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사기당한 대한민국 정부
지소미아 종료연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미국과 일본의 막판유도공작에 한국정부가 어이없는 사기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의 협박사기극에 속수무책으로 말려든 한국은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복잡한 외교-안보위기에 봉착했다.
미국의 협박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일본에 현찰주고 어음을 받았는데, (한겨레신문 말마따나)
일본이 현찰 받자마자 어음을 어제 부도처리 해 버렸다.
한마디로 눈뜨고 현찰 사기당한 것이다.
이제 한국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위기돌파를 위해 초강대국들을 상대로 목숨을 건 맞짱을 뜨든지,
아니면, 완패를 인정하고 미국이 하자는대로 인도태평양전략의 최전선을 당담하는 말단 소총수로서 타율적 굴복의 길을 공개적으로 걷는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길 한 가지는,
사기당한 현찰을 도로 빼앗아 오는 것이다.
종료연기발표 하룻만에 자기들의 완승을 선언하면서 한국에 의도적으로 모욕을 퍼부은 일본을 비난하고,
지소미아를 원래 종료예정일인 23 일로 소급해서 종료선언을 하는 것이다.
이 길을 선택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한국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물리적 보복이 가해질 게 분명하다.
미국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와의 청와대 협상이 결렬된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공개적으로 가해진 미국의 보복협박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 것으로 보인다.
보복협박의 구체적 내용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지만,
주한미국군같은 군사적인 분야 보다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비롯한 경제보복과 관련된 분야가 많고,
특히 한국의 다국적 제조기업들의 본사 이전 유도공작추친과 같은 위중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고 전해진다.
한국정부는 누가 묻기도 전에 미국으로부터 협박같은 것이 없었다는 말을 했지만, 지금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국은 한편으론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정부를 강도높게 협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일단 종료연기 후 대일본관련문제 재협상이라는 차선적 선택지를 제공했을 것이다.
종료 7 시간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입장을 번복한 한국정부의 태도를 살펴보면
'막판까지 버티다 결국 미국측이 마지막으로 내놓은 차선택에 넘어가 굴복하고야 말았다'는 설명 이외에는 다른 추론을 할 아무런 근거를 발견할 수가 없다.
수출규제협의를 과장급에서 국장급으로 높이기로 일본측과 합의했다는 게 입장변화의 이유였다는,
그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급히 둘러댄 사실 자체가 그 날 저녁의 사태가 얼마나 급박하고 위태롭게 돌아가고 있었는지를 가감없이 드러내 주고 있다.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낼 시간조차 없었다는 반증이다.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 한 가지는,
국가적 모욕을 감수하고 미국과 일본의 처분에 나라의 운명을 맏기는 길이다.
이 길을 선택할 경우 당장의 보복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문재인 정부와 리버럴진영 전체가 파국적 위기에 직면할 위험이 높다.
보수정권때는 미국의 협박같은 것은 별로 드러나지 않았었다.
협박을 하기도 전에 스스로 알아서 기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묻는 분이 있었다.
아마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한 그 분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도 전인 당선자 시절에 일찌감치 미국에 굴복한 전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싸르니아는 7 년 전, 박지원 씨가 공개했던 다음과 같은 (이제는 제법 유명해 진) 비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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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도 어느정도 독자적인 대북외교를 기획하고 실천에 옮겨보려고 노력했다. 그는 당선자 시절인 2003 년 1 월 북한측과 접촉하여 취임직후 특사를 베이징으로 파견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당시 북측의 장성택 대표는 베이징의 비공개 회담장에 나왔는데, 남측에서 사전 연락도 없이 회담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 바람에 상대방이 오랫동안 혼자 기다리다 돌아가게 하는 사상초유의 외교적 결례를 범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노무현 당선자의 대미관계에 대한 기본자세가 천명된 직후 인수위원회에 가해진 미국의 협박과 압력은 다양하고도 집요했으며 매우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압박의 한 축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루어졌고, 또 다른 한 축은 Moody’s 를 비롯한 미국의 신용평가회사들에 의해 전개됐던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회사들에 의한 신용평가 하향 조정 위협은 당장 주가폭락과 글로벌투기자본의 대량투매행위가 반복되는 사태로 이어져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부의 뿌리를 흔들어댔다. 참여정부는 결국 출범도 하기 전에 백악관의 위협과 글로벌투기자본의 파상공격 앞에 결국 백기를 들고 굴복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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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6 년이 흐른 지난 5 월,
노무현 전 대통령 10 주기 행사 때 그 손녀가, 자기 할아버지를 그의 임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처참하게 굴복시켰던 장본인인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입장하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어처구니없어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위기가 별게 아닌 것처럼 생각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전혀 상관없이,
문재인 정부는 현재 매우 위태로운 처지에 직면해 있다.
이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나는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막판까지 버티다가 어이없이 한 순간에 조건없이 굴복하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사실 그 전에 놀란 적이 한 번 더 있다.
며칠 전 조선의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 일 김정은 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보낸 비공개 친서의 내용을 공개해 버린 일 때문이다.
공개친서라도 상대의 동의없이 그 내용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
비공개 친서라면 더 말 할 나위가 없다.
나는 조선이 미국에 최후통첩을 한 연말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정세변혁의 긴장감이 감도는 이 시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부산에 올 수 도 있다고 생각한 청와대 정책결정자들의 무능과 무감각에 놀라기도 했지만,
비공개 친서를 보낸 것이니 비공개로 거절답변을 보내도 되는데, 왜 굳이 친서내용까지 공개하며 문재인 정부를 망신주고 곤혹스럽게 만들었는지 조선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친서공개 때문에 북의 범죄용의자 추방사건이 아주 어렵게 꼬이게 생겼다)
조선의 지도부가 문재인 정부를 일찌감치 버릴 패로 여기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근데 그들은 왜 문재인 정부를 버릴 패로 여기는 걸까?
p.s. 믿고 싶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 제대로 된 전망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