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왜구'라고 비난 받는 분들에게 처음 말하는 나의 의견
나는 그동안 한일분쟁에 대해서 침묵해 왔다. 정보를 열거하는 수준의 언급을 담은 글은 세 개 정도 올렸지만 의견은 일체 말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이렇게 둘러댔다. "결정은 본토(한국)국민과 한국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이것은 핑계였다.
상황이 너무 엄중하고 복잡해서 내가 함부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범위를 지나쳤기 때문이다.
사태의 분명한 배경들은 예견했던 대로 들어맞고 있다.
첫째 이 사태가 미국과 일본의 공동작품이라는 것이다.
둘째, 미일극우동맹의 동북아 패권유지를 위한 군사조직 재편성 과정에서 한국의 국제정치적 위상과 경제적 파워를 무력화 시키려는 일본 범우파진영의 끈질긴 의사가 강력하게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셋째,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자,통신,미래운송수단 소재등과 같은 참단산업의 밸류체인에서 한국을 소거하려는 아베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냉전시대와는 달리 이제 자주적 발언권이 강대해진 경제대국 한국은 그들에게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이런 가공할 음모는 1965 년 한일기본조약과 2018 년 10 월 한국대법원 판결의 배치 문제 따위와는 전혀 관계없이 오래 전부터 착착 진행되어 오던 것이었다.
미국과 일본이 이런 위험천만한 질서재편절차를 무리하게 밀어부치는 이유는 한국을 중국과 러시아 진영으로 넘겨주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략의 동북아 군사동맹구조에서 한국을 일본의 종속적 하부구조로 강제편입시키기 위한 것이다.
나는 이미 지난 달 초 올린 글에서 "미국은 유엔사를 독립상위부대로 격상시켜 일본군(현재의 자위대)을 중심축 전력으로 하는 부대로 재편성하고, 한미연합사를 그 아래에다 복속시키려는 전구개편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중" 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짠 인도-태평양 전략의 동북아지역 지휘구도이기도 한 이 전구개편을 완성하려면 한국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일본의 대한국 무역타격은 이 새로운 형태의 미일군사동맹의 의사를 한국에 강제로 관철시키려는 과정에서 나온 산물로 해석해야 그림 전체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국정부는 6 월 초 한국에 온 당시 국방장관 패트릭 섀너헨과 주한미국군 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가 정경두 한국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사를 한국 국방부 영내가 아닌 평택 미국군 기지에 두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할 때부터 이런 개수작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았어야 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했었다. 하기야 알았어도 한국정부로서 무슨 뾰족한 대책이 있을 리 없었다.
지엽적인 문제같지만, 한미연합사와 관련한 전구개편에 대해서 좀 자세하게 설명하고 넘어 갈 필요가 있다.
이미 다른 곳 (아마도 아랫글 댓글)에서 내가 설명한 적이 있음을 밝혀둔다.
만일 한미연합사 (미래한미연합사)가 서울 용산이 아닌 평택 미국군기지에 가게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 합참의장이 아니라, 별도의 한국군 육군대장이 한미연합사령관을 맡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합참의장이 서울을 비우고 평택 미국군기지에 내려가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인 한미연합사령관은 평택미국군기지에 자기 사무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지안에 있는 미국 국방부 시설인 전쟁지휘통제소 출입을 할 수 없다. 미국 국방부 전쟁지휘소는 정보자산이 집결해 있는 핵심시설인데, 한국군 대장인 연합사령관은 군시설에는 드나들 수 있되 미국정부 시설인 전쟁지휘소에는 출입할 수 없는,, 한마디로 흑싸리껍데기 사령관으로 모자 쓰고 가마떼기처럼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 한심한 신세가 되는 것이다.
셋째, 전쟁지휘소에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미국인 부사령관이다. 한국인 사령관은 정보를 열람하고 통제하는 시설에 출입할 수 없고 미국인 부사령관은 자기 나라 시설인 그 통제소에 드나들 수 있다면 그 꼴이 어떻게 될까?
유엔이 해체를 결의했고, 조선 역시 해체를 요구하고 있는 유엔사를 해체하기는 커녕 미국은 편제를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조선과의 핵동결 협상결과에 따라 그 거취가 유동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미국은 한(조선)반도를 통제하는 무력에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을 수 없는 매우 굴욕적인 압박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인 연합사령관이 가마떼기가 되는 게 굴욕적이라는 게 아니라, 일본 자위대가 정식 군대가 되어 한(조선)반도의 전쟁상황에 개입하는 새로운 구조를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게 굴욕적이라는 이야기다.
즉 이제는 미래한미연합사의 진시작전지휘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따위가 문제가 아니라,
그 연합군 상부지휘체계에 군대로 전환한 일본 자위대가 편입되어 있는, 유엔사 또는 인도-태평양 사령부 산하의 상급부대 지휘를 받는 굴욕적 구조로 들어가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트럼프는 사실 오래 전부터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결말이 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트럼프의 개인구상과는 별도로 어쨌든 지금 미국정부의 계획은 형식적인 전작권은 넘겨주되 한국에 전개된 연합전력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권은 평택에 있는 주한미국군이 여전히 행사하고, 이 한미연합전력은 일본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동맹국이 편제되어 있는 유엔사를 통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실질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괴상망칙한 편제개편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국군 연례전략보고서에 코리아반도 유사시 일본군(현재의 자위대) 역할과 전개 운운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것은 아마도 정식 군대를 보유한, 보통국가실현을 꿈꾸고 있는 아베 신조를 비롯한 일본내 범우파진영의 강력한 야망이 담긴 의사가 미국에 일정하게 관철된 결과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을 것이다.
본토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일분쟁이 마치 작년 10 월 말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판결과 두 일본회사의 한국내 자산에 대한 압류절차진행에서 비롯된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기이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 착시현상을 일으키는데는 본토에서 이른바 '토착왜구'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엉터리 논객들과 야당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그 사람들이 그저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는데만 눈이 홀랑 뒤집힌 나머지 제멋대로 지껄이는 선동질에, 일부 얼빠진 피플들이 몰려들어 함께 깨춤을 추며 놀고 있기 때문에 '전선'의 성격과 여론이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에 친중인사들이 많아 미국이 한국을 잠재적 적으로 확정했다는 주장도 하는데, 입을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을 친중이라 잠재적 적으로 확정했다면 그 날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 년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그 날일 것이다.
어쨌든,,
문재인 정부가 상황을 잘못 관리했기 때문에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이 아니라, 한국의 태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바뀌어버린 세상이 너무 운이 나쁘게도 한국을 전대미문의 위기와 궁지로 몰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장기적으로 한국에 식민지 근대화론을 지지하는 인텔리들이 주도권을 장악하는 부역정부가 들어서 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파상공격은 중단없이 가혹하게 추진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이 지휘하는 한국은 정부와 국민들도 순화되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현재보다 경제적 지위가 격하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일본이 지금의 한일분쟁을 일으킨 기본동기다.
첫째 단계에서는 한국의 기간제조산업에 대한 붕괴공작을 벌일 것이고, 둘째 단계에서는 일본 본국 및 일본계 해외 금융자본의 한국에 대한 채권회수작전에 돌입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를 폭락시키려고 광분할 것이며, 셋째 단계에서는 옌화절하를 통해 한국의 무역에 타격을 가하려는 환율공작이 진행될 것이다.
분명히 다시 말하지만 미국은 중재자도 뭣도 아니다. 미국은 일본의 동업자다.
그들은 한국을 일본에 정치-군사-경제적으로 예속시키는 the new chain of command 계획을 수립하고 거리낌없이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그 과정을 통해, 밸류체인에서 강제로 소거당한, 한국에서 떨어져 나올지도 모르는 알짜배기 첨단산업자본들의 지배주주권을 전리품으로 챙길 수 있으면 아마도 도널드 트럼프의 입이 귀에 걸리게 웃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이 게시판에서 나처럼 문재인 정부 비판을 많이 한 사람이 있을까?) 일본과의 화해 운운하기 전에, 지금 무슨 사태가 왜 벌어지고 있으며, 나쁜놈, 도둑놈, 이상한 놈이 각각 누구인지 판별할 줄 알고나서야 전략에 대한 의견을 한마디라도 내 놓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토착왜구'라고 조롱받는 사람들이 주장한다는 무조건 굴복의 길도 길은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심하게 비난할 생각은 없다. 굴종이든 뭐든 생존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중요한 기본욕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의 본질을 간파하고 '자칫 모든 것을 잃더라도 정면돌파하지 않으면 살아도 죽은 것이 되고야 말 것' 이라는 통찰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의지야말로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이 위중한 난세에 더할나위없이 귀중한 가치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개인이든 국가든 살다보면 아주 가끔 모든 것을 걸고 돌파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대위기가 한 두 번은 있게 마련이다.
대한민국에게는 지금이 그런 순간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