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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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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a 14 541


안녕하세요?
9월7일 오후 1시에 방콕 도착해서 9월8일 새벽 1시에 소매치기 당하고
현재 9월9일 새벽 4시에 숙소 로비에 앉아있는 Leona입니다.
소식 듣고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럼 지금부터 사건 결과 보고 드리겠습니다.

*
사건발생 시간: 방콕 도착 후 첫 날 밤

사건발생 장소: 실롬 Lub-D 호스텔 건물 앞 야외 테이블

사건내용: 잠이 안와서 일기쓰기와 경비 정산을 하기 위해 짐을 챙겨 로비 앞
야외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검은 옷을 입은 태국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옴.

무슨 할 얘기가 있나 하고 자동반사적으로 나도 미소를 띠며
그를 바라봤고 그 순간 그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내 지갑을 훔쳐
길가에 대기하고 있던 친구의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 달아남.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들을 뒤쫒아갔고 나보다 한 발 앞서 이를 목격한
숙소 시큐어리 가드 역시 그들을 쫒아감.

숙소 경비와 나는 각각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그들의 오토바이를 뒤쫒았으나
택시가 골목을 벗어나자 번잡스러운 거리가 나타남.

수십대의 오토바이와 택시와 짙은 화장의 꺼터이들로 발디딜 틈 없는 그 거리엔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도로 한가운데엔 코끼리가 앉아있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음.

그들을 놓친 나는 요금을 내라는 택시기사에게 도둑 잡아야 되니까 경찰 부르라고
되려 큰소리를 쳤고 그는 손가락으로 길 건너편을 가리킴.

그 곳엔 마침 간이 파출소가 있었고 상황 설명을 들은 그들은 경찰을 불러줌.

도착한 경찰 5명과 함께 숙소로 돌아와 보니
직원들과 그들을 뒤쫒아갔다가 놓치고 돌아온 시큐어리 가드가
걱정스럽게 기다리고 있었음.

그들과 함께 로비에서 cctv 화면을 확인해봤으나
재수없게도 내가 사각지대에 앉았던 관계로 도둑 얼굴이 보이지 않음.

경찰은 내게 혹시 오토바이 번호판을 봤냐고 물었고
그때서야 나는 번호판을 안 봤다는 사실을 자각함.
(그나저나 나는 그렇다치고 대체 시큐어리 가드는 쫒아가면서 대체 그런것도 안보고
뭘 했는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뒤쫒아가준 것만해도 고마움.
숙소의 바보 유러피언들은 내 비명소리를 듣고도 아무도 나와 보지도 않았음)

분실내역과 이런저런 상황설명 후 경찰은 일단 서에 가서 조서라도 쓰겠느냐고 물었고
나는 그러겠다고 하고 통역 역할을 할 숙소 직원과 함께 경찰서로 감.

난생 처음 가보는 방콕 실롬 경찰서엔 약에 취한 아랍인 두 명이 풀린 눈으로
나를 맞아줌.

숙소 직원의 도움으로 조서를 쓰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옴.

-나 이번이 방콕 경찰서 첫 방문인데 카메라를 안가져와서...너 혹시 폰카 되냐?

라고 숙소 직원에게 물었고 그는 폰카 된다며 포즈를 잡아보라고 말함.

그때서야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쳐다 본 나. 그 전엔 혼이 나가 있었기 때문에-_-
그런데.

오마이갓!!! 심봤다!!!
그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던 오리지널 네츄럴 본 완소훈남이었음.

그와 함께 낄낄 거리며 경찰서 영창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방콕에서 이런 일을 당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몇번이나 사과하는 경찰의 배웅을 받으며
방콕의 완소훈남과 함께 숙소로 돌아옴.

그 역시 몇번이나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고
제아무리 완소 훈남 앞이라도 아직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은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방으로 돌아와 억지로 눈을 붙임.


사건 결과: 아침에 날이 밝자마자 한국 시티은행(내 주거래은행)에 분실사고 접수차
전화한 내게 직원이 '이머젼시 캐쉬'라고 해서...통장에 있는 돈의 70-80%를
방콕의 시티은행에서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줌.

다행히 방콕 시티은행은 숙소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었으므로
시티은행으로 가서 2시간 걸려서 빌어먹을 수수료 45불을 제한 나머지 이머전시 캐쉬를 받음.

불행 중 다행히도...방콕에 오기 전에 우선 4일치 쓸 돈만 통장에 넣고
나머진 매달 10일에 들어오는 월급을 그 계좌로 받아서 경비로 쓰려고 했었기 때문에
(왜 그런 결정을 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음. 왠지 그러고 싶었음)
분실 당시 그 계좌엔 우리 돈으로 약 15만원 가량만 들어있었음.

월급이야 다른 계좌로 넣으면 될 일.
그러나 문제는 그 돈을 뽑을 현금카드가 없다는거...-_-
(보통은 돈을 두 계좌에 나눠서 직불카드 각각 두 장씩 총 4장 가지고 여행하는데
이번엔 아주 날을 잡았는지 어쨌는지 그것들을 안챙기고 카드 하나만 가져갔었다는-_-;)

물론 계좌 없이도 한국에서 내게 돈을 송금할 수 있고 그걸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대사관 계좌로 송금 후 받아가기,
현재 있는 도시의 외환은행 지점에 내 여권번호를 계좌 삼아 돈을 보내면
은행에 직접 찾아가서 여권 내고 돈 찾기 등등)

일정의 수수료와 몫돈을 한번에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으므로 고민하다가
그냥 혹시나 미친척하고 당시 카오산에서 서식하고 있던 켄지켄죠님에게 전화를 함.
혹시 안쓰는 해외 현금카드 있냐고-_-;

어머, 그런데.
있단다. +_+

카오산 로드에서 켄지켄죠님을 만났고
그는 현금카드 대여도 모자라 상당 금액의 비상금까지 빌려주는 센스를 발휘.
나의 생명의 은인으로 등극함.

정말이지 그는...얼굴만 잘 생긴게 아니라 마음까지 예쁜 한국 최고의 완소훈남이심.
(생명의 은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잠시 후 그는 카오산을 벗어나고 싶다며 베낭을 메고 어디론가 사라졌고...
여행 하루 반 후에야 비로소 오롯이 혼자가 된 나는 알 수 없는 묘한 설렘을 느낌.
어제는 아주 혹독한 신고식이었고...이제부터가 진짜다 라는.

그제서야 음악도 들리고 그제서야 사람들이며 길거리 음식이 눈에 들어옴.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밤 12시에 숙소 도착.
야간 리셉션인듯한 그 네츄럴 본 완소훈남과 안부인사를 주고 받는데
그가 아래와 같은 얘기를 함.

-어제 일이 너무 미안해서...우리가 1박치 숙박비는 면제해줄께.

너네가 잘 못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고 하자 그는 더 주의깊게 돌보지 못한
자기네들 탓이라며 계속 사과함.


*
이상...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곳, 어메이징 타일랜드에서...
쓰던 글 다 날아가서 졸린 눈 비비며 꾸역꾸역 다시 써서 올린...Leona였습니다.

저는 현재 매우 건강하며 결론적으로 피해내역도 미미하며
이번 일을 교훈삼아 건강하고 씩씩하게 한 달 일정을 완전히 채울 예정입니다.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중간중간 소식 또 전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만 가서 잘께요...^_^

14 Comments
큐트켓 2008.09.09 07:27  
  아... 큰일없어서 다행이에요.. 진짜 웃긴놈들이네.. 그나저나 레오나님은 언제나 태국훈남들을 몰고 댕기시나봐 .. 그것도 하나의 복이삼 ㅎㅎ [01]
JASON` 2008.09.09 08:00  
  역시 작가다운 결과 보고 !!
남은 여정은 편안하고
즐건 시간이 될 것 입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01]
이 미나 2008.09.09 08:47  
  촉디 카!!![01]
이츠키 2008.09.09 09:24  
  ㅋㅋㅋ 경찰서 가기전까지 온통 하얀 느낌...
알지요~ 안당했으면 말을 하지 마세여...
그렇게 조서 다쓰고 경찰서에서 실마리가 보일때쯤엔
미친듯이  하염없는 웃음이 남발 한다는거... ㅋㅋ
하긴 나보다는 훌륭하신 케이스니
액땜이라고 생각하고 정신 놓치 말고
즐건 여행 하고 오세용~~

오~~ 캔따개 쓸만하군!! ㅋㅋ
레오나 홧팅~!![01]
나빈 2008.09.09 09:41  
  어쩜 이런 끔찍한 사고의 후기도 감미롭게 들리는건지..
흐으으으으응~~~~[01]
김우영 2008.09.09 10:09  
  화이팅 레오나님. 기운내세요 ^^!!!
이제부터 좋은일만 가득하실겁니다..
촉디캅~~!!![01]
타이킹왕짱 2008.09.09 12:49  
  아이구~~~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켄따게 칭찬은 옆에서 불러준거 같음..ㅋㅋㅋㅋㅋ 이렇게 써달라고..ㅋ[05]
켄지켄죠 2008.09.09 14:02  
  아놔~~ 나 치앙마이 넘어왔거등요 ㅋ 14시간동안 기차타는거 걱정했는데
완전 좋아 ㅋ 자 그럼 난 오토바이타고 떠나가볼까나 ~(염장질)[01]
다피 2008.09.09 14:04  
  바아타이 잘하셨는데 누가 신고식을 했군요
어메이징 타이에서 다시한번 즐겁게 놀아보라는 징후로 생각하시고
경직됨을 풀어제친 느끼는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01]
쩡이^^ 2008.09.09 16:26  
  아...배아파...ㅋㅋ역시 미녀작가의 표현력이란..ㅋ'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던 오리지널 네츄럴 본 완소훈남이었음' 이거보고 개폭소..ㅋㅋ [01]
철수 2008.09.09 17:08  
  다행입니다 ....켄따게가 점점 ......ㅋㅋ[01]
자니썬 2008.09.09 21:00  
  정말 고생 하셔네요..
그와중에 도 이렇게 현장 속보를  와---역시 대단 해요...
아마 앞으로는 즐거운 일 만 일어 날 꺼 같아요..
저는 무슨 수사 반장 일기를 보는 착각에 빠져 네요...
자--레오나 님 화이팅![01]
월야광랑 2008.09.10 07:08  
  앞으로 네츄럴 본 완소훈남과의 사연을 기대해 봅니다. ^^[01]
세박자 2008.09.10 14:40  
  음... 태사랑 네트워크의 힘이...
레모나님... 액땜... 하셨다... 생각하시고...
즐겁게 놀다오삼 !!!

그리고...
태국에서...
소매치기 사건이... 꽤 많은것 같습니다...
여행하시는 분들.. 유념하세요... ㅡ,,ㅡ[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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