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항쟁은 남한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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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항쟁은 남한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나마스테지 3 259
민주항쟁은 남한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1973년과 2003년의 태국 민주항쟁은 미국과 군주, 군부라는 트리오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두번의 민주항쟁에서 태국 민중은 군부독재를 붕괴시킬 수 있었지만 민주주의를 손에 넣지는 못했다. 2006년 국왕 푸미폰은 군부쿠데타를 모의하고 실행함으로써 2003년의 민주항쟁을 무위로 돌렸다. 태국 민중은 괴물을 보고 있는데, 그 괴물은 자신들이 키운 것이다. p50
 
1976년 타놈의 귀국으로 학생들의 시위가 거세지는 가운데 경찰이 시위 학생 두 명의 목에 밧중을 걸어 나무에 매단 사건이 벌어졌다. 10월 5일 우익 신문에는 탐마삿대학 학생들이 전 달에 있었던 경찰의 만행을 재현하는 사진을 실었다. 나무에 걸린 인형 중 하나의 얼굴은 푸미폰의 아들인 왕세자 와찌랄롱콘으로 조작되어 있었다. 우익들은 국왕에 대한 불경죄(실제로 존재하는 법이다)를 빌미로 대대적인 시위를 조직했다. 경찰과 민병대인 국경순찰대 병력이 2천여 명의 학생들이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는 탐마삿대학을 포위했고 뒤이어 충돌이 벌어졌다. 사태는 다음 날 경찰과 우익 폭도들이 대학 구내로 난입해 난동을 부리면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천여 명의 학생들이 체포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탐마삿의 10월 학살이었다. 결론은 질서를 명분으로 한 또 한번의 쿠데타였다. 극단적 보수주의자 따닌이 수상의 자리에 올랐다. 1977년 따닌 역시 끄리앙삭의 쿠데타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1980년 끄리앙삭은 쁘렘의 쿠데타로 물러났다. 모두 푸미폰의 추인을 받았다. 1981년과 1982년에도 쿠데타가 일어났지만, 연이어 세번의 쿠데타를 승인했던 푸미폰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고개를 흔들었다. 쿠데타는 성공하지 못했다. 푸미폰의 위치가 어디에 와 잇는지를 증명한 사건이었다. 푸미폰의 정치적 영향력은 이제 군부독재를 좌지우지할 수준에 이르고 잇었다.
2006년 또 한번의 쿠데타가 벌어졌다. 이전까지의 쿠데타와 달리 푸미폰이 전면에 나선 군부쿠데타였다. 태국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헌법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1994년부터 시작한 민주화투쟁으로 성취한 1997년 민주헌법은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태국은 스스로 불가침의 괴물을 키워왔던 것이다.
1932년의 혁명을 기념하는 민주기념탑은 지금도 묵묵히 왕의 길인 랏차담는클랑 대로를 막고 고독하게 서 있다. 그 길의 중앙에는 연중 언제나 푸미폰의 거대한 초상화가 걸려 있으며, 태국 설날인 송끄란과 푸미폰의 생일에는 오색의 찬란한 불빛에 휩싸인 더욱 거대한 푸미폰의 초상화가 그 길과 민주기념탑을 굽어 내려보고 있다. 절대왕정을 붕괴시킨 1932년부터 75년의 세월을 보내고도 군주의 망령은 여전히 태국의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군주제에 기대야 할 만큼 정통성을 상실한 군부독재정권이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 터부를 넘지 못했던 태국의 민주주의 운동이었다. 태국 민주주의에게는 값비싼 대가였다.
1972년생인 푸미폰은 이제 여든을 넘기고 잇다. 몰락한 왕조의 끝에서 불사신처럼 왕조의 영화를 되살린 푸미폰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군주제의 불행은 가끔씩 탁월한 능력을 가진 군주가 등장한다는 것이고 다행은 그 능력이 아들에까지 미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중이 현명하지 않다면 무능한 군주인들 무슨 수로 다행이 될 수 있겠는가. p51~53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유재현의 아시아 역사문화 리포트
프놈펜에서 도쿄까지
 
 
3 Comments
세일러 2012.07.07 18:04  
아름다운 태국의 비극이죠.
늘 짓는 미소가 반드시 행복해서 짓는 것은 아니라는...
나마스테지 2012.07.08 13:08  
킹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쪼그라드는 서민들의 삶이 아프지요,
라오스여행기도배했슴다, 쿨럭,
세일러 2012.07.08 15:40  
도배 확인했슴다~ ㅎㅎ
야심한 시각에 안주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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