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솔직한 소감
버지니아 주 스프링필드에 본부를 둔 NGA 는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전쟁-테러-무기시설-표적이동에 관한 영상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의 정식명칭은 National Geospatial-Intelligence Agency 다. 편제상 국방부 소속이지만 필요하면 국장이 백악관국가안보회의에 직접 출석하거나 대통령과 독대하여 보고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오래 전부터 NGA 책임자로부터 조선의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정보보고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선의 전략무기체계에 대하여 가장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온 조직은 바로 다름아닌 NGA 다. 고난도 작전대상으로 분류되는 조선(DPRK)의 특성상 최첨단 첩보위성장비를 운용하고 있는 NGA 보다 사실에 근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다른 조직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NGA 는 NGIA 또는 GIA 라는 별칭으로도 불리우는데, GIA 의 첫 이니셜 G 가 C 와 글자모양이 비슷하다고 하여 CIA 와 혼동하면 안 된다. GIA 와 CIA 는 전혀 다른 첩보조직이다.
2017 년 1 월 20 일 제 45 대 대통령 집무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가 복잡하기 짝이없는 조선의 전략무기체계를 대강이나마 이해하는데는 약 1 년 가량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벌오피스에 두툼한 보고서를 들고 나타나 뭐라고 떠들다가 나가는 정보기관 수장들이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배경지식이 그에게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돌아가는 일에 대한 설명서가 자기가 생각했던거보다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보통 사람들은 자존심부터 상하지만, 일부 특수한 성격의 소유자들은 자존심이 상하는 단계 따위는 건너뛴 채 짜증부터 낸다. 트럼프가 이런 유형의 성격소유자에 속한다. 짜증이 난 트럼프는 비서실장을 통해 모든 보고서를 한 장으로 줄이라고 지시했다. 트럼프에게는 두툼한 보고서를 들고 들어오는 보좌관들이나 다른 정보기관 수장들에 비해 그림을 들고 나타나는 NGA 국장이야말로 가장 반갑고 훌륭한 선생이었다.
그가 들고 들어온 그림을 보고 한 장짜리 보고서를 읽어나가면서 트럼프는 조미핵대결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다 쉽게 배울 수 있었다. 결국 그는 조선에서 핵무력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미국 강경주류의 의지가 실현불가능한 잠꼬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록 무식하지만 돌대가리는 아닌 트럼프는 어느 순간 드디어 위싱턴DC의 엘리트들이 스스로 '엘리트의 함정'에 빠져 현실과 망상 사이에 놓여있는 바다를 건너지 못한채 허송세월로 시간을 낭비해 왔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조선정책은 '엘리트의 함정'이 최종적으로 도달한 종착역에 해당했다. '놔두면 스스로 붕괴할거야'라는 구호를 모토로 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저 포도는 실거야' 라고 중얼거리면서 그 자리를 떠난 이솝우화 여우의 전략적 포기와 비슷한 것이다.
어쨌든, 지난 2 년 내내 NGA 국장이 들고 온 그림들을 보고 설명을 들으면서 트럼프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사실을 차례로 배웠다.
첫째, 조선의 핵무기제조는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하고 있다는 것. 둘째, 조선은 세계 1, 2 위를 다투는 우라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며,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적게 잡아도 연간 약 40 만 톤 이상의 우라늄을 정제할 수 있는 정련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 셋째, 조선은 NGA 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 만해도 2 만 6 천 기 이상의 원심분리기를 돌리고 있다는 것. 넷째, 영변지구에 4 천 기, 분강지구에 1 만 기, 강선지구에 1 만 2 천기가 있는것으로 지금까지 파악되었는데 이 중 조선이 공개한 영변지구와 NGA가 전력소모량을 추적, 분석하여 대강 때려맞춘 분강 및 강선 지구 이외에는 어디에 얼마만큼의 고농축우라늄 제조시설이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는 것. 다섯 째, 핵탄두 1 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심분리기는 1 천 기인데 이 정도의 분량은 3 층 짜리 빌라 정도 규모의 시설이면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고농축우라늄 제조시설을 찾아다니는 첩보활동은 남대문에서 김서방을 찾아다니는 짓에 비견할만한 천하의 바보짓이라는 것. 여섯 째, 현재 조선은 적게 잡아도 100 기에서 200 기에 달하는 증폭핵분열탄을 포함한 각종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 수준의 중견핵보유국이라는 것 등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조선의 전략무기체계 중 핵무력 만큼은 실효적인 협상대상이 전혀 될 수 없다는 점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것이다. 이런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는 줄줄이 걸려있는 역대 대통령 사진들 중 윌리엄(빌) 클린턴, 조지 W 주시 주니어, 버락 오바마를 손가락으로 차례로 가리키며 '저 개새끼들이 나를 포함한 모든 미국인들을 30 년 동안 속여왔다'며 저주를 퍼부었을 것이다.
씩씩거리며 한바탕 분통을 터뜨린 그는 다시 오랜 생각에 잠겼다. The Establishment 의 멤버가 아닌 그로서는 미국내 대조선강경주류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극에 더 이상 놀아날 이유가 없었다. 미국의 군사외교능력으로 조선에서 핵무력을 제거한다는 것은 완전히 실현불가능한 그들만의 헛된 구호에 불과했으며, 한반도(조선반도)의 비핵화란 주한미국군 철수와 핵우산철거를 동반하지 않고는 성립할 수 없는 상호개념이었음을 역시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정책에 대한 획기적 발상전환과 6.12 싱가포르 회담은 이런 배경을 토대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만일 지금 트럼프의 처지와 정치적 위상이 8 개월전인 6 12 정상회담 때와 비슷하기만 했어도 조미간에 합의한 단계론적 스몰딜은 성사될 수 있었을 것이다. 싸르니아가 회담결렬 직후에 언급했고, 그로부터 며칠 후 트럼프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코언 청문회를 고비로 결정적 위기국면에 돌입한 트럼프로서는 미리 준비해 하노이에 가져간 단계론적 스몰딜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수가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민주당과 정적들이 완벽한 타이밍에 맟추어 설치해 놓은 트랩에 스스로 목을 매는 행위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었다.
2.28 사태 이후 조미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조선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으나 미국의 노선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노선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이유는 새 조선정책을 구상해서 끌고 온 도널드 트럼프의 정치적 신변에 심각한 이상이 발생한 나머지 대조선협상노선을 뒷받침하는 조직과 동력이 지리멸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정치적 신변에 심각한 이상이 생긴 이유는 미국 안 반트럼프 진영의 정세장악기세가 워낙 빠르고 거센나머지 그 균형이 급속도로 붕괴되어버린 탓이 크다.
만일 트럼프가 재선은 고사하고 탄핵과 기소의 위험에 직면할 정도로 그를 둘러싼 정세가 악화된다면 그로서는 지금까지 취해왔던 비교적 정직한 대조선정책을 한 순간에 내던지고 대조선강경주류에게 협상주도권을 넘겨줄 수 밖에 없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미국 안의 정세흐름을 팔로우하며 올바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2.28 사태의 본질을 진실에 가깝게 이해할 수 있다.
회담결렬의 배후에 일본의 아베가 있다느니, 볼튼이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판이 깨졌다느니, 파혼은 아니고 혼수조건이 맞지 않아 결혼식이 연기된 것 뿐이라느니, 협상의 귀재 트럼프가 2.28 회담을 깨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서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 양보한 척 한 것이라느니 하는 등등 한국의 보수 진보 양 진영을 가리지 않고 쏟아져나오는 말장난에 가까운 소리들에 휘둘리지 말고, 즉 패거리 정서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스스로에게 정직하면 비로소 사태의 흐름이 바로 보이리라고 믿는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다.
지난 번에도 말했지만 더 이상 "북한의 비핵화'라는 말을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이제 그런 표현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이다. 조선은 핵무력을 포기해서도 안되고 포기할 수도 없다. 그들의 핵무력 수준을 항공기 이륙단계에 비유하면 이미 V1(Decision Speed)를 한참 전에 넘어 정상비행고도에 접근하고 있는 중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참모가 없다면 인재풀을 넓게 가동하여 제대로 진언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시기 바란다. 적어도 대통령이 자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영변핵시설이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사실과 전혀 동떨어진 발언일 뿐 아니라 시의에도 맞지 않는, 그야말로 아닌밤중에 홍두께같은 발언을 함으로써 국제적으로 바보취급을 받은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솔직히 나는 2.28 회담결렬사태가 발생한지 4 일이나 지난 시점에 나왔다는 대통령의 이 뜬금없는 발언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었다.
중재자 역할은 양쪽의 정보를 우월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사람만이 수행할 수 있다. 영변카드가 왜 갑자기 실패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는 코언 청문회에 대한 트럼프의 감상소감만 들어보아도 알 수 있는데, 회담 전이었다면 몰라도 회담결렬 4 일이 지난 시점에서 저런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공개적으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조미협상에서 얼마나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팀이 고립되어 있는지 그 편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9. 3. 6 2100 (MST) sa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