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한 팔자의 세 아이, 그 운명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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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한 팔자의 세 아이, 그 운명적 만남

sarnia 23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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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끝났어요.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군요. 축하해요.
싸르니아는 직접, 보통, 평등, 비밀선거를 통한 다수결 선출을 가장 보편 타당한 민주선거제도라고 인정해요. 아직까지 인류의 능력으로는 이보다 더 보편 타당한 선거제도를 찾아내지 못했으므로 아무리 엉쭝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더라도 거부할 수는 없어요.
일단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축하까지 할지 말지는 각자 선택이지만 싸르니아는 축하도 해 드리겠어요.
싸르니아는 오늘 하루종일 박근혜 당선자에게도 과연 좋은 점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았어요.
하루종일 노력한 끝에 두 가지를 발견했어요.
첫째는 그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거라는 점이고,
둘째는 그가 종교를 가지지 않았다는 점이예요.
놀라운 것은 제가 선거 전에는 이런 좋은 점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는 언젠가 자신이 카톨릭 신자임을 밝힌 적이 있지만, 그건 아마도 자기 모교 (서강대)를 떠 올리고 엉겁결에 둘러댄 말 같고, 아무튼 특별한 종교가 없는 것은 확실해요.
그가 여성이라는 걸 그다지 실감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가 페미니즘과 관련된 어떤 논리적 견해도 표명한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섬찟할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와 말투에서 느껴지는 '성정체성'상의 중성적 image 때문이었어요.
암튼 그건 그렇고요.
박근혜 당선자가 앞으로 가장 중요하게 상대해야 할 두 사람,
즉 일본의 새 총리, 그리고 주한미국대사와의 인연이 참 기구하고도 기묘해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며칠 전, 일본에서 벌어진 총선에서는 자민당이 압승하고 아베 신조가 총리가 되었어요.
이 달 28 일 인가 공식 취임한다고 해요. 이 사람 몇 년 전에도 총리를 한 거 같은데 남들은 한 번 해 먹기도 어려운 총리를 자주 하네요.
박근혜 당선자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예정자는 참 운명적 인연같아요.
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는 잘 알려진대로 기시 노부스케라는 사람이예요.
기시 노부스케는 제국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식민관료를 하다가 패전 후 A급 전범으로 체포된 경력이 있는 사람이예요. 도조 히데키 전쟁내각에서 상공부 장관으로 전시물자공급 총 책임자였지요.
박근혜 당선자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기시 노부스케는 같은 만주국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지만, 실제로 그 두 사람은 그 시대에는 서로 만난 적이 없고, 1961년인가 62 , 박정희 씨가 아직 대통령이 되기 전에 최고회의 의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서로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되어요.
그때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은 수상 이었던 기시에게 5.16 쿠데타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했어요.
명치유신의 우국지사들을 떠 올리면서 군사혁명을 했습니다라고요.
기시 노부스케는 원래 본명이 사토 노부스케였는데 그에게는 동생이 있었어요. 사토 에이사쿠라고 해요. 사토 에이사쿠는 1960 년 대 중반 일본 수상을 했어요.
바로 이 사람이 그 유명한 독도밀약을 이끌어낸 장본인이예요.
박근혜 당선자는 자기 아버지가 선생님으로 모셨던 사람의 외손자를 일본국의 총리로 만나게 되었군요.
동시에 그 일본국 총리는 박근혜 당선자 아버지에게 독도를 팔아먹는 비밀 계약서에 서명을 해 준 사람의 외조카손자이기도 하고요.
Sung Y. Kim 주한미국대사의 심경은 지금 어떨까요?
Sung Kim 1973 년 어느 날 밤 갑자기 가족들과 함께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야반도주를 해야했던 비운의 소년이었어요.
살인미수범의 아들 신세가 되어 미국으로 쫓겨 간 그 소년은 37 년 후, 놀랍게도 대한민국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주한미국대사가 되어 지금 서울에 있지요. 그의 아버지에게 살인교사를 한 장본인이 바로 박근혜 당선자의 아버지였어요.
자기 아버지를 하루아침에 파렴치범 신세로 만든 사람의 딸을 앞으로 두 달 후면 주재국의 대통령과 대사의 입장으로 자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해야 할 처지가 되었군요. 물론 사적인 문제때문에 공적인 업무를 왜곡시킬 인물은 아니지만 어쨌든 기분은 참 묘할 거예요.
선거결과 놓고 마음 상하신 분들도 많겠지만 오늘은 그냥 그런 거 다 접어두고 앞으로 자주 만날 세 사람의 기구한 운명을 생각해 보았어요.
 

23 Comments
골든쟈칼 2012.12.20 13:43  
연좌제는 악법임을 과거 유신정권시절 혹독한 고문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신 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실텐데... 새삼 끄집어내서 부각시킬필요는 무엇인가요?

아버지의 이념을 자식이 그대로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해 보자는 취지인가요?
sarnia 2012.12.20 14:02  
전 미국으로 이주한 적 없습니다. 저 아래 글 올리신 미국분들에게 가서 따지시구요.

유신시절에는 제가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뭐, 혹독한 고문같은 거 피할 필요는 없었구요.

과거 역사를 운운해 당선자를 흠집내자는게 아니라

오늘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분 참 팔자도 기구하구나......

이런 생각 떠 올라 써 올린 거니 큰 오해는 마시구요.
DICE 2012.12.20 14:13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노래도 잘 들었구요.
헌데 sarnia님, 앞으로도 님이 올리시는 글들은 간간히 접속하면 읽어보고싶은데.
음악이 자동재생 되는게 개인적으론 좀 그렇습니다.
혹시 재생되는 노래에 따라 글을 읽는 사람이 선택적으로 재생하게끔 태그수정은 어떠신가요?
강요는 아니구요, 저 같이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골든쟈칼 2012.12.20 14:45  
미국 과 님을 지칭한것이 아니라 연좌제를 피해 이민가신분들이 미국에 많다기에 그 얘기를 한거이고 사르니아님이 그럴것이라고 따지는건 아니었습니다.

박 당선자가 기구한 운명인건 역사의 아이러니 말고도 많지요.

독재자 대통령의 딸이었다지만 부모를 차례로 총탄에 잃었던 그 청와대로 다시 들어가는 그녀는 과연 마냥 웃을수 있을까요?
골든쟈칼 2012.12.20 13:51  
그 보다는 박 당선자의 외교적 역량(?)이 어떨지 정말 궁금합니다.

선거 만큼이나 외교도 잘 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나마스테지 2012.12.20 13:52  
국민 절반을 종북으로 규정하고
뭔 국민통합을 한다는 건지 .
사니아님, 쟈캴님 말씀대로 여기 이땅에 있는 사람들은 마음이 힘듭니다.
희망은 좋은 것이나 희망이 보여야 노래하지요.
오늘도 글 잘읽었어요. 즐 하루.
여우야여우야 2012.12.20 13:57  
文 지지자 중에 종북이 아닌 사람은 많지만
文 측근 중에는 종북이 있었습니다.
文이 이를 배척하지 못한것이 실수입니다.
그래서 종북으로 매도되는 겁니다.

기존 여권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있어서
'차떼기 당'이라고 매도하듯...

다 종북이 아니듯, 다 차떼기가 아니지만...
나마스테지 2012.12.20 14:04  
저는 혼자 비밀스럽게
근래 대민방의 방문자 중
어떤 유형이 가장 궁극적으로 대화가 안되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DICE 2012.12.20 14:10  
예, 저도 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비밀스럽게~)
나마스테지 2012.12.20 15:04  
그냥 진화심리학의 측면에서 생각해 봅니다.
여우야여우야 2012.12.20 14:39  
아..

저는 좌클릭 시키기 좀 어려운 DNA를 가졌습니다.. ^^
세일러 2012.12.20 14:02  
과거 인연에 대한 팩트를 담담하게 나열해 놨는데, 연좌죄는 왜 나왔을까요? 뭐, 사실 그런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만은. 사르니아님 글은 역시 다시금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군요. 하아아... 왠지 이제부터 펼쳐질 세상에 대해, 여지껏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 현실로 펼쳐질 것을 생각하니 더욱 푹 가라앉는 기분이 되는군요. 사실 쭉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으면서, 막판에 갑자기 희망이 확~ 솟아 올랐었기에 상대적 상실감이 매우, 아주 매우 큽니다. 그래도 늘 "설마"하고 있었기는 했군요...

시간 좀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오겠습니다만, 지금은 멘붕이네요. 선거기간중 나왔던 "시대정신"이란 단어가 과연 뭘 의미하는 것인지 곱씹어보고 있어요. 시대정신이라... 하아... 애써 토론회에서 봤던 그 모습을 잊어버리려 노력하고 있구요.

캐나다, 참 좋은 곳이죠. 공기 맑고 산수 유려하고 사람들 좋고. 뱅쿠버와 토론토, 두 도시 모두 매우 매력적인 도시였어요. 하지만 그렇게 좋은 캐나다보다 한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 훨씬 더 좋고 자랑스러웠어요. 지난 5년은 좀 그랬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었기에 어제까지는.

시대정신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으니, 이제 정신차리고 시대정신에 순응하며 살려구요~ ㅎ
sarnia 2012.12.20 14:17  
제일 걱정은 북측이 남측을 더 우습게 보고 2010. 11. 23 사태같은 것을 유발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지요. CNN 은 남측 선거보도하면서 북측의 인공위성 발사 사건이 거의 변수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놀라와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게 얼마나 중요한 사건인지 한국 언론들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데도 이유가 있는데, 새로 조성된 대화국면에서 남측의 합리적이고도 solid 한 정부가 오히려 남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상황판단을 유권자들이 해 주어야 했습니다.

완벽한 민주적 선거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나라들 (대부분의 OECD 극가들) 에서는 정치적 결과의 책임이 결국 유권자, 즉 시민에게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시 정권의 행패가 세계도처에서 횡행했을 때 당한 나라의 민중들은 그 책임을 부시 정권이 아닌 '보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미국 유권자들'에게 직접 물었지요.

맘이 편하지 않군요.

참 오느 저녁(한국시간) 인가요? 즐거운 시간들 보내시길..
여우야여우야 2012.12.20 17:03  
미사일이 심각한 위협이라는것을 잘알고 있는 사람이 있고
잘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깨어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헛짓이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은
이미 다양한 변수를 통해 면역이 되어서 그렇습니다.
킁타이 2012.12.20 14:24  
혹시? 아세요?
사르니아님의 할아버지 창씨개명 한 " 오 나마에"
저의 아버님 "나마에"는 저도 알고 있슴니다 별로 유쾌하지않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당시에는 창씨개명 안하면 학교에 입학을 안시켜주다고해서 "어쩔수없이" 했다고 합니다
이런 아픔을 저의 아버님만 겪었을까요?
저의 증조부께서는 대전국립묘지 독립유공자묘역에 계시지만 ㅠㅠㅠㅠㅠ
sarnia 2012.12.20 14:40  
오늘은 일단 자고, 낼부턴 강제와 선택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볼까요?

그보다두요. 이제 과거 이야기는 조금만 하고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자구요.

당선자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good night.
킁타이 2012.12.20 15:19  
사르니아님은 언어의 마술사?
과거 야그는 사르님께서 먼저 꺼내지 않았나요? ㅋㅋㅋ
간큰초짜 2012.12.20 14:47  
제 선친은 남들 7,8세에 가는 학교 10살때 가셨습니다. 제 조부님은 무학의 소작농이셨지만 창씨개명때문에 화나신다고 학교입학 안시키고 해방되던해 입학시키셨다고하고 합니다. 마을분위기가 다 그랬다고 합니다. 증조부님이 유공자묘역에 계신데 자랑할만한, 어쩔수없다는 변명할만게 아니라 차라리 말씀안하시는게 나았습니다. 제 조부님은 고향마을 선산에 계십니다. 창씨개명하셔서 제때 입학하셨는데 슬픈일아닌거같아요. 공부하고 싶어도 자존심때문에 못하는게 슬픈거죠. 조부님은 무학이시지만 늦게 입학하신 선친과 고모님  모두 그시대에 힘든 최고학부까지 마치셨고 평생 교직에 계셨습니다
나마스테지 2012.12.20 14:53  
네. 간초님은 양질의 디엔에이 보유자네요. ㅎㅎ
킁타이 2012.12.20 15:24  
화나지만 슬픈 우리들의 과거사입니다
어차피 엎질러진물 태여나지도 않은 "나"의 선택이 아니지 않슴니까?
감춘다고 가린다고 지워지지는 않슴니다
당시엔 우리민족 대다수가 겪은 "시대의 아픔"이지요
세일러 2012.12.20 14:35  
걱정 안합니다. 안보때문에 그녀를 뽑았다는 사람들이 다수인데요 뭘. 국민들 기대 저버리지 않고 알아서 안보를 지켜주리라 믿습니다. 시대정신 아니겠습니까! 유권자 책임 맞습니다, 맞고요, 지난 5년 책임졌고, 앞으로 5년도 역시 책임을 져야죠.

국가적 차원에서 현명한 판단을 유권자들이 내릴 것을 기대하셨군요! 저런! 과거 경험에 의거해서 저도 그런 기대를 했었습니다만, 시대정신이 아니에요. 그런 기대는 시대정신이 아니랍니다~ ㅎㅎ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오늘 저녁은 다 잊고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즐거운 시간 보내려구요~
nooga 2012.12.20 17:09  
언론자유87위 나라에 무슨 민주주위고 분석이고가 필요합니까?
그리고 사르니아님 제발 음악 선택해서 듣게 하시죠!
그냥 소리나게 하는것도 MB 랑 다른게 없어요.
사르니아님도 남의 사생활 존중해주세요.
sarnia 2012.12.20 23:24  
남코리아 정도면 선거결과에 대해 유권자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만큼의 민주주의는 됩니다. 1987 년 이래 25 년의 짧은 역사동안 이룩해 낸 놀라운 성과구요. mb 시절 다소의 반동이 있었다고해서 후진국처럼 생각해서는 안 되지요.

개발국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특정종교의 문화적 영향력이 기형적일 정도로 강력한 미국같은 나라에 비해서는 훌륭한 점이 많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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