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못 생각한 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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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못 생각한 게 있었습니다

sarnia 0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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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에 휩싸인 일부 여론에 떠밀려 이명박 정권이 바다 한 가운데다 포탄 2000 여 발을 쏘아대는 사이 미국과 북한은 매우 중요한 협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의아했던 것은 이 시기에 도대체 왜 빌리 리처드슨 뉴 멕시코 주지사가 연방정부의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있는가 하는 것 이었습니다. 온 세계의 시선이 연평도 포사격훈련장에 집중됐던 바람에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리처드슨의 평양방문 결과가 어제 알려졌습니다. CNN 이 보도했지만 국내언론이 받아 보도했으므로 국내 언론과 함께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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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nn.com/video/#/video/world/2010/12/20/nr.wolf.blitzer.korea.bpr.cnn?iref=allsearch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01220141227&section=05


 


보도의 골자는 북한이 20 개월 만에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입국을 다시 허용하기로 합의했다는 것 입니다. 중요한 것은 1 2 천 개에 달하는 연료봉을 해외로 판매하는 것에도 동의했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 합의 자체가 아니라 이 합의의 조건으로 타결된 북한과 미국간의 이면 거래의 내용이 무엇이냐 하는 것 입니다.


 


연평도 포격전이 벌어지기 딱 이틀 전인 지난 2010 11 21일 미국 ABC World News 에 출연한 스탠퍼드 대학교 Robert Carlin 객원연구원의 고백은 전 세계를 경악시켰습니다.  영변 핵 연구단지에 설치된 농축우라늄시설을 관찰한 그는 2000 여 기에 달하는 원심분리기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고 토로했지요. 그때 까지만 해도 미국 정보기관을 비롯한 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기술이 초보단계인 줄 알았지 이렇게 많은 원심분리기를 보유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는 것이죠.


 


바로 다음 날인 11 22 Stephen W. Bosworth 미 국무부 특사는 서울에 있는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제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지난 20 년 이래 가장 도발적이고 충격적인 행동이라는 발언을 합니다.


 


백악관과 국무부가 동시에 대혼란에 휩싸여 있는 와중인 바로 그 다음 날 북한군은 느닷없이 대한민국 영토에 직접적인 포사격을 단행합니다. 1953 7 27 일 이후 처음 벌어진 일입니다.


 


한마디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돌발사태가 이틀 사이에 두 차례나 일어난 것 입니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고 태평양사령부의 정보제공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직접 지시를 기다리는 동안 네 시간이 흘러간 건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갑자기 날아와서 연평면 사무소를 때려 부순 쇳덩이가 북한군의 방사포탄이라는 걸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그리고 북한군의 포공격이 발생했을 때 교전수칙 및 응전내규에 따라 어떻게 조치해야 한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틀 전 있었던 우랴늄 농축시설 공개 이후에 그 동안 미국이 견지했던 대북정책의 전면적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했던 포공격이 벌어지자 혼란에 휩싸인 것이지요. 


 


결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로부터 보복공격을 포함한 일체의 응전포기의사를 전달 받은 유엔사가 한국군을 통제함으로써 확전이 안 된 것이구요. 이 정도라면 적어도 그 전투에서는 미국이 북한에게 한 방 먹은 것으로 판단했고 그래서 패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겁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개스통 할배들과 비분강개 우익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우유부단함만 탓 하지만 sarnia 가 보기에 그건 이명박의 잘못은 아닙니다.

제가 이명박 변호하는 건 처음 인 것 같은 데 아닌 건 아닌 거니까요. 분명히 말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은 독자적으로 공군전력을 교전에 사용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권한'이라 함은 전시교전을 통제할 수 있는 군령권을 말하는 것이고 능력이라 함은 전투기 운용에 필요한 정보자원 보유여부를 말 합니다.       


 


저는 지난 번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무기체계와 긴밀한 연계를 가지고 있는 북한군의 EMP 성능을 재확인하고 싶었을 것 이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비록 그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의 입장으로서는 한국군의 분풀이 포사격이 내심 매우 부담스럽고도 한심했을 것 입니다. 미국대사와 주한미군사령관이 청와대를 방문해 만류했다는 게 맞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미국이 청와대와 한국군을 더 강하게 압박하지 못한 이유는 아마 대한민국내의 강력한 반북 보복 여론 때문이었을 것 입니다.  


 


오늘 CNN 보도를 보고 저는 좀 놀랐는데 이번 사격훈련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해 제가 조금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미국에게 중요한 사건은 11 23 일 연평도 공격이 아니라 11 21 일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였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미국의 대북정책은 180 도 바뀔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북한은 대담무쌍하게도 바로 이틀 후 연평도에 포 사격을 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협상 초기에 외곽을 때리는 고강도 압박 전술로 읽을 수도 있겠습니다. 북한이 늘상 해왔던 전술이지요.

 


대한민국이 분풀이 포사격을 하고 있는 바로 그 시간에, 미국은 북한과 협상해서 얻은 결과물을 언론에 흘렸고 CNN 이 이를 보도했습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제가 북-미간 이면거래 내용을 예단한다는 건 무책임한 짓 입니다. 그래서 이만 줄이겠구요. 다만 미국의 새로운 대북접근과 정책이 수행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소외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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