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를 뒤집어엎은 세 그룹의 공동작전
이로써 24 일 오전 반북주류의 강압에 잠정적 굴복의사를 담은 공개편지를 발표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내의 강력한 전통적 반북엘리트집단의 파상공세를 가까스로 극복하고 조미회담을 원상복구 국면으로 되돌려놓았다. 26 일 남북정상들의 판문점 회담 성공을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조미정상회담 날짜를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공식화함으로써 반전 이틀만에 대조선협상파의 완승구도가 확정됐다.
싱가포르 조미회담을 기사회생시킨 가장 결정적인 공로자는 이번에도 역시 미국의 대조선 첩보조직 KMC 였다. 백악관 내 대북협상파는 지난 목요일 (미국동부표준시간) 이 스파이 조직을 통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그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KMC의 누가 어떤 경로로 어떤 종류의 백악관측 해법을 남북 두 나라 정상들에게 전달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한미정상회담이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한 다음 날 부터 한국시간 금요일 저녁 사이에 백악관과 청와대 사이에 설치된 유선라인이 아닌 인적접촉을 통해 백악관 내부의 대조선협상파의 의사를 전달했을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정을 하는 이유는 방금 전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 중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유일하게 질문다운 질문을 던진 외신대표기자의 질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에 근거한 것이다.
한국어가 유창한, 한국계로 보이는 이 동양계 외신기자는 세 가지 질문을 했는데, 그 중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리 소통했는가 하는 질문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질문을 받은 후 잠시 답변을 망설이는 표정을 짓다가 '모든 과정이 북미(조미)정상회담 성사와 관련이 있다'는, 포괄적이지만 역시 예상된 답변을 했다.
이 전달책임을 맡은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각각 독대를 요청할 수 있을 정도의 고위급 인사였을 것이다. KMC 는 지난 해 5 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창설한 대조선첩보기구로서 그 책임자는 CIA 부국장급이자 차관급인 앤드류 김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이다. 편제는 CIA 산하이지만 현재의 특별한 조미관계국면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정보라인으로 가동되고 있는 중이다. 이른바 폼페이오 정보라인은 바로 KMC 를 의미한다.
한국과 조선 시간으로 어제 오후 2 시 50 분 경,
네 대의 한국측 차량이 조선측 차량의 선도를 받으며 극비리에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통일각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평범해 보이는 은색 메르세데스 승용차 뒷자리에서 내리는 주인공은 놀랍게도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한국측 경호차량 역시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SUV 가 아니라 쉐볼레이 서버밴 SUV 를 이용했다.
백악관 내 대조선협상파가 긴급하게 필요했던 한국측과 조선측의 공동협조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것은 당연히 싱가포르 조미정상회담을 원상복구 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한국의 대통령이 조선의 지도자로부터 새로운 회담의제를 받아오는 것이었다. 대조선협상파가 위싱턴의 반북 엘리트집단을 제압하고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한 채 5.24 헤프닝이 벌어진 이유는 비밀리에 수립되었던 기존의 조미회담 의제가 위싱턴DC의 강경반북세력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김정은 조선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원래 합의했던 의제가 사실상의 군축과 조선에 대한 비공식적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정보가 워싱턴 정가에 퍼지면서 강경반북세력의 반발과 항명사태가 조직적으로 확산됐다. 5 월 중순부터 형성된 난기류는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대조선협상파가 조미정상회담 좌초국면을 뒤집기 위해서는 정상회담 의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변경하는 게 필요했을 것이다.
다만 이미 조미간에 합의된 의제를 미국측이 직접 조선에 다시 변경하자고 요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에, 그 대리역할을 한국측에 요청했던 것이고, 의제변경 및 대리자 수행요청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마이크 폼페이오 정보라인, KMC 가 수행한 것이다. 남북정상의 판문점 만남은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먼저 제의하는 형식을 통해 이루어 진 것으로 보인다.
싸르니아가 이 글 앞부분에서 싱가포르 조미정상회담이 원상복구되었다고 선언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미국내 반북주류의 일시적 승리기조는 대조선협상파가 사려깊게 작성한 공개편지와, 의도적으로 여백을 남긴 그 공개편지에 화답하듯이, 그 여백을 친절하게 채워주는 명문의 답장을 쓴 조선측의 뛰어난 처세로 반전의 기선을 잡고 있는 중이었다. 그 반전의 과정에서 기습적으로 단행된 남북정상회담은 미국내 대조선협상파의 반전 승기를 확실하게 굳혀주는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밖에 없는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이 6 월 12 일 열릴 수 없을 것이라는 NYT 보도가 오보라고 트윗한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죽으나 사나 그 날 싱가포르에 가야만 한다. 트럼프 개인에게는 노벨평화상이고 뭐고 NYT 에게 한 번이라도 이겨보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가 어제 트윗에 올린 다음과 같은 말은 6 월 12 일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 뿐 아니라 두 나라간에 역사적인 합의가 성사될 것이라는 강한 보증서이기도 하다.
We are having very productive talks with North Korea about reinstating the Summit which, if it does happen, will likely remain in Singapore on the same date, June 12th., and, if necessary, will be extended beyond that date. 우리는 조선과 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진행 중입니다. 회담이 열린다면 같은 장소 같은 시간 (6 월 12 일 싱가포르)가 될 것 입니다. 필요하다면 그 날 이후에라도 회담은 계속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