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난웃음의 의미두기 놀이터 젊은열정 - 견종에 대한 고찰[사진]
어제 잠들기 전 ‘역시 난 뜨거워’ 라며 한참을 웃었던 것 같습니다.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살자' 라고 마음이야 먹지만 항시 머리 보단 가슴이 먼저 뛰는 것을 보면 아직 자라려면 멀었다는 증거겠죠. 그래서 항시 힘을 내야 할 때는 파이팅 보다는 묵묵히 흔들림 없이 꾸준히 앞으로 가는 ‘GO'라는 말을 즐겨하면서도 싸우자 이를 드러내고 덤빌 때는 역시 파이팅을 하곤 하는 나를 보면서 웃음을 멈추지 못했죠.
그러면서 어려서 많은 개를 키우는 시골 외가댁이 문득 떠오르는 것입니다. 얼핏 기억을 해도 성견 8-9마리, 새끼가 많을 때를 기억해보면 20마리는 족히 되었던 듯한데 외할머니는 소에게 줄 여물을 끓이고 그 옆의 솥에는 개들에게 줄 개밥을 만드셨던 것 같습니다. 주인과 낯선 이를 구별하고 새끼를 보호하고 여기저기 흘레 하지 않고 서로에게 로열티를 보이며 배변도 일정 장소에 하는 풍산개 식구, 집안 식구와 명절에나 한두번 보는 친척들은 어찌 알아보는지 저멀리서 봐도 꼬리를 흔들고 항시 반갑게 집 입구까지 마중 나와 반기며 예쁜 짓을 하는 발바리와 말티즈가 섞인 ‘방울이’, 항시 짖지도 않고 조용히 큰 눈으로 껌벅껌벅 쳐다보고 졸며 땅에 배를 깔고 이것저것 다 관심 없다며 할머니가 주는 밥에만 관심을 보이는 ‘검둥이’ 녀석, 자기 새끼는 어찌 크는지 관심 없고 기회만 있으면 가리지 않고 흘레 붙는 ‘초롱이’에게 대고 “저 밑구녕 빠진 개년”이라고 욕하시며 초롱이 새끼들에게 개죽을 먹이시고, 여름이면 5일장에 나가 파시거나 외삼촌들이 모두 모내기나 어른 생일에 모이시면 잡으시던 덩치 큰 놈들 순으로 개밥을 주셨던 것 같습니다.
외할머니, 할아버지가 모두 돌아가신 지금 셋째 외삼촌이 시골의 외가댁을 지키고 역시 외할머니와 같은 방법으로 농사를 지으시고 가축을 돌보시고, 유치원과 식당을 동시에 운영하고 계시죠.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고자란 땅을 소중히 여기시는 엄마 덕분에 간혹 시골에 운전기사로 나서서 함께 가곤 하는 외가댁에는 항시 마중나오는 방울이 새끼인 ‘앤디’가 지키고 있고, 듬직하고 깨끗하고 보기 좋던 어려서 보던 풍산개 식구는 없고 여러번 분양을 한후 암컷 새끼만 한창 자라고 있고, 초롱이 새끼라고 하는데 도통 같은 종인지 모르는 녀석이 돌아다니는걸 보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앤디는 2003년 11월 25일 생으로 방울이가 외삼촌 차를 먼곳까지 따라오다가 길을 잃고 일주일만에 거지꼴로 집을 찾아온 명석함 때문에 외숙모가 그 새끼인 앤디와 만세를 각각 사촌언니와 제게 분양을 하십니다. 처음에 녀석을 데려올 때 결심을 합니다. 죽을 때까지 키울 자신이 있으면 데려오고 아니면 말자. 역시 우리 자매들은 앤디를 보고 식구로 맞이하게 되고 앤디는 애완견이 아닌 반려동물로 열심히 자라납니다. 만세보다 덩치도 작고 약해보이는 앤디를 먼저 선택한 것은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덩치가 크고 강해보이는 만세보다 더 많이 보호하고 싶은 본능이 있기 때문이겠죠. 앤디와 달리 만세는 말썽을 많이 부리고 사촌언니를 힘들게 했는지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앤디는 이번 달에 5년을 넘긴 인간으로 치면 꽤 늙은 축에 끼지만 조부모세대가 안계시는 지금, 부모님은 아파트로 집을 옮기시고 죽을 때까지 키워주시겠다는 외삼촌에게 다시 앤디를 보냅니다. 가끔 사료, 개껌, 심장사상충약을 사들고 찾아가는 외가댁에는 예전 방울이가 나를 반기듯이 앤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간혹 보면 ‘개판’으로 보이는 마당을 그저 인자한 미소와 구수한 사투리, 잘들어 맞는 욕을 적절히 구사하시던 외할머니를 추억하면 깨끗했던 풍산개, 귀여운 방울이, 조용한 검둥이 순으로 순서를 정해 대놓고 예쁘다 했던 제가 부끄러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초롱이는 초롱이대로 잡아먹는 녀석들은 그 나름대로 외할머니에겐 존재이유가 있었던 개들이었던 거죠.
그러나 그 조용하고 평화롭던 동네도 몇년 전 근처에 공군부대가 들어오고, 외지 사람들이 땅을 사서 별장을 짓고, 사냥과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오염되고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자리하게 되면서 동네사람들은 불안해 하고 그들이 데려온 개중 한 마리를 풀어 놓아서 방울이가 물려죽고, 동네의 어느집 개가 물려죽게 되어 청년회 일을 하시던 외삼촌은 결국 보다못해 그 개를 죽여줄 것을 그 주인에게 당부합니다. 그 후 외삼촌은 집안에 있는 개와 동네의 개들에게 전부 수의사를 불러 광견병 예방 접종을 실시 하게 되고 다시 개판의 평화는 찾아오지만 죽임당한 개가 휩쓸고간 그 자리는 집집마다 개들을 풀어놓지 못하고 묶어놓거나 하는 등 여전히 그 상처가 남아있게 되죠.
순진하진 않아도 순수해서 죽었다 깨어나도 ‘이것’ 만큼은 다치고 싶지 않다는 무엇인가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은 드물게 몇 명이 있습니다. 시대가 변화고 사회가 변하고 현실은 ‘개판’ 일지언정 저는 아직까지 고통스러워도 ‘사람’을 믿습니다. 그래서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고 그래서 항시 무관심하고 무시해도 되는 것들에 상처받는 저를 정화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도 사랑해야 할 것과 아름다워 해야 할 것과 지키고 싶은 것들이 존재하는 삶이니까요. 자신이 죽으면 저작거리에 자신의 시신을 내 던지라던 조선시대 멋들어진 ‘창녀시인 황진이’처럼 저도 ‘개판’에서 웃음 잃지 않고 신명나게 놀아봐야겠습니다.
저작거리든 개판이든 저도 거기서 놀아도 되는 앤디 같은 녀석이니까요.
다시 뜨거워지는 마음에 오늘은 즐거운 하루가 될 듯합니다.
어제 서점에서 산 ‘그라시아 라틴’과 ‘백배 즐기기 유럽’을 일주일 안에 볼 수 있을까요? ^^ 실물경제가 안정이 되고 외환보유고 얼른 바닥나고 뭐든 바닥을 쳐야 다시 기어 오를텐데 그때까지 그리운 타이는 마음을 접고 타이에서 못견디고 나온 사람들 쳐다보고 있을게 아니라 내 있는 곳에서 내 할 일을 하며 내 삶을 살며 역시 파이팅이 아니라 ‘GOGO'해야겠습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기 보단 우물 안의 개구리를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말이죠. 너무 큰 애정을 갖고 있으면 집착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되고 깊이에의 강요를 하는 ‘백조’가 아니라 누구처럼 가뿐하게 넓디 넓은 바다와 같은 넓음을 추구하는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야겠습니다. ㅋㅋㅋㅋ 역시 또하나 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