 회람이 가능한 141 건에 대한 근거 자료만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다. 무차별 공중폭격은 대부분 북한 지역에서 이루어졌고 평양을 비롯한 인구밀집지역에서 대대적으로 감행됐다.

미군의 민간인 사살은 고의적인 작전 개념으로 시행된 것임이 미군 제 10 군단 사령관 아몬드가 유엔군 사령관 릿지웨이에게 보낸 다음과 같은 작전 건의서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장군! 우리는 게릴라들과 모든 수단을 다 해서 싸워야 합니다. 네이팜탄으로 공중폭격하는 것은 게릴라들을 죽일 뿐 아니라 그들이 숨을 수 있는 마을까지도 없애버릴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Almond to Ridgway 1950. 1. 16 USAMHI Ridgway paper Box 17, 도진순 씨의 논문공중폭격과 민간인 희생역사학의 시선으로 보는 한국전쟁 pp 334 에서 재인용 요약)

한마디로 유격대 (아몬드는 북한 정규군까지 게릴라로 표현하고 있다) 를 죽이기 위해서는 그 보급기지나 은신처가 될 수 있는 민간인 마을까지 소각 멸절시켜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군 제 10 군단의 작전지역은 남한 지역이었다. 이 건의서를 작성할 당시 아군 지역이었던 남한 지역에 대한 작전 건의가 이 정도였으니 적 점령지역인 북한 지역에서의 공중폭격 개념은 어느 정도로 무차별적이고 비인도적일 수 있었는지 짐작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밀문서들이 속속 보안 해제되고 한국전쟁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하나 둘씩 폭로될수록 대한민국과 (특히) 북한은 앞으로 미국에게 돌려 받아야 할 빚이 참으로 많아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예감할 수 있다.  

나는 저 눈이 작은 소년의 누나와 남동생의 원혼을 달래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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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코난 2011.01.24 15:21  
미군이 잔인한게 아니라 전쟁이 잔인한것입니다.
정의롭고 인도적인 전쟁은 인류역사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좀더 균형잡힌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글이 올라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sarnia 2011.01.24 23:09  
그 말씀은...... 배경음악의 주인공 빨간코트의 소녀를 죽여 리어카 위에 올려 놓은 SS 에게도 적용되는 것인가요? '독일군이 잔인한 게 아니라 반유대주의와 전쟁의 결합이 잔인한 것이다' 라고.

세상을 균형잡힌 시선으로 보려면 구체적 사건의 본질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겠지요.

리토릭은 듣기엔 아름다워도 인류의 보편적 양심을 지키는데는 그다지 유용한 것이 아닌것 같습니다.
plantubig 2011.01.24 22:47  
전쟁은 누굴 위해 누가  하는건지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지,,,우린 수많은 전쟁을 통해  익히 알고 있읍니다.

왜,,,누굴 위해서,,,,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원해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능동적이 아닌 수동적인  존재로 이세상에 왔읍니다.
그러나,,,,출생 이후의 삶은  우리의 의지대로 살수 있도록 피조 된게 인간입니다.

살 권리가 있고....
다시 말해 죽을 권리도 있다는  거죠.

그러나,,,전쟁은  살 권리와 죽을 권리를 박탈 해 갑니다.
헛된 죽임을  당하는 존재로 전락시켜 버립니다.

탄생이 신비롭고 축하 받는 것이라면,
죽음은  엄숙하고 존경과 애도를 동시에 받는 것 입니다.

그러나 전쟁에서의 죽음은 ,,,,  존경과 애도 받을 권리 마저도 박탈 해 갑니다.
주검 마저도  처절하도록 짓밟힙니다.


어떤 명분에서라도 전쟁은 있어서는 안됩니다.
항전과 반전만이 ,,,인간의 고귀한 권리를 지켜줄 뿐입니다.


사진과 음악의 묘한 조화,,,,,슬픔을 느끼고 갑니다.

건강하십시요.
sarnia 2011.01.25 14:03  
좀 지엽적인 이야기지만......

폭격기가 포탄을 투하하는 것과 전투기가 저공비행하면서 기총소사를 하는 것은 아주 다릅니다.

전자는 피해대상을 눈으로 볼 수 없지만

후자는 자기가 죽이고 있는 대상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인인지 어린이인지 제복을 입은 전투원인지 민간인인지 식별할 수 있는 거리에서  조준 또는 준조준 사격을 하는 것 입니다.

민간인 400 여 명이 살해당한 노근리 사건 そ�

폭격기의 폭격이 아닌

전투기의 근접 공중사격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사고나 어쩔 수없는 무고한 희생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고의적이고...... 그리고......

국가권력이 개입된 조직적인 민간인 학살행위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민간인 학살행위는

지금 이 시간에도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방콕중 2011.01.28 12:43  
결과론만 보자면 ... 미군의 행위들은 비판 받아야 마땅 하다고 보여 지네요 ..
뭐 원인 제공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말도 공감이 가는 부분 이기도 하고 .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 하고는 있지만 .. 한쪽으로 치우친 지금의 안보외교는 바람직하지
안다고 보여집니다 결과적으로 중국만 자극하는 꼴이 되어버렸으니
차기정부는 참여정부 시절의 균형잡힌 안보외교 부분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아울러 한국전에서 미군의 잔혹한 행위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진상조사나 보상부분도
추진 해야할 부분이겠지요 ..
sarnia 2011.01.28 12:53  
좀 다른 이야기인데...... 저는 평화는 명분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균형으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실현 불가능한 것이고, 이런 마당에 남한의 핵보유는 좋든 싫든 옳든 그르든 필연적인 과제가 돼 버렸습니다.

어차피 이 정권 아래서는 틀린 일같고 2012 년 외세의 압력을 극복하고 이 고난도 과제를 밀고나갈 강단있는 정권이 탄생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번에 제가 우파가 밀어줘야 할 이 문제를 왜 입을 다물고 있는지 답답하다고 한 적이 있는데, 좀 잘못 말한 것 같습니다. 이미 1 월 10 일자 칼럼에서 조선일보 김대중씨가 이 문제를 들고 나왔군요. 김대중씨가 아주 적절한 표현을 했네요. 남한의 핵은 공격용도 방어용도 아니면 단지 견제용일 뿐이다. 맞는 말 입니다. 지금까지 북한과 미국간의 균형전이었다면 이제는 북한과 남한간의 균형을 위한 차선책이 마련돼야 하겠지요. 차선책이라고 했습니다. 최선이야 통일이지만요.

아, 인사를 빠뜨렸네요. 방콕중 님 말씀에 대한 덧글이었습니다^^
sarnia 2011.01.28 13:27  
참, 저 인용자료에 나와있는 1950 1 16 은 1951. 1.16 의 오기 같습니다. 원본에 아예 잘못 기록돼 있군요. 릿지웨이는 한국전쟁이 진행 중인 1950 년 말에 유엔군사령관에 부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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