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끝신고] 떠남을 통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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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끝신고] 떠남을 통한 만남

faethm 4 840
왜 여행을 떠난거죠? 여행의 목적이 뭡니까?
라고 그는 물었다.

하노이에서 12시간 가량 침대버스를 타고 도착한 훼(Hue)라는 도시에 잠시 머물렀다.
훼(Hue)는 베트남 응웬 왕조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도시다. 하지만 유적지엔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단지 훼에 가면 맛있는 먹거리들이 많다는 이야기에
이끌려 버스에서 내리게 되었다. 밤새 버스를 타고 와서 그런지 숙소를 흥정하기도 지쳤고
해서 그냥 도미토리가 있는 곳만 찾아서 발걸음을 하다보니 다다른곳이 빈즈엉 호텔.
토미토리는 숙소의 가장 꼭대기 다락방에 침대가 6개 놓여 있었다. 이미 2명의 여행자들이
침대를 차지하고 있었고 나도 배낭을 풀고 씻으려고 샤워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돌아오니 내 침대 옆에 있던 친구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자기를 소개했다.
이름은 "토모" 나와 같이 IT 업계에서 일하다가 일에 찌들어 여행을 나왔다고 한다. 나와
비슷한 처지여서 그랬을까 우린 금방 터놓고 지내게 되었다. 이 친구는 내가 보기에도
부러울 만큼 자유롭게 여행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어떤 가이드북도 없이, 제 키가 훌쩍넘는
배낭도 필요없었다. 그는 작은 배낭하나에 여분의 옷 한벌, 간단한 세면도구 이게 전부였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 그리고 베트남,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토모가 나에게
저렇게 물어온 것이다. 사실 떠나는 이유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여행을 떠난 사람이라면
질문에 대한 답을하기 난처할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간단히 "No reason." 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가볍고 무모한 여행이 될 수 있으니... 잠시 생각하다가 나름 철학적(?)인 말을
떠내버렸다.

"난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진 나쁜 것(bad things)들을 버리고 싶어."

그는 bad things을 굳이 나에게 되묻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듯이 참 좋은 생각과 목표라고
칭찬하며 자신도 비슷한 연유에서 구체적으로 말하면

"더이상 모니터 앞에서 스트레스 받기 싫었고,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덧붙였다.

그렇게 우린 앞으로의 루트에 대해서 함께 고민했고, 토모는 사왓나켓을 통해 씨판돈으로
향하고 난 호이안과 나짱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한달 전쯤 그와 헤어진 뒤 바쁘다는 핑계로 안부나 소식을 전혀 물어보지 못했다. 어제 우연히
메일함을 열었는데, "From Tomo in Thailand" 라는 제목의 메일을 확인했을 때 기쁨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토모는 라오스를 거쳐 태국 북부에서 3주동안 농장에서 일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으로 들어간다는 계획과 함께 가까이 있으면 같이 중국으로 들어가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아.... 부러운 녀석. 지금 난 집안에 일이 있어 잠깐 한국에 귀국했고 곧 방콕으로 다시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토모와 함께 여행하는 건 서로의 스케쥴을 희생해야 하기에 불가능했다.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래도 어느 곳에서든 우린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거라
위안하면서 답장을 보냈다.

내게 있어 여행이란 떠남과 만남이라 생각한다. 좁디 좁은 나 자신에게서 떠나 새로운 대상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 대상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인격체라면 가장 소중한 만남일 것이다.
앞으로의 여행에서도 많은 만남이 기다릴 것이다. 그 만남을 위해서 난 오늘도 여행을 꿈꾼다.
4 Comments
제물포정 2008.07.02 22:22  
  떠나볼까님 멋지십니다 ^^  [01]
버지니아 2008.07.03 01:12  
  그래..보자니까~~!![01]
핀토 2008.07.03 09:58  
  그러게여~ 떠나볼까님 멋져부러~~ ^^: 저 질문 보는순간... 혼자 대답 생각하고 잇었더라는...;;; ㅋ [01]
삼계탕 2008.07.04 03:53  
  82와~!치앙마이나 빠이에있다....[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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