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한 이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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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한 이별인데...

피차야폰 5 3173

이틀 째 잠이 오지 않고 가슴에 불덩이가 있는 듯 너무 쓰라려서
이렇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글을 올립니다.

남자친구가 태국인이에요.
아니..이젠 이였어요.. 라고 해야하나요..
제가 태국에서 몇개월간 일했었는데...
너무 잘 챙겨주고 자상하고 재미있는 유머감각에 사귀게 되었습니다.
사귀는 동안은 저를 너무나 사랑해줘서 다시는 이런 사랑 못 받을꺼라는 생각도 마니 했구요.

사귀게 되기까지 그리고 사귀고 나서도 몇 번을 망설이며 헤어지려는 시도도 여러번..
제가 나이가 있는지라 아무래도 누구를 만날 때 결혼을 아예 배제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러다보니 한국과의 문화차이.. 주위의 시선도 솔직히 조금은 생각햇죠.

그래서 더 정들기 전에 헤어지려 할 때마다 이 친구가 너무 아파하고 우는 바람에...
남자 펑펑 우는 모습을 본 적 없는 저로서는
매번 그 모습에 맘이 무너져 다시 만나곤 했죠.

그러다 제가 한국에 오게 되었고.
그 친구가 한달 후에 놀러오기로 되어있었는데...

어제 제가 그 친구 페이스북을 찌질하게 뒤진게 잘못이었던 거죠.
옛 여친과 시험에 대해 대화한 내용 중 
얘기 끝에 남친이 "miss u little pig"
라고 적어 놓았더라구요.

분명 딴 남자와 바람나서 헤어졌다던 여친인데...
아무리 시험에 대해서 물었다지만.. 다시 연락하는건 뭐고...
보고 싶다는 건 뭔지...
태국 문화인지.. 이 넘이 미친 자식인지...
감이 안 잡히네요...

남친에게 너의 이런 사고 방식 이해 못하겟다고
그 동안 날 속인거냐...태국 말로 써놓으면 모를줄 알았냐고 하자...
옛 여친과 얘기할 땐 보고 싶어서 보고 싶었다고 쓴거고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걔한테 아무 감정 없고 너뿐이다 라고 하는데...
워낙 태국인들의 희한 복잡한 이성관계를 많이 목도해온 저로서는
아무래도 믿어야 할지 의심스럽습니다.

남친에 대한 믿음이 없냐구요?
아니요.. 너무나 진실되고 좋은 면만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반대 시선 무릅쓰고 결혼까지도 생각했구요.

하지만 제가 아는 많은 태국 친구들 정말 성실하고 착하지만
항상 이성 관계는 삼류소설에도 없을 희한한 관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며 유지하더라구요...
이런게 일상인 그들 속에서 제 남친이라고 온전할까 싶기도 하고...

옆에 있을땐 그렇게 매달리고 하던 사람이...
제가 이별을 고하자...
오늘은 전화도 없네요...
당연히 잊는게 맞겠죠...?

전 한국 오자마자 들어오는 선자리 다 거절하고
부모님,, 친척들에게 허락받으려고 애 썼어요.
한국에서는 같이 다니기 부끄러울 것 같다는 사촌동생의 말도 여유로 넘길 만큼
사랑해서 남들 시선따윈 신경 안 쓸  수 잇다고 생각햇는데...
그런 제 마음도 모르고...

다시 사귀기 전으로만 돌아갈 수 잇다면
절대 마음 주지 않을텐데...
되돌릴수 없는 얘기고...

어떻게 하면 좋죠?
밥도 안 넘어가고.. 가슴에서 계속 쓰라림이 번지는 듯한 느낌...
너무 아픕니다.
저두 이정도까지 좋아한 줄 몰랐네요...

언제쯤 잊혀질까요...
제가 빨리 원래의 저로 돌아가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요...
눈 뜨면 시간이 지나가 있어서 더이상 아픔이 안 느껴졌으면 합니다.

너무 답답해서 얘기할 곳도 없구...
저에게 쓴소리, 정신 차릴 수 잇는소리 다 부탁드릴게요.
어서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5 Comments
그린자켓 2011.06.23 18:17  
피차야폰 2011.06.23 22:59  
답변 감사합니다. 그래도 누군가 제 아픔을 들어준다는 걸로도 큰 힘이 되네요.
오늘 통화를 했는데 저한테 거짓말 하기 싫다구 하면서,
옛 여친과 얘기할 때는 잠시 그리웠다고 하더라구요...
나두 옛 남친이 있었으니 이해 할 꺼라 생각한다구...
그래서 더 이해 못하겠어요..
저는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옛사람이 전혀 그립지 않으니까요...
솔직한 그 말이 더 상처가 되어 오열하는 저와 달리... 시종일관 차분한 목소리더라구요.
그 친구는 지금도 날 사랑한다는 말과는 달리 마음의 준비가 된 걸까요...
여기서 또 약해지고 못 헤어지면 앞으로 이렇게 또 울일만 생기겠죠...
근데 헤어진 이후로 음식도 못 먹겠고...
회사일도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해서 그만둘까도 생각중이네요.
모질고 야무지지 못한 제가 너무 한심스럽네요...
shashaum 2011.06.24 15:36  
평생 고생하십니다, 이런 태국 남자들 굉장히 많습니다. 순진한 한국 여성들 자상함과 유머감각에 넘어가는 경우 많고요. 결혼까지 생각하게 하고요. 이 남자들 친구인 여성들도 주위에 굉장히 많고 첩문화에도 죄의식이 없어요. 옛여자친구와 연락하는 건 흔한 일이고요. 이거 다 받아주고 감당해야 하는 거 여자 몫인데 자존감 강하고 존중받는 한국 여성들 이거 감당하시기 힙듭니다. 페이스북 뒤지신 거 찌질한 건 아닌 것 같고요. 비슷한 경험 하신 분 많이 뵈었는데, 더 좋은 다른 인연 만나시는게 미래를 보아 나을 것 같습니다...자기는 솔직하다고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이나 감정은 배려않는 거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많이 아프실 것 같은데 힘내세요...시간이 약입니다.
피차야폰 2011.06.25 16:30  
배려깊은 조언 감사드려요..
잠 못드는 밤에 국사모 글을 다 읽어보앗는데...
다른분들 잘해주시는 남친 이야기.. 행동하나하나...어찌 이 친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지...
전 절 너무 사랑하고...그 친구 성격이겠거니.. 했는데..
정말 태국 남자 기질인가요...
1년 가까이 만나면서 누구보다 진실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햇는데...
아직 전 누군가를 알아가려면 한참 멀었나봅니다...
다라미 2011.07.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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