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장님 집들이 선물 탄생비화 -전원일기-
롤러코스터 패러디
- 전원일기-
우리 집은 서울...
그리고 시흥시에 주말농장이 있어요.
이곳은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문이에요 .
하지만 나름 중독성이 있어서 가면 은근 짜증나고 안가면 허전한 곳이에요 .
그농장에서 주로 키우는건 하우스 안의 "상황버섯" ..
선물을 할곳이 있다며 버섯을 달라고 하자.. 일당으로 가져가라며
오늘도 나를 이곳으로 납치해와요 ~
역시 우리집은 공짜가 없어요!!
농장 주변의 풍성한 채소와 곡식들을 보니....
도데체 이걸 누구보고 책임지라고 일을 벌려 놓으신건지..
갑자기 부모님이 원망스러워지며 한숨이 나와요~
하지만 여리디 여린 우리엄마 너무 해맑은 표정으로 내게 속삭여 주어요..
" 해넘어 가기전에 빨리 고구마순이나 따! "
대충 엄마의 성격을 묘사하자면..
아빠 있을때 "꺋!! 여기 벌레있다."
아빠 없을때 " 밟아죽여!! "
머 이정도에요~ ㅡ,.ㅡ;;
그리고 난 오늘 죽었구나 하고 급 불길한 느낌이 들어요 .
하지만 난 고급인력이라고 스스로 자기위안을 하며 밭일을 시작해요 .
제일 먼저 할일은...
봄에 심어 놓았던 토마토따기..
지난 5월에 심어서 쓰러질까봐 받침대에 묵어 놓았던 애들인데..
벌써 이렇게 컸어요~
아.. 자식키우는 느낌이 이런건가봐요 .
사랑하는 마음으로 설탕 듬뿍 발라서 아작아작 씹어줄거에요 ~
꽈리고추따기..
꽈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야채들 중 가장 맛없는 녀석중에 하나에요 .
" 너는 왜이렇게 매력이 없니? " 라고 하자..
꽈리왈.. " 너나~ 잘하세열~"
무우 속아서 뽑아내기..
지난번 씨뿌리기가 구찮아서 대충 뿌려 놓았더니 이렇게 마구마구 여러군데 자랐어요 ~
덕분에 다시 속아서 뽑아내야 해요~ 이런 덴장~ 일이 두배가 되네요 .
정말 바퀴벌레 만큼이나 질긴 생명력을 가진 애들이에요~
다행히 배추는 아직 속이 덜차서.. 패스~
어떻게보면 꽃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
이걸 리본포장해서 선물로 주면 욕먹을까 ?또라이 소리 들을까?
혼자서 이상한 상상을 해봐요 .
그리고 방울 토마토 따기.. 이건 따는 즉시 먹어 버려요.. 유기농이거든요..
사실은 너무 배가 고팠어요 . 아침밥도 안주고 이렇게 일을 시키니..
이거라도 안먹으면 노동청에 고발이라도 할것 같았어요 .
그래서 일단 토마토로 위로를 하며 참기로 해요 .
난 역시 효녀인것 같아요~
가지따기... 이건 정말 비추에요..
가지에 가시가 생각보다 너무 많거든요..
간지는 좀 구리구리 하지만 햇빛 가리기에는 ... 약수터용 아줌마 모자가 쵝오에요 .
이래뵈도 강남에서 산 모자라구요~!
땡볕아래서 가지를 따다보니.. 갑자기 어떤 유명한 시인의 글귀가 생각나요~
가지밭에서 가지를 따려고 가지의 가지를 헤쳐보니 가지에 가시가 너무 많아서
가지의 가지사이를 잘잡아 가지를 땄더니 가지의 생긴모양이 참 가지가지 하는군
이거 참.. 씁쓸하구만.... ㅡ,.ㅡ;;
고구마 캐기... 왠 고구마들이 덩치가 그리 좋은지..
얘네들도 오늘 나를 잡으려고 작정했어요~
아마도 우리 부모님과 비밀계약을한 청부업자들 같아요~
그리고 이제좀 숨돌 돌릴까 했더니...
엄마와 이모님들.. 고구마순을 산처럼 쌓아놓고 다듬으라고 해요.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
라이타로 불을 지르면 과연 탈까 안탈까? 쓸데없는 생각마져 들어요~
고구마순 다듬기만 1시간이 넘어가요. 이쯤 되면 슬슬 막가자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고구마순에 불을 지르고 싶다는 생각은 점점 더 커져만 가요~
겨우 고구마 순을 다듬고 나니..
낫을 주며 이젠 콩을 베라고 해요 .
그래서 적군을 무찌르듯 마구마구 목을 잘라서 쓰러틀려 놓아요 .
맛은 어떨까 해서 껍질을까고 입에 넣으니 이런뎅장~ 입안에 쏴하게~
비린네가 퍼져요~
맛은 못느끼면서 이런 비위는 잘도 상해요~!
그리고 강낭콩도 따보아요~
얘는 어릴적 내 밥그릇 안에 지겹도록 들어있던 애에요 .
골라낸다고 숟가락으로 얻어 맞았던 기억이 살포시 떠올라요 .
고구마순 불지를때 강낭콩도 같이 지를거에요~ ㅋ
나 이런거 따는거 말고.. 다른거 하면 안돼냐고 했더니..
아직 새싹만한 갓 밭에 물을 주라고 해요.
갑자기 엄마가 천사강림한 모습이 되어요~ *_*
야호~
그러나 기쁨도 잠시.. 계속 저렇게 뿜어서 주라고 하니..
손가락 끝이 부러질것 같은게 곧 후회가 되요.
하지만 이작은 애들 나만큼이나 많이 먹나봐요 . 물이 진흙이 될때까지 계속 뿌리라고 해요~
그냥 콩이나 딸걸..
오늘의 일과..
콩따기 , 고구마 캐기 ,고구마순 따기,다듬기, 토마토따기, 꽈리고추따기 ,
열무뽑기 ,배추랑 갓에 물주기...
등등을 다 끝내고 오늘의 점심에 기대를 걸어보아요
오늘의 메뉴는?
아침일찍부터 준비한 등갈비와.. 소래포구에서 사온 조개..
일단 등갈비 부터 구워요.
구운소금을 살살뿌려서 구운 생등갈비.. 한입베어 물면 고소함이 입안에.............. 퍼지겠지만..
아시다시피 전 지금 미각을 잃었어요..
하지만 이사실을 아직 모르는 아빠가 실망할까봐
맛있는 척 연기를 하며 열심히 구워보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난 여우주연상 감인것 같아요 .
등갈비를 먹다가 잠시 잊고 있었던 조개도 다른 화로에 구워보아요~
모두들 맛있게 먹어주니 신이 나기도하고 삘도 받는것이....
게장 담그려고 사온 돌게도 꺼내서 함께 구워요.
얼마나 고소한지 쪄먹는 대게 , 꽃게랑은 또 다른 맛.... 일거에요 ㅠㅠ
그럴거라고 믿고 싶지만 아쉽게도 전 아직 맛을 다 느끼지 못해요~
또 다시 cf 찍는거마냥 맛있는 척을 하며 열심히 연기를해요~
그리고 아까 바로 캐낸 고구마도 구웠어요~
밤고구마랑 호박고구마 반반씩 심었다는데... 얘는 아주 노란게 호박고구마네요~
그리고 내친김에 아까 땄던 콩도 구워봐요~
엄마 아빠는 어릴적에 안걸리고 콩서리 했던 법을 무용담처럼 이야기 해요~
어떻게 보면 도둑질인데 ... 벌써 40년도 더된 이야기니 아쉽지만 공소시효는 끝났군요~ ㅋㅋㅋ
딱딱할것 같은 누런콩도 구워요.
다들 비린네 날거라고 하지 말라고 했는데..
전 원래 하지말란 짓은 더하거든요 ~그리고 어자피 맛도 못느끼니까~ ;;
5대1의 의견을 무시하고 그냥 무작정 불에 던져요 ~
콩을 조금 씹고나서 정말 맛있다고 거짓말을 하며 .. 아빠의 입에 넣어주어요 .
방금까지 콩서리 무용담에 신났던 아빠.. 한동안 말이 없어요~
분명 내가 너를 믿은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셨을 거에요 ~ ㅋ
고구마랑 콩까지 굽고나니 더이상 구울게 없어요~
하지만 이러다가 지나가는 개도 잡을것 같아서 오늘은 이쯤에 그만하기로 해요 .
그런데 나 지금까지 뭐한거죠?
한참 굽다가 정신차리고 보니 고기가 없어요.
조개도 없어요..
다들 말리는걸 뿌리치고 애써 ...콩굽는다고 생x랄 할때 고기는 이미 끝난거에요... ㅜㅜ..
억울한 생각에 맥주를 한잔 마셔봐요...
뎅장..
누가 맥주에 소주를 타놨어요..
내주량이 소주 3잔에서 반병인데 냄새를 못맡아서 벌컥 벌컥 다마셨어요.
전날 잠도 못자고 밥도 잘 못먹고..피곤하게 일까지하고..
거기다 폭탄까지.. 아..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요.
이러면 안돼는데..
지난번 옻닭 해먹을때도 엄마가 미리 먹는 알러지약을 너무 많이 먹여서
닭다리 하나 못뜯고 기절했었는데..ㅠㅠ
의지로 버티려 했지만 점점 의식을 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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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집에 가자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어느덧 날이 저물어 있어요.
시무룩한 표정으로 차에 올라타니..
엄마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내손에 상황버섯을 넣은 봉다리를 쥐어주어요.
"집에가서 끓여 먹어.. "
오래 될수록 좋다는 상황.. 4년 동안 안따고 묵힌거라 더 좋은거라고 극찬을 해요 .
정말 병주고 약주는 엄마에요~
이렇게 고단한 오늘 하루일과가 끝이 나요 .
이상 롤러코스터 전원일기 편이었어요~
그렇게 해서 얻어온 상황버섯으로 제가 직접 담은 술..
이번달 말쯤이면 어느정도 노랗게 우러 나겠네요 . 그때 전해 드릴게요~
그리고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냥 정성이 들은 집들이 선물이다 생각하고 받아주시길~ 쿄쿄쿄
다음은 롤러코스터 주사부리는 남자 편이 올라갈수 있기를 ..
방장님 기절시키는게 제 목적입니다 .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