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그렇다고 당신들이 떠나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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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서(처형)부부와 친하다.
와이프하고는 20 년 전에 bye 했어도 한 번 동서는 영원한 동서라는 신조아래 여전히 빈번한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내가 거소증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만,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 필요한 위임사무도 거의 모두 동서부부를 통해 처리했다.
내 한국통장을 도장과 함께 맡길 정도로 신뢰관계도 두텁다.
동서부부에게는 딸이 둘 있다.
맏딸은 한국 의사고 둘째는 캐나다 + 한국 약사다.
처형은 둘째 딸을 중학생 때 캐나다로 유학을 보내면서 이모(자기 동생)가 사는 스몰타운이 아닌 내가 사는 에드먼튼으로 보냈다.
그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내가 대도시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톡을 하면서 처형이 지나가는 말로 “00이(맏딸)가 토론토에 가는데 수속이 급히 진행되고 있어서 저도 그때 함께 갈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기 전까지만해도 그저 교환교수로 오는가보다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처형의 말 중에 ‘수속’, ‘급히’ 이 두 단어를 듣는 순간 번쩍하고 눈 앞에 스쳐 지나가는 번개를 보았다.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취재본능과 촉이 발동한 것이다.
처형 맏딸의 캐나다 이주가 교환교수니 뭐니하는 평범한 게 아니라, 보다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지난 주말 토론토에서 만난 엑스와이프를 상대로 이리저리 유도심문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건성으로 대답하던 엑스가 ‘스파이처럼 뭘 알아내려 하자말라’며 갑자기 빽하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취재는 일단 거기서 중단됐다.
(언젠가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어 취재가 중단된 적이 있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아들과 조카(처형 둘째딸)에게 얻어낸 파편정보들을 토대로 마침내 사태의 전말을 알아낼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의사 때려치고 아예 그 나라를 떠나기로 결심한 게 분명해 보였다.
처형 둘째딸 말로는 UT에 리서치 자리가 나서 오는 거라는데, 그게 얼마나 의미가 없는 말인지 모를 정도로 내가 바보는 아니었다.
(여기서 말하는 UT는 한국 우버택시 UT가 아니라 토론토대학교를 부르는 이름 UT이니 혼동하면 안된다. 전자는 우티고 후자는 유티라고 다르게 발음한다.)
조카일로 심란해하는 엑스에게 ‘그래도 QS 평가에 따르면 UT가 서울대보다 훨씬 좋은 학교라고 하니 그래도 위로가 되지 아니한가?’라는 말을 하려다가 엑스가 위로를 받기전에 내가 먼저 봉변을 당할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무엇이 처형의 맏딸로 하여금 S대 교수 자리를 내던지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2020 년 2 월, 한국에 코비드19 이 창궐하기 시작했을때 처형은 자기 딸이 KBS 아침마당에 나와 코비드에 대해 강연하는 영상을 단톡방을 통해 보내주기도 했었다.
당시에는 다른 S대 병원 감염내과 교수로 재직했을 때인데, 그때로부터 3 년 동안 이어진 코비드대전 최전선에서 죽을 고생을 했고, 결국 세계 어느 나라보다 혁혁한 전공을 세우며 전쟁을 승리로 이끈 멤버 중 한 명이었다는 것에 자부심도 대단했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자기의 거의 모든 생애에 걸친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부었던 그 나라를 떠나려고 하고 있다.
처형의 맏딸 뿐 아니다.
그 한 명에 국한된 일이었다면 그건 그야말로 '집안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글을 올릴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비롯한 핵심필수 바이탈 과목의 교수급 의사들이 미국이나 캐나다로 떠나려고 수속러시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런 건 왜 한국매체에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한국 대학병원 교수들이 아침 6 시부터 밤 10 시 까지 매일 격무에 시달리는데 연봉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낮다는 말도 들었다.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도 전혀 아니고 삶의 질은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수준이라 한마디로 한국에서 의사로 일하는 게 worth 하지도 않고 worthy 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는,,
최근 의사들의 자존감마저 무참하게 짖밟히는 사태가 발생하자 드디어 분노가 폭발한 게 아닌가 이런 추정은 가능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교수들이 이 정도인데 4 년 동안 말도 안되는 노동착취를 당해왔던 전공의들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한국이 세금도 별로 들이지 않으면서 저 정도의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의사들 (특히 전공의들)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그 배신감은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한국 의료붕괴니 뭐니 이런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걸 목격하고 나니 취재본능에 이어 보도본능이 발동하는 걸 어쩔 수 없어 내가 취합한 정보 중 극히 일부를 공개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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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썼지만,
보통 일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